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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가 휘파람 Aug 24. 2016

배롱나무꽃 찾아 떠납니다

목백일홍 그 처연한 아름다움






이번 주말에는 천년 묵은 배롱나무꽃을 찾아 떠납니다


커다랗고 멋들어진 배롱나무 앞에 서니
그 집 주인이 말했답니다.

'우리나라에는 천년 넘은 배롱나무가 세 그루 있는데
이것이 그중 하나'라구요
그래서 잠시 후 지인이 물어보았답니다.

'그럼 나머지 두 그루는 어디 있나요?'
했더니 주인장 한참을 생각한 후 한 말씀하시길
'글쎄요
노망이 들어선지 나머지 두 그루는 어디 있는지
까먹었소이다.' ..,


8월 여행은 배롱나무꽃을 찾아 떠나렵니다


배롱나무꽃 하면 목 백일홍이라 하여
꽃이 오래 가기로 유명하지요
화무십일홍이라 했거늘 그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백일홍이라 불리니 정말 대단한 모양입니다


병산서원의 배롱나무꽃이랑
명옥헌원림의 목백일홍도 유명하지만

새봄 칠흑처럼 짙빨간 흑진주처럼 피어오르는
화엄사 도도한 한 그루 흑매를 바라보노라면
미친 듯 사랑에 빠져 버리고 말지요

물론 무더기로 몰려 만발하는 구례 산수유나
하동의 십리 벚꽃길
광양 매화마을도 까마득히 아름답기는하나
한그루가 내어 비친 사랑의 꽃처럼 매혹적이지는 못하지요


선암사의 무우전매나 얼룩 동백의 빼꼼 미소를 배어 문 모습은
꿈에도 나타나 교태를 부리니 이 또한 잠 못 이루게 하는
상사병에 다름 아닙니다


천년을 넘어 꽃을 피운다는 배롱나무
과연 얼마나 멋들어지게 피었을까요?
남아프리카 공화국엔 오천살이 넘은 나무가 있다던데
우리나라의 유구한 역사와 맞먹는 나이지요


한국 3대 디바중 한사람인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입니다
이 분은 어쩌면 이토록 노래를 잘 할까요
컴백 기자회견에선 노래 잘 하는 김추자로 기억되고
싶으시다더군요


https://youtu.be/WlY29K1k3z0






더위에 지치고
사람에 치이고 들려오는 암울한 뉴스에
힘없이 늘어진 때


누군가는
청승맞다고 할
가슴을 들먹이는 옛 노래를 들으며
숨을 죽이고선
돌돌 말린 달팽이 안쪽 깊숙한
고요가운데 웅크리고 앉아
아득한 날들을 곱씹어봅니다

1960년대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해맑은 미소 새카망 눈동자 토실한 볼따구니

따스함 환한 웃음 우쭐거리며
기세등등하던 세상의 중심으로 살아온 날들이

새카만 원판이 신기하게 돌아가면
그 위에 선 바늘이 춤을 춘답니다 
노래가 흘러나왔지요
전축이라는 요술에서 흘러나오던 노래가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시간의 신비를 타고 세월은 계절따라 여기까지 흘렀습니다


망설이지 마세요
미리 겁먹지 마세요
주식이 오르거나 내리거나 둘 중 하나이듯
고백 또한 멀어지거나 다가서거나 둘중 하나인걸요

그 때 그날 어이 두근거림만 홀로 남겨 놓은 채
여기까지 떠밀려 왔을까요?
가만 있어도 이렇게 떠밀려 낯설은 이곳에 혼자랍니다

떠남으로 일어서고
미련으로 다가서는 걸
여행이라 부른답니다

사랑이 피운 영롱한 꽃
그리움이랑 보고픔 역시 마찬가지인걸요






휘파람

2016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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