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하는 수초 사이로 생각이 끼어든다. 호흡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며칠 전, 친구가 통화 중에 이런 말을 했다.
"너 쫌 억울하지 않냐. 결혼하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 나이에 남편이 암에 걸리고."
첨엔 '무슨 소리야. 아냐~.'라고 했지만, 고비를 넘긴 후 자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날 고생만 하다 몸 다 상하고. 편해지고 의지하고 싶어 한 결혼이었다. 나름 계산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결과는 예상을 전부 빗겨갔다. 남편은 단순하고 고민 없어 보였지만, 대단히 예민하고 우울하며 소심한 사람이었다.
착한 사람이지만 유머감각을 비롯한(나는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성향이 전혀 맞지 않았고 시댁은 주는 것 없이 과연 시댁이었다. 이사하며 진 빚을 갚느라 몸은 바쁘고. 싸우느라 진이 다 빠져버렸다. 눈앞에 들개를 피하려다 늑대소굴로 뛰어든 격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무르고 싶었다.
그러다 올해는 빚도 다 갚고 온전히 나를 위한 안식년을 보내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바로 남편이 아팠다. 나는 억울했다.
호르몬 이상인지, 안 죽는다는 걸 안 후에도 꺼떡하면 눈물이 났다. 맘고생은 말할 수도 없고, 집안일은 젬병인데 아침부터 붙어서 여섯 끼를 준비해야 되고, 태평양 같은 마음으로 짜증을 받아줘야 한다. 남편은 예전부터 짜증이 많았는데, 성격이 나빠서가 아니라 체력이 약해 자주 피로하고 힘에 부치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말했다.
“지금껏 남편이 수고했고 그동안 팔자 좋았으니까. 이제 네가 고생할 차례야. 절대 짜증 내지 말고 잘해줘. 너 하고 싶은 거 말고 다 맞춰주라고.”
어이가 없었다. 팔자가 좋다는 말, 비아냥으로 들렸다. 자기가 알면 뭘 얼마나 안다고 남의 인생을 싸잡아서 ‘팔자가 좋다.’는 헐값에 매도하는 거지? 비록 표현하진 못했지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무지하고 무례하다. 남편 못잖게 나도 수고했고, 짜증이 나면 낼 것이고, 나를 더 챙길 것이다.”
명상을 할 때도 나를 위해 기도할 것이다.
'나는 내가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나는 내가 편안하기를 바랍니다. 내가 두려움과 불안에서 벗어나 자유롭기를 바랍니다. 내가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
명상은 몸과 마음을 일치시켜 지금 이곳에 머무는 것이라고 한다. 호흡에만 집중하면 전두엽의 불이 꺼지면서 후회, 자책, 불안 등 생각은 사라지고 고요가 찾아온단다. 아직 그 경지에는 못 올랐지만 명상을 통해 현재를 살아야겠다. 뜻대로 되지않는 이 세상에서 억울함은 당연한 감정이지만, 지난 억울함에 내 시간들을 내주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