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철학하다 중1 1학기부터
여러분, 혹시 의대를 가고 싶은 친구 있나요?
특히 위(胃) 관련 의사, 그러니까 소화기내과나 외과를 꿈꾸는 친구라면, 사람 몸속 장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해부’를 통해 살펴본다는 걸 잘 알 거예요. 해부는 몸의 구조를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크게 보이던 덩어리를 잘게 나누어 분석하는 일이죠.
그런데 여러분, 우리도 숫자를 ‘해부’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숫자도 사람처럼 겉으론 하나로 보이지만, 안에는 아주 다양한 조각이 들어 있어요. 마치 위, 간, 췌장처럼요. 바로 그 작업이 오늘 우리가 배울 소인수분해(Prime Factorization)라는 수학 활동입니다.
‘소인수분해’란, 하나의 자연수를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작은 수들”, 즉 소수(prime number)의 곱으로 분해하는 것이에요. 이걸 듣고 어떤 친구는 말할지도 몰라요. “소수? 그게 뭐야, 그냥 외톨이 숫자 아냐?”
사실 소수는 혼자 있는 숫자가 아니라, 수의 세계를 지탱하는 기본 단위랍니다. 북한에서는 ‘소수’를 ‘씨앗수’라고 부르기도 해요. 수의 줄기를 이루는 씨앗이라는 뜻이죠. 모든 수는 이 작은 씨앗들을 곱해서 자라난 것이에요.
이걸 알면 어떤 느낌이 드냐면…
우와, 12라는 수는 사실 2 × 2 × 3이라는 작은 소수들이 만나서 만들어졌구나!
마치 근육이 세포로 구성되어 있듯이, 수들도 보이지 않던 작은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되죠.
숫자를 소수로 분해해 보면, 그 수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가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수는 여러 사람에게 공평하게 나눌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고, 어떤 수는 절대로 공평하게 안 나눠져요. 그 이유는 ‘해부’ 해 보면 딱 나와요. 13처럼 소수로만 이루어진 수는 딱히 쪼개질 수가 없고, 12나 24처럼 여러 소수들의 곱으로 이루어진 수는 나눠주기 딱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이처럼 소인수분해는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숫자의 태생적 성격과 구조적 비밀을 알아내는 도구예요. 이건 마치 해부학자가 신체를 이해하듯, 수학자가 수를 해부해서 그 성격을 이해하는 일이죠.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죠. 우리가 수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를 알아내는 일은, 마치 언어에서 철자를 배우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단어는 글자들이 모여서 만들어지고, 글자는 다시 소리나 의미의 최소 단위로 나뉘어요. 수학에서 ‘소수’는 그런 철자에 해당합니다.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알파벳이나 한글 자모를 배우듯, 수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수를 배워야 해요. 이걸 잘 이해하면, 훗날 더 복잡한 수 체계나 암호, 통계, 함수 같은 개념도 훨씬 쉽게 받아들일 수 있죠.
소인수분해는 우리가 수학이라는 언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기초 문법 같은 것이에요. 그냥 외우는 게 아니라, “왜 이게 중요한가?”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수의 뼈대를 보는 눈을 길러보는 것—그게 바로 이 장에서 여러분이 하게 될 가장 멋진 일입니다.
자, 이제 본격적인 수학의 해부학 수업으로 들어가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