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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숲 Oct 22. 2022

두부 환불 원정기


겨우 두부를 환불하러 가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두근대는지. 다이어터라면 기본적으로 먹지 않아야 마땅하나, 나이 드니 굶는 것은 불가능해서 두부를 자주 먹는다. 항상 병원 사거리 초입에 위치한 과일가게에서 두부를 산다.      


두부온 지 삼일이 지난 오늘. 살짝 구워 접시에 놓고, 고추 장아찌도 가져와 상에 두었다. 고추 장아찌와 함께 입에 넣었는데 시큼한 탄산처럼 톡 쏘는 맛이 올라왔다. 장아찌가 쉰 건가 싶어 두부만 먹어보았다. 윽. 진짜 상했다. 냉장고에  다른 두부도 마저 꺼내왔다. 밀봉된 비닐을 죽 잡아 뜯었, 원래는 찰랑거리면서 흘러야 할 물이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모만이었으면 참아 보려 했는데 두 모나 이리 이상,

 ‘반드시 두부의 실상을 알려 연쇄적인 피해를 막아한다.’는 생각으로 비장하게 옷을 차려입었다. 비닐봉지 입구를  틀어쥐고 걸어가는데 날씨는 또 왜 이리 뜨거운지 집을 나오자마자 돌아갈까 고민이 되었다.


어뜩하지. 환불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뭐라고 말하지. 화를 내볼까? 아~그건 진짜 오버야. 그래도 웃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 그냥 갈까?


생각이 많아질수록 점점 긴장이 되었지만,

'이런 일 하나도 제대로 처리 못하면 어른이라고 할 수 없지.' 하생각을 붙잡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10분도 채 안 되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저만치 가게가 보이자 괜스레 조급해져서 생전 안 하던 무단횡단을 했다. 빨리  상황을 종료하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쥐어짜서 가게로 들어갔다.


카운터에는 주인아주머니가 계셨다. 티 나게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뒤에 서 차례를 기다렸다. 차분하자... 되뇌었지만 심장이 빨리 뛰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두부탁자에 올려놓고 누가 들을세라 게 말했다. 목소리를 크게 안 한건 참 잘한 것 같다. 꽤 침착해 보였을 것이다.


“저기 ... 두부가 상했어요.”

“두부가? 그럴 리가 없는데? 언제 사 갔는데?”

“토요일 날 사갔는데요. 한 모만 상했으면 그냥 먹으려고 했는데요. 두 모가 다 상해서 가지고 왔어요. 여기 보시면요. 얘는 물이 꽉 차 있었는데도 상했고 는 처음부터 물이 아예 없었어요. 둘 다 상했어요.”


주저리주저,  돈 꾸러  사람 같다. 아주머니는 표정변화없이 어깨를 으쓱하며 냉장실 블라인드를 내리면서 말씀하셨다.

아~원래 냉장실 칸막이를 이렇게 닫아놔야 되는데. 바빠서 못했네. 워낙 더워서~~ 두부 2개 가져가.”

“음. 괜찮을까요?”아주 소심하게 의구심을 표출했다.

“오늘 들어온 거라 괜찮아. 나 참 이렇게 두부 환불해주긴 내 평생 처음이네.”

살짝 웃어주시는데, 무서웠다.




두부를 도로 가지고 오는 건 계획에 없었다. 그래도 예전에는 해볼 생각도 않고 그저 운이 나빴다 하고 말았는데, 당당하게 교환받아왔다. 뭉친 어깨가 삭 풀리는 것 같다. 잘했다. 잘했어!

긴장한 탓인지 더워서인지, 개콘의 잠복근무 형사처럼 땀이 분수처럼 쏟아졌지만, 기분은 소나기처럼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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