미산계곡 진동계곡 미천골 한반도마을 청령포 김삿갓문학관 아우라지 화양구곡
계곡 유람기
올여름은 유난히 불볕더위가 극성을 부렸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계곡
그 시원한 그늘, 맑은 물결
해맑은 바람을 맞으며,
푸른 솔에 햇살 받아 빛을 뿜어내는 빨강 줄기를
지닌 소나무를 찾아
대한의 절경을 찾아 유랑하기로 했답니다.
그리하여
괴산이랑 인제랑 영월 동강을 찾아 나섰지요.
괴산의 푸른 그늘 해맑은 물결에 기와가 곁들인
맑고 넓은 물결이 환호하는 화양구곡에서
기암괴석이 눈앞에 손짓하듯 춤을 추는 어여쁜 선유동계곡에서
학처럼 높다란 소나무가 기품 있고 품격 있게 신선처럼 옷깃 날리는
자락 아래 펼쳐진 너럭바위에 비벼대는 은빛 물결이 금빛으로
내달리는 쌍곡계곡까지
얼마나 근사하던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 아쉬울 지경이었지요.
그다음엔 설악 델피노에 짐을 풀고선 인제를 질주했답니다.
거침없는 은빛 물결, 쉼 없이 흐르는 미산계곡이랑 살둔을 돌아
아장아장 노랑 병아리처럼 순박한 진동계곡을 휘적휘적 거닐다간,
깊고 가파른 산허리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가파른 미천골을
끝 간 데 없이 물밀듯 훑어내려 흐르는 물결은 풀잎처럼 싱그럽지요.
쌀뜨물로 계곡물을 허옇게 물들일 만큼 북적이던 선림원지
허망한 터를 거닐으며 인간 그리고 삶의 흔적을 곰곰이 곱씹으며
시간의 아련한 홀가분한 듯 묵직한 뭔가를 잡으려는 찰나,
떠내려가다간 바람결에 들려오는 아침 새소리에 망각하고 말았답니다.
구룡령 공수전 송천 떡마을에 울산바위 어성전과 어유지리
구만동 계곡이랑 백담사 계곡의 은빛 물결 싱그러움에 인제 여행은
속초 바닷가에서의 물회 한 그릇에 더위가 스러지듯 멀어졌지요!
그다음에 다가선 곳은 오지 중 오지라 할 만한 영월과 정선과
영주였지요.
맨 처음 찾아간 법흥사 계곡물에 발 담그며 시원한 맛을 본 후,
억만금의 값어치로도 대신할 수 없는 법흥사 소나무를
거닐며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며 행복하였지요.
영춘에서 주천에서 강과 강은 이어져 동강으로 서강으로
하늘하늘 시간처럼 기러기처럼 우리네 발걸음처럼
물결치는 푸른 강은 정선에서 영월로 영춘과 단양으로
이어지고 산등성이는 연이어 넘어지듯 이어진답니다.
강을 따라 막국수를 먹고 산등성이 넘어 한우 한사라 연탄구이로 배를 채우며
금강산도 식후경을 음미하곤 하였답니다.
강과 산기슭을 따라 이어진 별마로 천문대에 이르러선 가을날처럼
추위에 몸을 움츠리며 밤하늘과 시간과 우주의 신비와 무한을
손꼽아 보기도 하였지요.
인연과 운명의 반짝임처럼 한없이 신비로운 별자리를 관찰하고
인간의 불덩어리처럼 달아오른 듯 착각하게 하는 아스라이
어둠에 훤히 빛을 발하는 영월읍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왠지 모를 웃음을 자아내며 좋아라 했답니다
자정까지도 별과 나무와 바람과 시원함에 얼마나 추웠던 지요..
연하계곡의 그늘에 춤추는 물구덩
잠시 발을 넣으면 추워서 금방 뛰어나오던 촐랑이던 계곡과
원시림이랑 주눅들만큼 검푸른 폭포와 싱그럽고 묵직한 물소리에
헤엄치는 물고기들이랑 덩달아 신이 났지요.
덕우리랑 덕산기 계곡 맑은 물결 병풍처럼 둘러선 기암괴석이
마음을 빼앗아갔고요
정선의 올챙이국수 콧등치기 국수랑 모둠전으로 뱃속도 행복에
젖어들었답니다
아우라지 초승달이 뜬 다리와 정자, 레일바이크와 출렁다리랑
아늑한 초가지붕에서 맛본 얼음물은 행복의 한 바가지처럼
느긋하고 깜찍했답니다.
어라연을 돌아 한반도 마을의 정기를 받아 물고
청령포의 어린 임금의 비애 인간의 욕망 불의를 부추기며
떡고물을 넘어 권력을 사로잡은 간신배며 매국노며 인간의
어둠과 빛의 아련한 모습에 인간세상의 온갖 때를 벗어던지게 하는
물결을 관음송 아래 볼품없이 무너지는 속세의 연을 모두 풀어헤치게 하더군요.
영월과 정선은 쉼 없이 굽이치듯 구불거리며 이어지는 강줄기의
향연이랍니다. 계곡은 한도 끝도 없고, 적송은 햇살에 타오르고요
우리네 길도 은빛 물결 별처럼 반짝이는 여울 따라 한없이 펼쳐지듯
꼬깃꼬깃 꼬불꼬불 이어지고요.
강이 있어 신비롭고 찬란하여 넋이 나간 영혼을 촉촉이 적셔줍니다.
한없는 경이로움과 찬란하고 기이한 신비로움에 감동케 한답니다.
기어코 다가선 수려한 경관과 편안한 풍광으로 다가선 김삿갓 마을에서
마침내 감동의 절정을 맛보았더랍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한 나그네가 어찌하여 이곳에 머물러 여생을
보내야만 했는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절경이었답니다.
어째서 이제야 왔고 이제라도 다가선 이곳이 얼마나
영광이며 기쁨이고 행복한 희열인가에 손바닥을 부딪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경이로움이었답니다.
한낯을 어둑하게 하는 원시림 무시무시한 소백산 외길을 넘어
25년 만에 다가선 영주 부석사의 새빨갛게 익어가던 사과나무랑
산 너머 너머 등성이마다 연이은 봉우리엔 그저 입이 쩍 벌어질 뿐이지요.
한도 끝도 없이 펼쳐진 봉우리를 무량수전 곁에 주저앉아 보고 또 보아도
물리지 않는 장관에 어찌 감동만 푸른 물결처럼 넘실거리던 지요.
돌아오는 길의 소수서원 무섬마을 양반마을 빽빽한 소나무는
덤이었지요.
여행길에 마주하는 떠나야만 끌어당기는 행복은 찾아가는 발걸음마다
하얀 웃음에 함박 눈웃음으로 다가서게 하나 봅니다.
여행 이야기를 한 땀 한 땀 떼어내 틈틈이 엮어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희열이 부풀어 오릅니다.
색 바랜 오래된 흑백 사진 한 장에 어린
그리움처럼
어느 차가운 바람에
땅을 긋고선 멀어져 간
낙엽의 바스러짐처럼
사라져
흘러가
영원히 잊힌 듯 한 기억의 끄나풀이
한 방울 눈동자 같은
이슬 되어
흘러내립니다.
지긋이 작은 가슴을 누르며
하득하득
거친 숨에
보고픔은 질식처럼 답답하고
하염없는 폭풍 같은 그리움이
자꾸만 콧물을 들이켜게 합니다.
무더위 때문인가요?
시간의 노을인 까닭일까요!
아니면 별을 넘어선 우주를 통해 느낀
티끌보다 자그마한 존재로서 깨달은 아련한 편안함 때문이었을까요?
그리움이 묻어나는 모든 것들엔
외면해도 가슴을 들이쳐
눈물만 흩어지게 합니다.
그리움 같은 노래가
귀가 아닌
가슴의 그리움을 하얗게 솟구쳐 오르게 합니다.
휘파람
2016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