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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가 휘파람 Apr 17. 2016

해미읍성은 신록이 출렁이는
신비한 성

편안하고 아늑한 서산 예산 







일렁일렁 구름처럼 불길처럼 

쓰다듬어 안아주듯 솟구치는 꿈결처럼  

날개를 활짝 편 연이 기운차게 펄럭이며 하늘에 날아오르듯 

푸름이 계단을 따라 하늘에 닿을 듯 펼쳐져있다


청허정 아래 승천하는 용처럼 얼기설기 수백 년을 한 곳에 뿌리박은 적송들이 사람 그 서슬 퍼런 살육과 도륙의 세월을 품어 앉은 채 하늘로 승천하는 몸부림처럼 강인한 기운으로 우두커니 섰다

고문과 박해 활을 쏘고 칼을 휘두르고 창을 꽂아대던 이들의 살기등등하던 그네들 삶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저 바라만 보고 간섭치 않으며 하늘에 가까이 올라가는 나무들은 인간의 삶을 뭐라 생각할까


사람은 가고 바람은 오간데 없이 돌아와 다시금 흔들어 대는 널찍한 성 터엔 초록 빛깔 이쁜 잔디가 펼쳐져 있고 그 안쪽엔 잘 다듬어져 마치 바오밥나무 같은 단풍나무가 둥그스름한 모양으로 신비롭고 아리따우며 찬란한 모습으로 지는 해와 겨루기라도 하려는 듯 당당히 섰다

곱게 다듬어진 성벽 곁으로 듬성듬성 자란 나무들이랑 청허정으로 오르는 높직한 계단을 에워싼 채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느티나무들은 바람결에 잠꼬대를 한다


수많은 세월이 흐르고 흘러 푸른 풀잎과 싱그런 잎새가 너른 성터의 여백처럼 가득하다 평화로이 흐르는 바람결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꿈결처럼 들린다 연인들 고운 눈빛이 싱그럽다 성터에 자리한 신기한 놀이기구에 재미 들린 아이들 깡충거림엔 천진난만 평화가 한가롭다 꽃잎에 기댄 푸른 잎사귀엔 평화와 웃음소리가 정겹다


해 질 녘 성벽을 따라 소나무 아랠 거닐며 내려다보는 성 안쪽 어여쁜 광장엔 해가 진다 아름다운 노을에 발걸음이 멎고 푸른 깃발은 바람을 펄럭이며 어둠에 잠긴다 사위가 일순 고요해지며 푸른 하늘엔 별이 반짝인다 눈웃음에 살포시 환한 눈길을 주고 시간이 노 저어 나가는 해미를 거닐으며 인간들 그 뜨겁고 변화무쌍한 한바탕 굳판같은 삶을 이리 당겨보다간 저리 별빛으로 밀어버린다


나는 여기 있고 네도 여기 있는데 

이 순간이 참 좋아  더불어 거닐음이 더할 나위 없이 좋구나

바람아 나무야 새들아 그리고 여기 펼쳐진 사람들의 발자국들아

그 세월의 아픔은 어디에 스몄고 한 많아 다 흘리지 못한 눈물은 

탈진하듯 모두 쏟아내 메마른 우물 같은 텅 빈 심장은 어디에 있느냐


그립구나 슬프구나 보고 싶구나





해미읍성 정문 진남문





기다란 성벽길을 고스란히 거닐어도 좋고 널찍한 성 안쪽의 이국적인 나무가 잘 다듬어진 동헌과 객사 주변 잔디밭 사이를 느릿하게 걸어도 좋다 성벽을 따라 강과 마을이 펼쳐진 해미읍이랑 성 안쪽을 번갈아 이리저리 굽어보는 것도 좋고 청허정 뒤쪽의 적송 사이 방긋 웃는 꽃길을 아득한 꿈길처럼 거닐어도 좋다 이처럼 잘 가꾸어지고 이만큼 신록에 가득 차고 구석구석 참신하고 이쁘고 단정하며 깜찍한 공간을 두루 갖춘 이곳이 정녕 맘에 들어 자꾸만 배회하며 떠날 줄을 모른다


시간의 돌 위에 앉아 나뭇가지에 걸리질 못해 스러지는 햇살 아래 세월을 품고 사람을 머금었으며 인간의 영혼을 담고 있는 햇살이 어둠에 잠기는 순간 온 세상을 물들이는 찬란한 노을의 의미를 떠올리며 집을 달린다 내 사랑 나의 마음 그리운 품으로 해미읍성 그 따갑도록 아득한 시간 속에서






성곽 안쪽






서산 해미읍성은 해미 읍내에 있으며 주차장 또한 널찍하고 성문 앞에 상가가 즐비하고 시장과 먹거리가 푸짐하답니다


그러니 근처 맛집에서 맛난 음식을 먹고서 소화도 시킬 겸 성안 잔디 밭이랑 소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이랑 성곽길을 두루 거닐면 얼마나 느긋하고 시원하며 기분이 좋아지는지 모른답니다 성안의 잘 다듬고 듬성듬성 푸른 잔디에 고목들이 한옥 사이로 펼쳐진 모양이 동양적이면서도 이국적인데 얼마나 기분 좋고 행복한지 모른답니다


성문을 들어서자마자 널찍한 잔디밭은 가슴을 확 트이게 하는 놀람이 있고요 너른 잔디에 우아한 한옥들 사이에 늠름한 나무들이 군데군데 있어서 얼마나 신기하고 경이로운 풍경인지 너무도 놀라워 마음은 기쁨에 들뜨게 된답니다


성 뒤쪽 하늘로 솟구치듯 넘실거리는 커다란 나무가 끌어안고 있는 계단을 올라 청허대에 이르러 수세월을 얽히고설키듯 살아온 에스라인 몸매의 아름다운 소나무 아랠 걷는 기분 또한 일품이랍니다 


해미읍성은 낙안읍성 고창읍성과 함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읍성으로 이순신이 병사영의 군관으로 부임하여 10개월간 근무하였던 곳이자 천주교 박해로 천여 명의 신자가 고문과 박해로 죽임을 당한 아픔이 서린 곳이기도 합니다 사람과 땀과 피와 눈물과 광기를 사각사각 곱씹으며 거니노라면 내면의 영혼을 가다듬는 의미로운 고운 길이기도 하답니다.


휴식과 사색이 슬픔이랑 어우러진 역사의 현장에서 비탄과 탄식은 오간데 없이 아름다운 걸음걸음을 수놓는 모습에서 인간의 비애와 세월의 무상함을 봅니다


해 질 녘 성 안팎을 걷는 발걸음에 숱한 상념이 땅거미에 지는 해처럼 어둠에 사라진답니다


해미읍성 뒤로는 차로 3분 거리에 해미향교가 아름드리나무에 덮였고 그 뒤를 차로 20-30분 좀 더 오르면 아기자기 어여쁜 절집 개심사가 있답니다 거기서 몇 키로를 더 가면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서산마애삼존불상이 있고 그 근처에 보원사지터가 있으니 함께 들러보는 것도 좋겠지요


조금 더 이동하시면 위엄 가득하고 도도한 수덕사가 있으며 시골 여염집처럼 편안하면서도 대한 제일의 명당터라 불리며 멀리 서해 갯벌이 내려다보이는 부석사도 근사하고 추사 김정희 고택도 있답니다 또한 사진을 좋아한다면 봄의 유기방 가옥의 수선화나 용유지(용비지) 봄꽃 혹은 간월도를 들러보는 것도 기억에 남으리라 생각합니다






청허정 아래 적송











글 사진

휘파람

2016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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