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마지막 만찬

이상한 나라의 슈퍼돼지

by 바다숲

수술 날짜를 받고, 피해야 할 음식을 묻자 선생님은 어깨를 으쓱하시더니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그런 거 아무 의미 없어요. 어차피 수술하면 못 드시니까 그냥 드시고 싶은 거 맘껏 드세요."



그후 남편은 어차피 잘려나가 리셋될 위장이라며 매끼니 만찬을 즐기고 있다. 명치가 아플 정도로 소화가 안 되었지만, 장단 맞춰주느라 덩달아 폭식을 했다. 치킨, 피자를 시작으로 짜장짬뽕, 초밥, 회, 족발을 시켰고 언니가 온라인으로 장 봐 준 소고기, 아이스크림, 과일, 과자, 빵을 이틀만에 먹어치우고, 하루에 한 번은 무조건 외식을 했다. 배가 너무 심각해져서 한 사이즈 큰 바지를 부랴부랴 샀지만 그것도 단 며칠 만에 작아졌다. 마치 이상한 나라에 온 앨리스처럼 순식간에 몸집이 불어났다.



오늘도 각종 빵, 아이스크림 한통, 라면, 호떡, 부대찌개, 바지락칼국수를 먹었다. 이런 날이 며칠 째 이어지니 배가 살살 아프고 음식물이 목까지 차서 역류할 것만 같다. 멀쩡한 나도 이런데 남편은 오죽 부대낄까? 분명 배도 아프고 소화도 안 돼 힘들 것이다. 푹 쉬고 적정량을 먹는 게 저한테 훨씬 좋으련만... 수술 후엔 짠 음식, 매운 음식 등 가릴 것이 많다하니 그런 듯하다.



남편이 입원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앞으로 못 먹을 것 같아서 막 먹었는데 입맛도 예전 같지 않아서 별로 맛있지 않았다고. 마지막으로 집에서 차려 먹은 소고기뭇국에 계란말이로 간소하게 차린 밥상이 제일 맛있었다고.



공연히 다이어트에 평생을 매여 있던 내 고삐가 풀려버렸다. 양치를 하다가 문득 거울을 보니 눈두덩이부터 얼굴이 다 부어 있어 딴 사람 같다.

“남편, 나 돼지 같지?”

“아니. 슈퍼돼지 같아. 위 절제술은 와이프가 받아야 할 것 같아.”

아.....누구를 위한 만찬이었단 말인가.며칠인데 하며 먹고 죽자 해왔다. 아주 짧은 기간에도 사람이 망가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보호자까지 아프면 안 되니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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