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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가 휘파람 May 16. 2016

여행의 맛






여행을 동경하고 

떠나는 설렘에 가슴 두근거리는 건 

두렵고 혼란스럽기만 한 

긴 여행을 준비하는 까닭인지도 모르지요


가다 말고 돌아오는 길 가려다 마는 길

근심 반 두려움 반이던 여행길이 떠나서야 비로소 

희열로 탈바꿈하는 경이로움 

계획과는 전혀 다른 여행이 되기도 하고요

느리게 가도 되고 빨리 가도 그만이지요 

한 곳에만 머물러도 좋은 자유 

홀가분 싱그러움이랑 후련함으로 날아오를 듯 한 여행길엔

막힘도 정해진 것도 이래라저래라 하는 관계의 속박조차 없으니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요 낙원이자 유토피아가 아닐까요

이런 만족스러움이 바로 여행의 맛이지요


길에서라야 

깨달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으며

기꺼이 끄덕이게 하는 삶의 의미

인생의 엄숙함을

시린 듯 느끼는 농염한 쓸쓸함을

비로소 헤아릴 수 있는 시간입니다


먼동이 터오는 새벽녘의 산등성이

물안개 피어나는 바닷가

구불구불 한도 끝도 없는 강을 따라 이어지는 길

마침내 당도한

편안하고 느긋하며 가슴을 얽어매던

시간의 신비와 고뇌 번뇌 불안을 널어말릴 수 있는 낙원에서

피할 수 없는 고독이란 멍에를 벗어놓고

깨달음 같은 휴식에 유영하는 자유로움에 이른 환상을 만끽합니다


여행이란 것이 있어 막막한 삶은 숨통이 트입니다

한 그릇의 맛난 음식이 있어 너그럽고 풍요로와집니다

부스러기처럼 떨어져 나가는 순간을 잡아매는 동아줄 같은 사진을 담으며 

자아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더불어 선 여행이라는 길에서야 비로소 

삶과 사람과 관계와 자신의 인생이 어떤 의미인가를

그을음을 걷어낸 맨 처음 뽀얀 구들장의 어여쁨을 발견하듯

스스로의 아름다움에 나르시스 같은 호기심으로 멱을 감고 

비 갠 깔끔함처럼 싱그러워진답니다


오늘도 여행을 떠납니다

황홀한 음식

경이로운 풍광

따스한 숨결이 담긴 사진을 담노라면 영혼은 살이 찝니다

그래서 글이 써집니다

그것이 일상이며 크나 큰 행복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새벽길

먼동의 물결이 나무를 깨우는 산등성이

꼬불꼬불 오르락내리락 아스라한 산그늘이

오늘도 손짓하여 불러줍니다

두 팔 벌려 반가이 맞아줍니다













휘파람

2016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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