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균사를 자극하는 악마의 소행

[Review]도서 ‘미코, 버섯의 모든 것’

by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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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 버섯의 모든 것』, 이하 『미코』의 첫 장을 넘기는 독자는 당혹스러운 매혹에 빠진다. 책의 시작부터 여러 버섯들의 선언이 담긴 ‘버섯 독립 선언문’으로 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아동용 과학서라는 친절한 외피를 입고 있으면서도, 시작부터 ‘버섯 독립 선언문’이라는 유머스럽고 정치적인 발화를 던지는 이 매체의 이질성 때문이다.


미코, 즉 ‘MYKO’는 곰팡이, 버섯을 뜻하는 라틴어 접두사를 의미한다. 버섯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이 장난스럽고 귀여운 리듬의 제목은 이 책의 정체성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그 장난스러운 탄력성의 발음과 걸맞게도 『미코』는 잡지의 형태를 취한다.


잡지의 형태를 취한 것은 주목할만하다. ‘버섯’이라는 주제를 정보가 아닌 발화로 다루겠다는 의미로 실상 인간 중심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독자를 균류의 시각으로 보게 만드는 매력적인 장치다. 따라서 책에서 밀고 있는 ‘버섯 편집자’라는 페르소나는 객관적 관찰 대상으로서의 균류를 주체적 발화자로 전복시킨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형식은 "우리는 버섯에서 왔다"거나 "버섯이 산소를 만들었다"는 문학적 수사는 과학적 사실을 은유의 안개 속으로 밀어 넣는다. 이는 자칫 생태계를 의인화된 서사로 환원하려는 낭만주의적 함정으로 읽힐 가능성이 다분하다. 각 설명은 기본적으로 과학적 정합성을 검증했지만, 책이 상정하는 독자들의 수준-낮은 배경지식-을 고려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문장들이 산재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의 가장 도발적인 지점은 정보의 ‘엄밀함’과 이미지의 ‘추상성’이 맺는 불협화음이다. 텍스트는 구어체로 짧게 요약되어 있지만 균류의 진화와 생태를 전문 서적 수준의 고밀도로 다룬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해야 할 일러스트는 지식 전달이라는 기능적 효율보다는 미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그려졌다.


정보 전달의 관점에서 볼 때, 구체적 도판이 아닌 추상적 이미지는 매 페이지를 일러스트 삽화 수준으로 끌어올리지만,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 이미지의 부재는 역설적으로 독자를 책 밖으로 밀어낸다. 텍스트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외부 자료를 검색하고 스스로 도판을 찾아보게 만드는 이 ‘불친절함’은, 이 책이 ‘정보의 전달’보다는 ‘정보의 유희’에 가깝게 기획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제 사진이나 세밀화를 사용했다면 이 책은 흔한 ‘버섯 도감’의 위계 속에 편입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은 실제성을 버리는 대신 컨셉의 일관성을 택했다. 유머러스한 의인화와 환상적인 삽화는 버섯을 ‘해부’의 대상이 아닌 ‘대화’의 파트너로 격상시킨다. 이 책이 상정하고 있는 아동 독자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지식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고도의 편집 전략이기도 하다. 아마 이러한 기획적 장치가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의 핵심 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코』에는 정보 전달의 '정석'을 따르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재미와 불편함의 공존하고 있다. 이 책은 '지식의 저장소'이기보다 '지적 탐구의 출발점'으로서 기능한다.


이러한 지점에서 『미코』는 독자에게 아주 매력적이다. ‘정보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지만, 버섯이라는 주제와 아름다운 일러스트과 맞물려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정보의 시작’이 되기에는 아주 적절했다. 식물학자들을 골려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악마의 소행’이라는 오명에 맞게, 버섯은 기묘하고 재미있는 생물이다.


『미코』는 지적 유희라는 균사를 깊게 내리고, 자실체를 흔들어 우리 안의 사유를 자극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완결된 정보를 주입하는 대신, 버섯이라는 기묘한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는 법을 제안할 뿐이다. 이 책이 뿌린 지적 포자를 각자의 머릿속에서 어떻게 발효시킬 것인가. 이제 그 사유의 몫은 온전히 독자에게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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