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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행 Dec 11. 2019

공중도시, 마추픽추

페루 마추픽추

 많은 사람들이 평생소원으로 가고 싶어 하는 마추픽추로 향했다.

마추픽추로 가는 기차는 푹신한 가죽의자에 음료수랑 스낵까지 주지만 서울에서 수원 정도까지의 거리에 십만 원이 넘어서 이제껏 타본 기차 중에 제일 비쌌다. 우린 기차를 타고 갔지만 잉카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잉카문명의 흔적을 따라 3박 4일을 트레킹 하는데 워낙 높은 산을 타고 올라가는 거라 무지 힘들다고 한다. 특히 체력 좋은 서양인들과 가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죽어라 따라가느라 (모 씨의 표현에 의하면) 가랑이가 찢어질 정도란다.


기차역에서 내려다보면 트레킹으로 마추픽추를 가는 여행객들은 차라리 양반이다. 현지인 포터들은 자기 몸보다 더 큰 가스통이나 짐을 지고 그 고지대를 따라갔다. 여기서도 ‘인생은 고(苦)’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기차가 도착한 곳은 마추픽추에 진입하기 위한 동네인 아구아 깔리엔떼였다. 오로지 마추픽추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듯한 이 작은 마을의 한가운데엔 맑은 물이 폭포처럼 흐르는 시냇물이 있었다.

이곳을 생각하면 조그만 광장 2층에 있던 중국집이 떠오른다. 소고기 덮밥을 주문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나왔다. 늘 하던 농담대로 ‘소 잡으러 갔나 보다.’고 말하면서 창밖을 보니 정말 주방장이 소고기랑 양파를 사 가지고 설레설레 음식점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마추픽추에 가고 싶어 할까? 

 기차에서 만난 미국 할머니는 마추픽추만 5번째 오는 거라고 했다. 남편은 남들이 좋다는 건 이유가 있을 거라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추픽추를 찬양하는 반면, 마추픽추가 사진과 너무 똑같아서 실망했다는 소수도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마추픽추의 매력은 이렇게 높고 깊은 산속에 도시를 지었다는 신비함인 것 같다. 

 세월과 숲에 묻혀 있다 발견된 놀라운 문명의 흔적은 침략자들을 피해서 세워졌으리라 추정되고 어떻게 사라졌는지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공중도시’라는 별명에 걸맞게 해발 2,400미터나 되는 이 높은 곳에 돌로 정교하게 쌓아 만든 건물이나 수로가 있다는 건 감탄할만한 일이다. 마추픽추에서 돌아다니는 귀여운 야마도 마추픽추의 매력을 가중시켰다.

 무엇보다 '늙은 봉우리'란 뜻의 마추픽추 옆에 있는 '젊은 봉우리', 와이나 픽추에 올라가서 마추픽추를 내려다보는 기분은 최고다. 다른 친구들은 구름에 가려 마추픽추가 잘 안 보였다고 하던데 우리가 갔을 땐 다행히 선명하게 보였다. 와이나 픽추에서 보면 마추픽추가 콘도르 모양의 날아가는 새처럼 보이면서 이 말 없는 산속 도시가 우리에게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를 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파타고니아, 이과수 폭포, 우유니 소금사막, 아마존과 함께 마추픽추를 마지막으로 우린 흔히 말하는 남미 빅 5를 모두 찍었다. 마추픽추를 보고 났더니 숙제를 마친 듯한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잉카트래킹을 떠나는 사람들
상자 하나로도 이렇게 잘 놀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던 아이들


마추픽추로 올라가는 산길도로, 급경사의 절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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