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아침 일찍 보건소에 왔다. 폭설이 내리는 날씨에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길게 줄이 서 있다. 재유행에 또 재유행 중이다. 남편도 만류하고 잠시 고민했지만, 내가 남편 입장이라면 당연히 같이 가주기를 바랄 것이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남편이 다가왔다.
“와이프~ 나 5년 안에 죽나요? 동영상 보니까 그러던데. 나 너무 무서워. 불안해.”
관리를 못하면 재발할 확률이 높아지고, 병기에 따라 생존률이 다른거라고 안죽는다고 얘기해줬지만 별 도움은 안 되는 듯 했다. 며칠 전만 해도 ‘남편~ 죽으면 안돼~죽지마~’하고 장난스럽게 얘기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하는 생각이 든다. 위암 1기의 5년 생존율은 90~95%, 2기는 75%, 3기면 30~50%, 4기면 7.5% 가파르게 낮아진다.
생존 확률을 보고 계속 불안해하는 걸 보니 가슴이 저릿하다. 참 예측하기 어려운 게 인생이다. 이런 일도 있고 저런 날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암은 드라마에서나 등장하는 딴 세상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뭐야. 또 암이야? 작가라는 양반이 상상력 한번 부족하군 혀를 찼다. 그랬던 내가 여기 이렇게 수술 전 코로나 검사를 위해 아침부터 거센 눈발을 헤치고 올 줄이야.
짧은 시간 휘몰아쳐 내리던 눈이 거리에 수북하게 쌓였다가 어느 순간 그치고 새해 일출처럼 크고 밝은 햇살이 쑤욱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다 또 금세 먹색 구름이 해를 막아 서며 어두컴컴해졌다. 지금은 다시 해가 하늘을 뒤덮었던 구름을 다 밀어 냈다. 햇살이 의기양양하게 거리에 쏟아져 내리고 하얀 눈을 반사시켜 눈이 부시다. 발 밑에서 운동화를 차갑게 적시는 눈도 이제 곧 스르르 녹을 것이다. 한 시간 남짓 만에 이다지도 변덕스러운 날씨가 꼭 우리 인생 같다.
모든 일에 끝이 있다는 건 굉장히 애틋하지 않은가. 누군가가 기댈 땐 의지가 되어주고 내가 기댈 때는 또 그가 의지가 되어 살아가면 그 끝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