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2

목마

by 소리의밀도

5살 무렵에는 외할머니댁에서 잠시 지냈다. 기억이 많지는 않지만, 그 당시의 나는 외할머니를 무척 좋아했었다. 고작 다섯 살짜리가 인근의 삼촌댁에서 혼자서 시내를 지나 수많은 인파를 뚫고 외할머니댁까지 찾아갈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가난하고 없는 살림이었지만 그래도 가족들은 내게 꽤 잘해주려고 했던 것 같다. 아마도 장난감 대여 서비스 같은 걸 받았던 것 같은데, 흐릿하게나마 주기적으로 장난감이 바뀌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으로 된 벽돌이나, 인형들... 하지만 나는 그것들보다도, 주기적으로 동네에 나타나는 트럭에 실린 목마를 가장 좋아했다.


확성기로 목마가 왔다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리면, 나는 할머니를 졸라 손을 잡고 밖에 나가 목마를 탔다. 1톤 트럭 뒤에 조악한 플라스틱 말을 스프링에 달아 놓은 조악한 장난감. 아이들은 거기에 올라 신나게 몸을 흔들며 놀았다. 지금은 동네 아파트 놀이터에 가면 어디에나 찾아볼 수 있는 그 놀이기구가 그때는 그렇게도 특별한 놀이였다. 아마 한 번에 50원인가 했을 것이다. 두 번 연속으로 타고 싶었지만 그런 일은 별로 없었다. 그 당시의 가난은 어린 나도 꽤 눈치를 보게 만들어서,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 행위만 봐도 겁을 먹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 기억은 지금의 나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정도는 허용해 주는 할머니의 온정에, 나는 날마다 창밖을 보며 목마아저씨가 오지 않는지 기다리곤 했다. 그리고 그 아저씨가 나타나면, 할머니나 엄마의 손을 잡은 아이들이 여기저기 모여 차에 둥글게 원을 그리고 섰다. 누구는 줄을 서고, 누구는 이미 타고 또 타고 싶어서 조르고, 누구는 나처럼 더 타고 싶은데 말하지 못해서 계속 돌아보고... 그 당시의 이미지는 마치 오래된 영화처럼 노이즈가 잔뜩 낀 필름처럼 기억에 자리 잡아있다. 나는 그게 왜 재미있었을까?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마냥 좋았다. 즐거웠다. 몸을 마구 흔드는 게 좋았나? 말을 탄다는 기분이 좋았나? 그땐 뭐가 그렇게 다 좋고 행복했을까....


목마트럭은 그 이후로, 내가 여섯 살, 일곱 살 무렵에는 아주 없어져버렸다. 기억이 비교적 선명한 시기부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걸 보아하니 아마 목마들이 보급이 되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난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자전거와 롤러스케이트를 갖고 있으면서도, 말머리에 조악한 고무바퀴가 달린 목마가 항상 탐이 났다. 항상 제일 갖고 싶은 건 못 가진 듯한 느낌이 든다. 아니면 가지지 못했기에 그게 가장 갖고 싶었다고 착각하게 되는 걸까?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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