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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뺄까?

by 바다숲

훨씬 전인 7월부터 음식과의 전쟁에서 줄곧 패배해 왔다. 지금은 비록 이렇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마음이 안 잡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발령이 난 후 적응하는 기간에 조금만 힘들면 먹는 걸로 보상했다. 먹을 땐 좋았다. 1년 동안 저녁을 먹지 않고 매일 러닝을 하면서 뺐던 살은 최근 3개월 동안에 완벽히 리셋되었다. 70kg에서 55kg까지 빠졌던 체중은 10kg 이상 요요가 왔다. 짜증 난다고 징징대도 소용없다. 푹푹 찌는 더위에 족저근막염으로 러닝도 스탑, 마라톤도 스탑이었다. 3개월간 체중을 재지 않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 현실을 도피한 벌이 제법 아프구나. 현실을 직시하며 정직하게 살지 못했구나.

2025.5.10 체중


2025.10.10일 체중ㅡ1년만에보는몸무게. 우리다신만나지말자.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뺄 수 있어.라는 연약한 문장에 기대서 아무 생각 없이 먹고 눕고를 반복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고(기억도 나지 않는다, 살이 찌면 뇌에도 지방이 붙나 보다)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생겼고, 속이 쓰리다. 3개월 전, 엽떡세트를 시켜서 혼자서 다 먹었을 때, 처음으로 편의점에서 위청수(액상 소화제)를 사 먹었는데, 거짓말처럼 소화가 잘되었다. 그때부터였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위청수 하나 털어부으면 마법처럼 속이 편해지고 소화가 다 됐다. 마법의 약이라 믿어도, 중독되면 그냥 마약인 것을 그때는 몰랐다. 일주일 한번 먹던 위청수를 3일에 한번, 그러다 매일, 아니 어쩔 때는 하루 2병씩 먹었다. 이것만 먹으면 없던 일이 된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이번 연휴 때 음식과의 전쟁에서 완벽하게 패배했다. 의도적인 패배도 있었고 예상치 못한 기습패배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한 번의 승리가 영원한 승리도 아니고 지금의 패배가 영원한 패배를 의미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살도 많이 찌고 속도 쓰리지만, 툭툭 털고 다시 장기 프로젝트를 가동해야겠다. 시간을 되돌릴순 없으니,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뿐이다. 너무 단기로 목표를 잡아서 1년이 지난 지금 풀어진 걸까 싶기도 하지만, 그냥 풀어질 때가 돼서 된 것 같다. 하지만 패배해도 또다시 전쟁터에 나선다. 이번에는 조금 즐겁게 나설 생각이다. 흐린 눈을 크게 뜨고 , "져도 괜찮아. 내일 또 나갈 거거든. 지든 이기든 웃으며 갈 거거든 히히. "

구십 세까지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기 프로젝트를 기본부터 가동한다. 족저근막염 핑계도 그만 댄다. 핑계는 끝없는 핑계를 낳는다.


12월 10일까지 61kg로5kg 감량하겠다.

매일 만나 사랑을 속삭였던 나의 음식들아.

장거리 연애처럼 가끔만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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