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퇴원하는 날

어? 집에 노숙자가 있네.

by 바다숲


참말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남편이 온다. 곰팡이를 제거하고 페인트칠을 했고, 청소를 마쳤고, 쓰레기도 다 갖다 버렸고 이번 학기 과제도 전부 제출했다. 심지어 처음으로 주방 후드까지 떼서 광이 나게 닦았다. 큰 비닐봉지에 후드를 넣고 뜨거운 물, 베이킹 소다, 주방세제를 넣고 4분 정도 마구 흔들어 주고 10분 정도 두었다 꺼내서 칫솔로 박박 문질렀다. 이걸 다 내가 해내다니 믿을 수가 없다.


남편이 좋아할 것이다. 깔끔한 성격이라 샤워하면서 매번 화장실 청소를 하고, 바닥에 머리카락이 떨어지거나 먼지가 까끌거리는 것을 못 참고, 설거지 때마다 가스레인지를 분해해서 청소한다.

그리고 앞으로 내 밥, 남편 밥 따로 하지 않고 식단을 같이 하겠다. 이미 과체중 단계를 지나 비만에 안착한 것 같다. 지금 건강검진을 받는다면 고지혈증에 당뇨 콜레스테롤까지 오만가지 병이 다 나올 것 같다.

평일이라 수월하게 퇴원 수속을 밟고 수납까지 마친 후 후련한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우겨서 가방을 메고 짐을 들고 택시에 올라탔다. 남편이 어색해하는 것 같아서 나도 어색했지만 먼저 손을 잡아주었다. 집에 오자마자 남편은 샤워를 했다. 수술을 한 자리가 아직 덜 아물어서 목욕은 안 되고 샤워만 가능했다.


새로 산 옷을 건네주었다. 옷이 그새 또 커졌다. 샤워 후 집을 둘러보던 남편은 청소 상태에 깊은 감명을 받은 듯했다. 고생했다며 용돈을 준다고 몸을 숙여 비상금을 숨겨놓은 서랍을 뒤지는 걸 옆에서 보는데 쇄골에 물을 따라 마셔도 될 것 같다.

건조한 피부에 바디로션을 발라주며 보니, 거의 실험실 시체 수준으로 충격적으로 말랐다. 원래도 마른 체격의 남편은 외계생명체처럼 마르고 어두운 안색은 시커매졌다. 몸의 모든 뼈의 생김새와 갈빗대가 하나하나 선명히 보인다. 다섯 군데 구멍이 뚫렸던 배의 수술 자국이 빨갛게 부풀어 올라 선명했다.


“남편, 기분이 이상해. 겨우 2주 못 봤는데 너무 어색해. 첨 보는 노숙자가 내 집에 와 있는 거 같아.”

말하면서 환자 영양식 음료를 건네주었다.

“와 병원보다 훨씬 맛있어. 똑같은 건데 왜 더 맛있지? 병원에서는 좀 느끼했거든. 입맛도 없고. 와 집이 최고네. 와 집에 오니까 너무 좋다. 와 집 엄청 깨끗하네. 완전 호텔이네~청소하느라 엄청 고생했네~”

집에 와서 신이 난 것 같다. 흰죽만 줘도 맛있다고 난리다. 어색하기도 하고 걱정이 산더미지만,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지금은 마음이 편안하고 흐뭇하다. 이제 간병만 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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