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쯤 입원실로 이동했다. CT를 찍어야 하니 점심 식사 후 금식하라고 했다. 8시간 금식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알았다면 좀 더 이른 점심을 먹고 올 걸 그랬다. 인턴 선생님과 마취과 선생님이 차례로 방문하셨다. 대기 시간은 예상보다 길어졌고, 수술 담당의사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병실로 들어오면서부터 긴장을 해서인지 겨울옷을 입은 탓인지 답답하고 너무 더웠다.
CT촬영에 주입할 조영제를 바꿔가며 몇 차례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주사 부위가 붉어지는 이상반응이 계속 나타났다. 여섯시부터 온다던 의사 선생님은 바쁘셨는지 아홉시를 훌쩍 넘겨서 회진을 돌았다. 내일 수술에 관한 설명과 함께 보호자 동의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침대 끝에 앉으셔서 천천히 말씀을 시작하셨다.
내일 오전, 위아전절제술이라고 부르는 위의 대부분을 자르는 수술을 시행할 예정이고, 열어본 후 종양의 위치가 예상보다 높으면 위를 전부 잘라내는 위전절제술을 시행해야 한다고 하셨다. 아직 조기인지 진행성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열어봐야 한다고 하셨다. 지금 CT촬영을 해서 종양의 깊이나 전이 상태를 보고 싶은데, 이상반응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되어, 대신 MRI를 찍겠다고 하셨다. 두 영상의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CT를 볼 수 없어 매우 아쉽다고 하셨다. 최선이 아니라 차선책이라는 말이다.
수술 설명에 이어 가능한 부작용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수술은 평균적으로 3~4시간 걸리지만, 전이가 있거나, 유착이 있거나, 혈관 궤양이 있거나, 복막 하중이 있으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젊은 사람이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최선을 다해 림프절과 종양을 긁어낼 것이고 벗겨내는 와중에 혈관벽이 약해져서 수술 한 달 후까지 출혈이 있거나 뱃속에 피가 고일 가능성도 있다고 하셨다. 만약 수술 중 간, 대장, 비장, 췌장 등 붙어있는 장기에 전이가 발견된다면, 그때는 계획을 변경해야 하니 중간에 나와서 이야기해 줄 거라고 하셨다. 5시간에서 6시간까지 걸릴 수 있으니 수술이 길어져도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런 건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생각했는데, 부작용이 하나하나 열거될수록 가슴이 심하게 조여왔다. 열거된 그 많은 부작용 중 어느 하나라도 내일 당장 일어날 것만 같은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심각하게 듣던 남편이 내가 묻고 싶던 질문을 했다.
“그래도 수술 후에 관리만 잘하면 생명에 전혀 지장이 없는 거죠?”
“솔직히 장담할 수 없습니다.”
열어봐야 안다고, 열었을 때 병기가 높은 진행성 위암이라면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선생님은 가시고 둘만 남아서 애써 가볍게 얘기하고 파이팅을 외친 후 늦은 시각 병실을 나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친한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파고드는 두려움을 떨치고 기운을 내고자 한 통화였는데, 언니는 지인분이 수술 후 몇 달도 안 돼서 돌아가셨다는 얘길 들려주었다. 이제야 이 수술의 무게가 느껴진다. 남편이 너무 멀쩡해서, 간단한 수술이라고 나 편한대로 안일하게 생각했다.
집에 도착해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남편, 내가 꼭 살려 낼게. 우린 소울메이트니까.”
전화를 끊고 남편하고 문자를 주고받다가 이제 자야겠다고 하자, 온수매트 켜놨냐고 물었다. 남편이 없으면 누가 내 잠자리를 신경 써주지.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