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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숲 Feb 18. 2024

나는 왜 무기력을 반복하는가.

<에리히 프롬>을 읽고.

의욕도 없고 모든 것이 의미 없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남편과 대화하지 않은지 3주가 지났다. 혼자서는 좋아하는 드라마를 봐도 로코 영화를 봐도 즐겁지 않다.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혼자 있을 수 없는 무능력' 자인 것이다.  


일과 삶의 분리도 글러먹었다. 선임을 우상화하며 떠받들고 그가 칭찬하면 종일 기분이 좋다가도 그렇게 하지 말라거나 못 미더운 내색을 보인 날엔 크게 실망하고 밤새 뒤척였다. 왜 이렇게 됐지. 서툰 게 당연한데, 잘하고 더 잘하고 싶어 두통이 올지경으로 신경을 쏟아부었다. 스스로 을이 되어 동등한 관계를 저버려놓고 저이의 태도가 맘에 안 들어 또 전전긍긍한다. 시간을 내서 가르쳐주고 도와준 사람들을 늙은 여우라고 생각했다. 늙고 지친 여우들이 머릴 맞대고 저 편할 궁리만 하는 같았다.


 좀 하려고 하면 나서지 말라하고 조용히 손가락이나 고개를 젓는다. 자꾸 해주면 버릇 드니까 해주지 말라고 한다. 할 일과 안 할 일을 구분하라 한다. 나는 곧 완공되는 도서관으로 갈 사람이니까 그러는 것이다. 그러나 내  입장에선 가기 전에 열심히 해서 힘을 덜어주고 도움이 되고 나도 일요령이 확 늘고 싶다. 자아가 분열될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내 조바심과 공명심의 발로일 뿐이었다. 남 비판할 것 없다. 마른 소나무 빽빽한 숲길을 하염없이 걷다 문득 '자신감을 상실하면 온 세상이 적이 된다'는 말이 생각났다.


자신이 좀 부끄럽다. 좁아진 생각의 판을 뜯어 넓히기 위해 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몸의 체력이 정신의 인내력을 좌우한다. 남편에게도 시간을 주기로 했는데  참고 앞으로 계획이 뭔지 물어봤고 쇼핑을 끊기로 했는데 다시 어플을 깔고 엄청나게 주문했다. 바닥난 체력과 함께 인내심도 바닥이 났다. 알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내가 맘에 안 들때 쇼핑으로 불만족을 채우려는 걸.


혼자 골방에 숨어드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문제 앞에서 자꾸만 숨쪼그라든다. 나를 작게 만드는 건 마음뿐이다. 법정스님은 생각이나 상상도 업을 짓는다 말씀하셨다. 타인의 행동을 선의보단 악의로 해석하고, 부정적이고 우울한 생각, 억울하단 생각들이 모여서 지금의 무기력감과 우울함을 잉태하게 된 걸 지도 모르겠다.  



에리히 프롬의 '나는 왜 무기력을 반복하는가'라는 책을 읽었.

자발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진정한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무능력, 그로 인해 타인과 자신에게 가짜 자아를 내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 열등감과 무력감의 뿌리라고 했다. 내가 아니라 '네가 바라는 나'가 되려고 하기 때문이며, 우리가 생각하고 욕망하는 것 또한 잘 생각해 보면 매체 등을 통해 주입된  것들이라고 했다.

또한 '자발적이며 감탄하고, 집중하며, 인격을 부수고 갈등과 긴장을  받아들이며 창조적인 자아를 찾는 것'이 진짜 삶이라 했다.


살아 숨 쉬는 한 실수는 하게 마련이다.

말들도 그대로 한쪽 귀로 통과시키고

이순간 감탄하고 집중하며 즐기길.

돌아보니,

적당히 살아도 적당히 잘 살게 된다.

그럼에도 애써 사느라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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