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하루 동안 굴죽 3그릇을 먹고 간식으로 계란찜, 요구르트, 단백질 음료, 모닝빵 2개, 치즈 1장을 먹었다. 적당한 양이었는데도 소화가 안되고 체해 복통을 일으켰다. 아마도 아침의 일 때문일 것이다.
일찍 보험조사관이 다녀갔다. 보험 가입일로부터 1년이 경과하면 보험금 100% 수령이 가능하고, 6개월 이상 1년 미만이면 50%를 수령할 수 있는데, 우리는 8개월째에 암을 진단받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병으로 사기 치는 사람이 세상에 있나 싶었는데 있나 보다. 서울서 달려온 보험조사관은 사람 좋게 웃었지만 눈빛은 날카로웠다.
평소보다 청소에 신경을 쓰고, 그 돈 없어도 전혀 상관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화색이 돌게 화장을 했다. 너무 차려입으면 어색하니, 커리어우먼 느낌을 살짝 풍기게끔 스티브 잡스와 비슷한 콘셉트의 검은색 목폴라티와 청바지를 입었다.
남편의 안부를 물으면서 가볍게 대화가 시작됐다. 그분 말인 즉 위염이나 위궤양 진단을 받은 걸 고지하지 않고 보험을 드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조사하는 것이며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라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셨다.
그분이 집 근처 병원들을 돌아볼 수 있도록, 복사해온 남편의 신분증과 위임장에 사인을 해드렸다. 의료비 연말정산 내역도 요청하셨는데, 필수사항은 아니라고 하셔서 거절했다.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데도 조사라는 말에 이상하게 긴장이 되었다. 남편이 운전 중에 경찰차를 만나면 본능적으로 쫄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못해본 경험을 참 많이 한다.
남편의 긴장감 어린 노력과 나의 이미지메이킹 덕분인지, 2주 정도 걸릴 거라던 보험금은 이튿날 바로 통장에 들어왔다. 봐라. 우린 털어도 먼지 하나 안 나온단 말이다. 우하하.
행복은 예기치 못한 기쁨에서 온다. 남편이 조기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다음으로 기쁘다. 진정이 잘 안 되고 자꾸 들뜬다. 소파부터 바꿀까. 대따 큰 TV를 플렉스 할까. 여행을 갈까. 아니지. 생활비로 써야지.
좀 떠서 CF 찍고 목돈 들어온 연예인들이 들떠서 연예인병 걸리고 건방져지고 그러는 게 이제 이해가 된다.
"돈 들어오니까 좋죠? 내가 돈 벌어왔죠?"
남편이 윙크를 하며 자기가 암테크를 잘했다고 한다. 철따구니 없는 남편의 등짝을 때려주었지만, 오늘따라 왠지 잘생겨 보인다.
역시 돈은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