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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가 휘파람 Oct 02. 2016

퍼덕과 낭만의 인생 경기장 소래포구













도심의 피로한 때를 씻어버리려 멱을 감고 싶어 지는 날이면 으레 소래포구를 찾는답니다.

삶의 현장 같은 치열한 비린내.

여기저기 골목마다 피어나는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들.

흥정을 하고 횟감을 고르고 펄떡이는 물고기 육탁의 날랜 몸짓에

잠시 놀래기도 합니다


신기한 듯 바라보는 푸른 생동감.

낭만 어린 철길의 추억.

갯벌과 물빛 사이로 피어오르다 이내 스러지는

노을빛을 휘감아 도는 땅거미를 보며

잠시 삶의 의미를 돌아보기도 합니다.


인생의 경기장. 포구가 손짓하며 부릅니다. 오랜 친구처럼.

그렇다면 올 수 없는 그대가 오기 전에

갈 수 있는 제가 그대에게 달려가겠습니다.


잠시 내려다보세요. 무심코 흘깃 보고 지나쳐버린 바다 물결을요.

잠시 다가서 손으로 어루만지면 한없이 보드라운 건

도대체 바닷물 말고 뭐가 있을까요?


이토록 보드라운 물살이 모든 걸 집어삼키는 건

어인 일일까요? 칠흑 같은 밤에 온밤을 들썩이며

후려치는 파도는 얼마나 무시무시한가요.


잔잔함 속엔 온 세상의 두려움이 고스란히 들어있나 봐요.

무시무시함 속에도 평온이 깃들어있나 봐요.

바다를 돌아 다시 다가서면 거긴 처음 그 자리예요.

그리고 바다와 강에선 그걸 포구라 부르는가 봐요.


포구엔 그리움을 넘어선 우수가 깃들어 있답니다.

서성이게 하는 마법도 있나 봅니다.

만조엔 하얀 포말 물거품으로 바다를 가득 채웁니다.

한 나절이 지나면 출렁임은 오간 데 없이

갯벌만 한가득 펼쳐진답니다.


포구 갯벌 뱃머리와 갈대 그리고 조수 간만이라는 흐름 속엔

인생이라는 삶이 출렁인답니다.

무시로 시간의 그을음 때문에 잊고 사는 삶의 의미들

그런 시간의 신비를 깨달아 오늘을 흥미롭게 하는 배려가 깃들어 있답니다.


소래포구에선 길 잃은 철새도 시간을 망각한 나그네도

시간의 무게를 내려놓는 곳이랍니다.

잠시 시간의 의미를 찾아 잠깐 쉬어가는 하얀 보금자리 같은 여유로움으로 말이지요.









싱싱한 해산물 손님을 부는 아주머니의 하얀 미소

푸르르 일어서는 포말의 분주한 삶의 심장

그런 사람과 생명과 삶의 신비가 부서지는 그 안쪽에 삶의 뽀얀 그리움과

싱그러움이랑 저 맛난 음식을 함께 나누어먹고 대접하고픈 보고픈

얼굴들이 차곡차곡 가슴에 쌓입니다.


그리움만큼 애틋함처럼 채워지는 그리움을 부풀리는 이곳에서

삶을 더불어 사는 날들을 고마움이랑 잊었던 따스함을

맑은 햇살에 말리는 생선의 꾸둑꾸둑해짐처럼 가슴을 굳게 합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가슴은 출렁이는 물결인 양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며 노을에 비끼는 비린내에 흐르는 포구의 아스라함이

가슴을 밀물처럼 덮어줍니다.


인천에는 두 개의 수산물 시장이 있습니다.

하나는 바다와 항구 그리고 푸른 물결 넘실대는

아름다운 연안부두에 있는 ‘인천 종합어시장’이고요.

다른 하나는 기찻길이며 자그마한 포구이자 갯벌이며

낚시도 하는 어쩌면 도심형 포구랄 수 있는 ‘소래포구’가 있답니다.


회를 먹고 싶거나 월미도에서 바람을 쏘이고 싶은 날엔 훌쩍 인천 종합어시장엘 간답니다.

펄덕거리는 생선들 왁자지껄한 횟집에 가지가지 젓갈이니 푸짐한 말린 생선이 가득하지요

어물전에서 구입한 생선을 요리해 주는 음식점까지 인천 종합어시장은

그야말로 물 좋은 고기들을 사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답니다.


그에 반해 좁은 골목을 골목골목 찾아 미로 여행이라도 하는 듯

시간을 거슬러 추억의 빛바랜 사진첩을 넘기기라도 하는 듯 소래포구엔 색다른 맛이 스며있답니다.


이십여 년 전 이곳에 올 때면 어마어마한 차량 행렬에 비좁은 편도 1차선 도로에서 길고 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찾아오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막

히는 찻길이야말로 가장 싫어하고 참을 수 없는

시간의 낭비라는 것이 저의 주장이고 보면

제가 얼마나 차량 정체를 싫어하는 사람인가를 잘 이해하게 되실 겁니다.


그러나 그토록 참기 힘겨운 차량정체조차 까먹을 만큼

어여쁜 그녀가 곁에서 바라봐주고 맛난 것을 입에 넣어주며

끊임없이 조잘거리는 모습이라니요. 아무렴 어떨까요.


밤을 새워 차가 막혀도 단지 그녀만 곁에 있다면.

온밤을 꼬박 세워도 좋을 그런 시절이었으니까요.

차 안에 나란히 오붓이 들러붙어 앉았노라면 차라리 교통체증이

더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던 행복한 시간이었답니다.








바닷물 속으로 스러지며 철길에 노을을 뿌리며 늘어진 햇살을 받아

귀밑머리 흩날리는 사이로 발그레하니 투명해진 귓볼은 숨을 멎게 할 듯

어여쁘기만 했지요.


소래 포구는 원래 염전이 있었고 거기서 나오는 소금을 실어 나르기 위해

수원과 인천을 오가는 협궤열차(1937년 개통 1995년 폐선 2012년 수인선 개통)가 지나던 곳이랍니다.

1960년대 실향민들이 어선 10여 척으로 근해에 나가 새우 잡이를 하면서 포구가 만들어졌고요.

염전이 있던 자리에는 염전 창고를 개조해 만든 생태전시관과 염전 학습장,

갯벌체험장 등이 있는 해양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있답니다.


소래포구 여기저기를 거니는 맛은 참으로 짭조름하니 개운하답니다.

포구를 떠나 소금창고에 이릅니다. 넓게 펼쳐진 대지 여기저기 드문드문 소금창고의 모습이 보입니다.

메마른 갯벌엔 구수한 내음이랑 어느 세월의 흔적들이 아련하기만 합니다.

왠지 서먹한 바람이 먼지를 일으킵니다. 갯벌 사이로 삐죽삐죽 피어난 풀들이

삶의 바람 그 처연한 생명의 열정을 가만 보여주는 듯합니다.

시멘트 아스팔트의 메마름 영혼을 앗아갈 법한 열에 중독된 모니터와 폰의 강열함이

잠시 두통을 가져옵니다. 그러나 어림없습니다.

맑은 바람 아무도 없는 황량할 뿐인 바람이 이토록 청량하고 해맑으며

개운한 맛으로 내면에 스밀 줄은 몰랐습니다.


세월의 바람이 휩쓸고 간 자리엔 다시금 수인선 전차가 다니게 되어

수도권에선 전철 타고 갯벌이 있는 포구에 갈 수 있는 명소가 되었답니다.

비 오는 날엔 감미롭고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어디론가 떠납니다.


지치고 힘들어 고독한 날엔 시장을 찾고요. 계절이 바뀌고 누군가 그립고

외로움이  맘을 설레게 하는 가을엔 소래포구에 간답니다.

거기서 사람 내음에 웃고 풍성한 인심에 감동하며

질펀한 삶의 모습에 휘둥그레지는 마음으로 생기를 얻곤 하지요.


좁디좁은 골목 사이로 고소한 생선 굽는 내음 비릿한 생선과 유영하는 물고기랑

사람들의 활기만 모습을 바라보며 지나 철교를 건너고 노을에 아련한 낚시꾼의 모습을 잠시 구경해봅니다.


해 질 녘 포구를 붉게 물들인 노을은 무덤덤해진 어느 언저리에 잠자던 감성을 불러일으켠답니다.

슬픈 영화를 보아도 담담하니 눈물을 잃어버린 메마른 영혼에 아스라한 떨림이 돌아온답니다.

다시금 발길을 돌려 시장의 활기찬 목소리 사람을 끄는 소리들 흥정하는 신명 나는 음성들.

다정한 연인의 모습들이랑 장을 보러 온 부부의 꼭 쥔 손길처럼 살아 있음을

여기저기 펄떡이는 물고기랑 은빛 비늘의 생동감처럼 지금의 삶은 방금 전과 달라져

삶의 갈망 꿈틀거리는 간절함이 가슴에 움틀 걸린답니다.


사랑은 슬픈 건가요? 웃음처럼 홀가분한 기쁨인가요?

그윽한 달빛 아래 마주 앉은 당신과 나 이렇게 둘만 가득한 포구엔

갈대 사이로 사랑이라는 나룻배가 흘러갑니다.


달을 품은 눈동자 깜박이는 그대 호수에 누운 채 꿈을 꾸는 희열은

어렴풋 갓난아이처럼 즐겁습니다. 별은 지지 않고 사랑은 쉬지도 않는답니다.

지금은 오로지 당신 눈동자에 깜빡이는 달님만이 가득 차오르고 있으니까요.


포구의 밤은 깊고. 사랑은 달빛에 일렁이는 여울처럼 흔들립니다.        














https://youtu.be/AMTAQ-AJS4Y

Chino y Nacho - Andas En Mi Cabeza ft. Daddy Yankee

언제 들어도 신나고 기분 좋은 노래입니다





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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