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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숲 Oct 24. 2022

여성이 면접에서 받는 차별에 관한 단상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에 의하면, 사업주는 채용 시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되며,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용모ㆍ키ㆍ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등을 요구하거나 수집해서는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슈퍼모델처럼 신체조건이 직무수행에 꼭 필요한 직업이 아니라면 위와 같은 정보를 수집하거나, 그를 이유로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십여 년간 직업상담사로서 차별적 면접 증인이기도, 면접의 당사자이기도 했다. 따라서 면접에서 여성지원자들이 받는 외모 차별과, 차별적 질문의 사례를 소개하고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웹디자이너를 지망했던 나의 첫 고객은 100킬로그램이 훌쩍 넘는 거구의 청년이었다. 동행면접을 갔는데 그는 대단히 긴장하여 그야말로 땀을 분수처럼 쏟았다. 사장은 경력과 실무 관련 질문을 하고는 직접 제작한 홈페이지가 있다면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컴퓨터 모니터를 사장 쪽으로 돌리고 일어나 그 옆으로 가서 엉거주춤 허리를 구부린 채, 설명을 했다. 나도 뒤에 서서 봤는데, 언뜻 봐도 허접한 홈페이지였다.   


사장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합격’을 외쳤고, 그가 먼저 퇴장한 후에 물어보았다.

합격자 발표가 1주일 후던데,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드셨어요?”  

사장은 활짝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따 만한 엉덩이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설명하는 모습이 열정적이고 간절함이 느껴져서 정말 좋았어요.”      

   


동료 상담사가 여성 구직자에게 취업하려면 살부터 빼라는 말을 하고 싶지만 차마 못 하겠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당시 신입이었던 나는, 그녀가 정말 뚱뚱해서 취업이 안 되는 거냐고 물었다. 그분은 딱 보면 모르겠냐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봤다.     


서류는 잘 통과하고도 매번 면접에서 탈락했던 그 여성 구직자는 이듬해 내가 담당자가 되었다. 이번에도 빛의 속도로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업체에 탈락 사유를 묻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면접관은 다소 화가 나 있었다.     


“아니 거긴 면접 교육도 안 시켜요? 뭐 자다 깬 사람처럼 옷도 머리도 엉망이고 운동화 찍찍 끌고 온 게 성의가 하나도 없었어요. 면접의 기본이 안 되어 있던데요.”


그녀도 웹디자이너를 지망했다. 그럼 외양만 보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경력을 묻고 홈페이지를 보여 달라고 했어야 했다. 남자 구직자와 동행한 면접에서 옷차림이나 외모를 문제 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십 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민간위탁기관에 면접을 보러 간 적이 있다. 1차 면접이 끝나고 바로 일대일 임원면접이 이어졌다.

“남자 친구 있어요?”

“사적인 질문이라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결혼 계획 있어요?”

“사적인 질문이라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자신감 있는 건 좋은데, 건방지다는 얘기 가끔 듣죠?”    

    

이후 수많은 동행면접을 진행하며 여성 구직자들이 흔히 겪는 일임을 깨달았다. ‘남자 친구, 결혼 및 출산’과 관련한 질문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어느 날, 결혼 일 년 차 여성 구직자분이 오셨다. 인상도 좋고 경력도 길고 최근에 자격증도 취득했는데, 계속 면접에 떨어졌단다. 지쳐서 그만  포기하고 싶다고 했다.

몇 번의 상담 후에, 탈락의 이유가 출산 계획을 묻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했기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무조건 NO라고 답하라고 했다.


“거짓말을 하라고요??”

“거짓말이 아니에요. 그들도 알아요. 오늘까지 솔로였던 사람도 갑자기 눈이 맞아서 낼모레 결혼할 수도 있다는 걸요. 또 출산 계획이 있어도 잘 안 될 수 있고, 계획하지 않았는데 생기기도 하고, 그렇게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는 걸 그들도 잘 알아요. 지금은 선생님을 뽑을 명분 필요한 거예요. 면접 때만큼은 그들이 원하는 답변을 주세요.”

힘주어 말했고, 다음 면접에서 바로 합격했다.


우리가 자격증을 따고 경력을 쌓는 것도 나를 뽑을 명분을 주기 위해서다. 우리 중 누구도 한 치 앞을 모르지, 현재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여 나를 어필하고 명분을 획득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성과를 원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결혼 및 임신 출산으로 인한 업무공백이 우려될 것이다. 하지만 길어봤자 1~3년, 출산 및 육아휴직과 관련된 제도를 활용하고 대체직원을 뽑는 등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회사와 오래도록 함께 걸을 동반자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방대한 채용 차별 문제에 관해 논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외모가 당락의 주요 요소로 작용하고, 질문이 달라진다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왜 같은 업무에 지원하는데도 여성의 옷차림과 체중만 문제 삼는가? 다수의 면접관이 보수적인 중년 남성인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전부 설명되지는 않는다.


먼저 남성에겐 한없이 관대하면서, 여성의 외모에는 엄격한 사회의 이중 잣대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남성이 살이 찌면 성격이 유해 보이고, 체격이 좋다며 포장하기 바쁘고, 여성이 살이 찌면 게으르고 자기 관리를 못한다며 깎아내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앞으로는 공공과 민간 부문을 막론하고 성별 공통의 표준 면접 질문지로 대체되어야 할 것이다. 여성에게 불리한 차별적 질문은 불합격을 낳고 결혼과 출산을 더욱 기피하게 될 것이다. 남자든 여자든 간에 일하려는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일전에 견학한 ‘충북여성새일센터’의 장은 고졸에 2개월 계약직이었다가 전국 최초, 최연소 여성 센터장이 된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돕는 센터의 장들이 대부분 남자라는 것 또한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그분이 강의를 마치며 말했다.     


“한국이 이렇게 눈부시게 발전했는데도 왜 계속 제2, 제3의 IMF 상황을 맞는 줄 아세요? 바로, 능력 있는 여자들이 죄다 집에만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의지로 나오기가 힘든 상황이죠. 그들이 사회적 장애물 없이, 편견이나 차별 없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직종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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