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곳에 있어줄 것 같아서 그들의 존재를 의심해 본 적 없던 날들.
그러나 하루아침에 많은 동료들과 원하지 않는 이별을 했다.
그 사건의 시작은 이제 어언 두 달 전쯤 일인데, 이제야 온전히 그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권고사직을 통보받고, 인수인계의 과정들 속에서 여러 감정들이 오갔다.
모두 친했던 것은 아니지만, 업무적으로 협업했던 동료들이기에
그동안의 그들과의 시간들을 회상하고, 곱씹어보게 되었다.
권고사직의 대상자 중에는 점심을 항상 같이 먹던 점심 메이트, 그리고 내 회사 생활의 의지처가 되어주던
동료도 있었다. 평생 회사라는 개념은 없었지만, 이렇게 빨리 그날이 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내 뒤통수를 누군가 세게 쳐 아둔한 기분이었다.
회사라는 존재, 그리고 동료에 대해서 평소에 깊이 생각하고 살지 않았다.
'나'라는 존재와 '회사'에서의 '나'를 동일시 여긴 것은 아니었지만,
내 인생의 상당 시간 할애하고, '나'라는 존재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묻는 다면,
내 명함이 그 대답을 대신했다.
일련의 사건들로 그 명함이 나를 대신하게 하는 일이 가장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동료를 잃은 허망함,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를 휘감았다.
다시는 뒤통수를 세게 맞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함이 나를 대신하게 하지 말고, 온전한 내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동료가 퇴사하면서 퇴사한 직장에서는 '사람'만 남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안다.
정말 '사람'이 남는다.
동료들이 퇴사하고 윗선에서는 떠나간 동료들의 몫까지 열심히 일 하는 것이
그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헛소리도 참 정성스럽게 한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