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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숲 May 26. 2023

55 사이즈에 관해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의 사이즈 코리아에 따르면,
44 사이즈는 키 150센티에 가슴둘레 82센티,
55 사이즈는 키 155센티에 가슴둘레 85센티,
66 사이즈는 키 160센티에 가슴둘레 88센티,
77 사이즈는 키 165센티에 가슴둘레 91센티라고 한다

하지만 55나 66 같은 숫자는 더 이상 의류의 공식 표기법이 아니다. 한국인 표준 체격이 달라지면서 국가기술표준원이 1999년 이를 없앴기 때문이다.
                   ㅡ 참고: Daum백과,  theqoo.net  ㅡ


1979년, 신체검사로 표준 사이즈를 집계했는데, 이때 한국 여성의 평균 키가 155cm, 가슴둘레가 85cm였다. 한국공업진흥청은 이 두 치수의 끝자리 숫자를 따서 '표준 사이즈'인 ‘55’를 만든 것이고, 그 외 사이즈는 55에 키 5cm, 가슴둘레 3cm를 순차적으로 가감한 치수다.


체중이 기준이 아니었다. 지금은 폐기된 통계, 그것도 40 전 표준키적합한 사이즈가 55 였던 것뿐이다. 현재의 표준이 아니다.  그런데도 키가 이든 심지어 런웨이 모델들까지도 55 를 입으려 한다.

강의를 시작하며 사람들 앞에 서는 직업이라면 모름지기 날씬해야 한다는 기준을 스스로 만들었다. 아마 처음 시강을 했을 때 부해 보인다는 지적을 받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다. 나이처럼 불가항력이 아닌 부분을 놓쳤다는 게 부끄러웠다. 바로 다이어트에 돌입했고 빨래 짜듯 살을 쥐어짜서 잠시 날씬했다. 그때 옷장을 55 사이즈로 채워 놓았다. 얼마나 집착을 했는지, 지퍼가 올라가지 않는 옷도 미친 듯이 사들였다.

지금 그 옷들은 어떻게 됐냐고? 다 갖다 버려 옷이 몇 벌 없다. 옷장도 비고 지갑도 비었다. 망할 55 사이즈.

고구마나 닭가슴살, 야채, 계란만 먹어야 유지가 가능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절대로 허락되지 않는 사이즈였다. 조금만 더 빼면 돼. 조금만 더. 고지가 눈앞이야.

55 사이즈를 입느냐 못 입느냐로 존재가치를 매긴 참담한 날들이 있었다. 잘 맞으면 자신감에 넘치고, 그렇지 않으면 당당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강의 전날 고픈 배를 안고 억지로 잠을 청하면서도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며 허둥댔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역시 체중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라하고, 서슴없이 실망했다. 그토록 남의 평가나 비난, 깎아내림을 싫어하면서 줄곧 나에게 그러고 있었다.


과도한 다이어트에 자연스레 건강은 무너졌고, 억눌린 식욕은 폭식과 요요로 계산서를 청구했다. 눈앞인 줄 알았던 고지는 점점 아득했고, 올랐다한들 금세 굴러 떨어졌을 것이다. 

 무조건 55사이즈에 몸을 맞춰야 한단 말인가. 잘못된 생각이다. 그리고 나는 사이즈로 재단되는 존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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