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미션 임파서블

by 바다숲

며칠째 죽을 먹어서 그런가 기운이 없고 속도 느끼하고 변비도 심하다. 식사를 차려주고 나와 도서관 가는 길에 추어탕집 간판을 보고 홀린 듯 들어갔다. 찬으로 어리굴젓이 나왔는데 오래간만에 먹는 짭짤 꼬소 매콤함에 미쳐버릴 듯한 쾌미를 느꼈다. TV에서처럼 머릿속에서 폭죽 같은 게 팡팡 터진다기보다는, 전구에 불이 들어와 머릿속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와~~ 죽만 먹다가 먹으니 진짜 맛나는구나! 당장 집에 가서 어리굴젓을 주문해야겠다. 계속 몰래 먹어야지. 환자식을 같이 한다는 건 역시 정신 나간 생각이었다.


내가 나간 후 남편은 바로 잠이 들었고 자정까지 계속 트림을 하며 힘들어했다. 식후에는 졸려도 바로 자면 되고 비스듬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바로 누우면 음식물이 역류하기 쉽고, 바로 일어서면 음식물이 너무 빨리 위장을 통과해서 덤핑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현재 위장 아래쪽의 괄약근이 없는 상태라 정상적인 연동운동을 못한다. 최대한 이로 꼭꼭 씹어 곤죽처럼 만들어 넘겨야 위에 부담도 안 주고 좋은데, 문제는 40년에 걸친 식습관이 쉽게 고쳐질 리가 없다는 것이다. 대충 씹어 넘기다가 걸리고 체하고 빨리 넘기고 식은땀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식후 통증을 호소할 때는 뜨거운 물을 보온팩에 넣어 배와 가슴 부위에 올려놓으면 증상이 호전됐다. 오늘은 열도 좀 나는 것 같고 소화도 안 된다고 하고 기운이 없고 손바닥이 간지럽다고 계속 긁더니만 빨갛게 부풀어 올랐다. 수술과 입원으로 면역력이 떨어져서 모든 병증이 다 일어나는 것 같다.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미간만 찌푸리고 있다.




언젠가부터 삶은 편안해야 되고 별일 없이 행복해야 다고 생각한 것 같다. 자주 불편하고 매일 힘들고 아플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맘먹는다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도. 요즘 들어 불교에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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