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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가 휘파람 Oct 02. 2016

한없이 풀어헤친 신비 영주 부석사

무한으로의 흩어진 영원의 보고픔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이 젓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 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싶어 진다"

-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중에서




하염없이 펼쳐진 시간의 자국을

옷자락처럼 펄럭이며

고요한 호수에 드리운 파문이 펼쳐져 나가듯

부석사에 앉아 바라보는 풍광은

그만큼 드넓고 호탕하며 광활하고 장엄하다


그러하기에 그곳에 오르고 나면

삶은 우수워 보이고

시간은 하찮아 뵈고

그리움은 두리뭉실해지고 만다


시간의 고약한 인생을 거니는 발걸음마다에 드리운

온갖 것들이 사그라들고

기이하고 괴팍하고 신비로운 모든 것들이

고독에 사무친 채로

살랑이는 목백일홍에 아련히 흐르는 모든 것들이

바람에 펄럭이며 다가서는 듯 아스라이 멀어지고 만다


시간을 나이테처럼 언덕배기처럼 산등성이로 보여주는 곳

부석사

그곳에 서고 나면 영원한 그리움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고

자신의 존재가 어디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가를 알게 하며

시간과 공간에 놓인 존재의 답답하고 꽉 막힌 시간의

어지러움을 한가로이 보여주는 희열을 모두 풀어헤치게 된다


다닥다닥 시뻘겋게 익어가는 사과가 인사하고

은행나무가 내려다보며

화창한 가을 날씨가 스스럼없이 다가서는

정겹고 익숙하며 편안한 산기슭을 따라 오르는 길은

늘 설레게 마련이다


드넓은 정원을

아리따운 산자락을

자그마한 가슴에 올망졸망한 눈동자로 바라보게 될

시간의 절경을 바라볼 생각에 절로 발걸음은 가볍고

일주문을 들어서며 맞이하는 장엄한 정경이 목덜미로 다가섬이 느껴지질 않던가


시간을 내려놓고

어리석은 욕망을 접어두고

가지런히 맨 몸뚱이만으로도 얼마나 기이하리만치 행복하고

값어치 있으며 아름다운 삶인가를 깨닫게 하는

부석사에 오르면 일어서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신다


바라보고 굽어보며 지긋이 둘러보아 아무리 앉아있어도

물리지 않는 밥처럼 편안하고 행복하며 온화한 풍광엔

도무지 일어설 용기가 나질 않는다


이런 희열에 이런 감동에 이런 감격에 흠뻑 빠질만한 행복이

대한민국 여기 부석사만한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시간을 헤아려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이렇게 살아가는 지혜와 억척스러움과 모자란 듯 너털웃음 짓는


영주 부석사에 서면 자그마한 인생의 거대한 웅크림을 무한으로 흩어 뿌린다

거대한 기운으로 일어서는 마법의 그리움이 일어서는 그곳은

평생의 보고픔이 된다












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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