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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가 휘파람 Oct 02. 2016

그녀와 나





후덥지근한 열기가

긴장을 타고 가슴을 흐르는 순간에도

버드나무 이파리로 둘러싸인

밖으론 장맛비가 내리고


보랏빛 출렁이는 원피스에

풀물 든 두 손엔

들꽃이 들려졌고

군데군데 꽃이 떨어져 나뒹군다


여전히 빗물은 볼을 타고 흐르고

달라붙은 옷사이로

여자가 보이고


뺨에 달라붙어 풀잎처럼

찰랑거리는

촉촉이 젖은 물빛 머릿결 사이로

새까만 별이

호수처럼 찰랑거린다


자줏빛 입술은

자꾸만 열릴 듯 말 듯

오물거리는 이파리 너머

희뿌연 비로 고개 돌린

옆모습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입술

시선

그리고 턱을 타고 미끄러지는 은빛 물방울


강물은 넘실대고

그녀는 여기 있고

비는 내리고

마음은 흐르지도

고이지도 못한 채

비따라 그저 그녀를 타고 흘러내리기만 한다


버들잎에 빗물이 떨어진다

추억이 부서지고

은빛 물결이 춤을 춘다


여전히 이파리 비에 젖어 은빛으로 빛나고

초록나무 안에 어둠이 내리도록 파랑 비가 내려도

그리움은 흐르지도 내리지도 멎지도 않는다


비에 젖은 영혼

사랑에 물든 마음

비를 바라보는 귀밑머리 시선  입술 빗소리


소리 없이 흔들리는 이파리 새로

비바람 소리가 몰려온다

그녀가 흔들린다


바람도 가고 비도 가버렸지만

버드나무 아랜 나만 남아 오래오래 그대로 섰다






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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