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나스카
페루 사막 한가운데 있는 나스카 라인은 내게 먼 나라의 상징처럼 보였었다. 너무 먼 세상이라 아예 가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었는데 페루에 와 보니 이곳은 당연히 가야 하는 코스였다.
밤에 쿠스코에서 탄 버스는 고산 지대에서 나스카 사막 지역으로 산을 빙글빙글 돌아 내려갔다. 어지러움에 잠이 들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면서 버스에서 아침을 맞았다.
버스에서 내려보니 나스카는 유명 관광지답지 않게 조그만 도시였다.
도착하자마자 아침밥도 먹지 않고 바로 비행기를 타러 갔다. 비행기 양쪽에 앉은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보여주기 위해 경비행기가 왼쪽, 오른쪽으로 돌아서 멀미가 난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경비행기를 타는 터미널 안엔 여행사가 여러 곳 있었는데 몇 군데를 돌아다녀도 도무지 깎아주질 않았다. 어느 한 곳에서 깎아주면 다른 곳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에 가격을 정해놓은 것 같았다. 같은 가격이라도 여행사마다 보여주는 내용은 달라서 나스카 문양을 많이 보여주는 곳으로 골랐다.
외계인, 고래, 꽃문양 등, 생각했던 것보다 여러 문양이 보였다. 누가, 왜 이런 걸 그린 걸까? 정말 외계인이 그린 걸까? 누가 그렸든 워낙 비가 오지 않는 곳이라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가 될 수 있던 것 같았다.
신비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경비행기가 요리조리 마구 흔들어대는 통에 비어있는 위와 뇌까지 흔들려서 비행기 문이라도 열고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비행기에서 내려도 머리는 어질어질하고 속은 울렁거리지만 신이 난 우리는 고속도로 옆에 뜬금없이 서 있는 전망대에 올라 손 문양과 나무 문양을 구경했다. 도마뱀 문양은 고속도로 때문에 안타깝게도 꼬리가 잘려 버린 상태다. 이 귀한 문화재를 보존해야 했는지 고속도로를 내는 게 맞는지 준이와 이야기를 했는데 당연히 우리야 나스카 라인을 보러 온 사람들이니까 보존하는 게 맞는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