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두부를 환불하러 가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두근대는지.다이어터라면 기본적으로 먹지 않아야 마땅하나, 나이 드니 굶는 것은불가능해서 두부를 자주 먹는다. 항상 병원 사거리 초입에 위치한 과일가게에서 두부를 산다.
두부를 사 온 지 삼일이지난오늘. 살짝 구워 접시에 놓고, 고추 장아찌도 가져와 상에 두었다. 고추 장아찌와 함께 입에 넣었는데 시큼한 탄산처럼 톡 쏘는 맛이 올라왔다.장아찌가 쉰 건가 싶어 두부만 먹어보았다. 윽. 진짜 상했다. 냉장고에 다른두부도 마저 꺼내왔다. 밀봉된 비닐을 죽 잡아 뜯었는데,원래는 찰랑거리면서 흘러야 할 물이 단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한 모만이었으면참아 보려 했는데 두 모나이리된 이상,
‘반드시 두부의 실상을알려연쇄적인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비장하게 옷을 차려입었다. 비닐봉지 입구를꽉틀어쥐고 걸어가는데 날씨는 또 왜 이리 뜨거운지 집을 나오자마자 돌아갈까 고민이 되었다.
‘어뜩하지. 나 환불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뭐라고 말하지. 화를 내볼까? 아~그건 진짜 오버야. 그래도 웃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 그냥 갈까?’
생각이 많아질수록 점점 긴장이 되었지만,
'이런 일 하나도 제대로 처리 못하면 어른이라고 할 수 없지.' 하는 생각을 붙잡고성큼성큼 걸어갔다. 10분도 채 안 되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저만치 가게가 보이자 괜스레 조급해져서 생전 안 하던 무단횡단을 했다. 빨리이 상황을 종료하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쥐어짜서 가게로 들어갔다.
카운터에는주인아주머니가 계셨다. 티 나게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줄 뒤에 서 차례를 기다렸다. 차분하자... 되뇌었지만 심장이 빨리 뛰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두부를 탁자에 올려놓고 누가 들을세라 작게 말했다. 목소리를 크게 안 한건 참 잘한 것 같다. 꽤 침착해보였을 것이다.
“저기 ... 두부가 상했어요.”
“두부가? 그럴 리가없는데? 언제 사 갔는데?”
“토요일 날 사갔는데요. 한 모만 상했으면 그냥 먹으려고 했는데요. 두 모가 다 상해서 가지고 왔어요. 여기 보시면요. 얘는 물이 꽉 차 있었는데도 상했고 얘는 처음부터 물이 아예 없었어요. 둘 다 상했어요.”
주저리주저리, 꼭돈 꾸러 온 사람 같다. 아주머니는 표정변화없이 어깨를 으쓱하며 냉장실 블라인드를 탁 내리면서 말씀하셨다.
“아~원래 냉장실 칸막이를 이렇게 닫아놔야 되는데. 바빠서 못했네. 워낙 더워서~~두부 2개 가져가.”
“음. 괜찮을까요?”아주 소심하게 의구심을표출했다.
“오늘 들어온 거라 괜찮아. 나 참 또 이렇게 두부 환불해주긴 내 평생 처음이네.”
살짝 웃어주시는데, 무서웠다.
두부를 도로가지고 오는 건 계획에 없었다. 그래도예전에는 해볼 생각도 않고 그저 운이 나빴다 하고 말았는데, 당당하게 교환받아왔다. 뭉친 어깨가 삭 풀리는 것 같다.잘했다.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