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동경하고
떠나는 설렘에 가슴 두근거리는 건
두렵고 혼란스럽기만 한
긴 여행을 준비하는 까닭인지도 모르지요
가다 말고 돌아오는 길 가려다 마는 길
근심 반 두려움 반이던 여행길이 떠나서야 비로소
희열로 탈바꿈하는 경이로움
계획과는 전혀 다른 여행이 되기도 하고요
느리게 가도 되고 빨리 가도 그만이지요
한 곳에만 머물러도 좋은 자유
홀가분 싱그러움이랑 후련함으로 날아오를 듯 한 여행길엔
막힘도 정해진 것도 이래라저래라 하는 관계의 속박조차 없으니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요 낙원이자 유토피아가 아닐까요
이런 만족스러움이 바로 여행의 맛이지요
길에서라야
깨달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으며
기꺼이 끄덕이게 하는 삶의 의미
인생의 엄숙함을
시린 듯 느끼는 농염한 쓸쓸함을
비로소 헤아릴 수 있는 시간입니다
먼동이 터오는 새벽녘의 산등성이
물안개 피어나는 바닷가
구불구불 한도 끝도 없는 강을 따라 이어지는 길
마침내 당도한
편안하고 느긋하며 가슴을 얽어매던
시간의 신비와 고뇌 번뇌 불안을 널어말릴 수 있는 낙원에서
피할 수 없는 고독이란 멍에를 벗어놓고
깨달음 같은 휴식에 유영하는 자유로움에 이른 환상을 만끽합니다
여행이란 것이 있어 막막한 삶은 숨통이 트입니다
한 그릇의 맛난 음식이 있어 너그럽고 풍요로와집니다
부스러기처럼 떨어져 나가는 순간을 잡아매는 동아줄 같은 사진을 담으며
자아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더불어 선 여행이라는 길에서야 비로소
삶과 사람과 관계와 자신의 인생이 어떤 의미인가를
그을음을 걷어낸 맨 처음 뽀얀 구들장의 어여쁨을 발견하듯
스스로의 아름다움에 나르시스 같은 호기심으로 멱을 감고
비 갠 깔끔함처럼 싱그러워진답니다
오늘도 여행을 떠납니다
황홀한 음식
경이로운 풍광
따스한 숨결이 담긴 사진을 담노라면 영혼은 살이 찝니다
그래서 글이 써집니다
그것이 일상이며 크나 큰 행복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새벽길
먼동의 물결이 나무를 깨우는 산등성이
꼬불꼬불 오르락내리락 아스라한 산그늘이
오늘도 손짓하여 불러줍니다
두 팔 벌려 반가이 맞아줍니다
휘파람
2016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