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삶이 바뀐 순간〉

『가문비나무의 노래』 리뷰 마지막

by 지경선

5. 울림 있는 삶을 위하여


《가문비나무의 노래》 는 제게 있어 한 편의 영적 교향곡 같았습니다. 척박한 땅에서 자라난 나무가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이 되기까지의 모진 여정이, 곧 우리 인생의 축소판처럼 느껴졌습니다.


슐레스케는 말합니다. “은혜는 인간의 할 일을 절대로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다만 인간을 통해서만 효력을 나타냅니다.” 결국 삶이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며,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 울리기를 원한다는 것이지요.


은혜는 우리더러 ”포기하지 말고 자기가 누구인지 배우라. 오로지 자기 자신이 되라”고 속삭입니다. 저는 이 구절이 참 좋았습니다. 마치 “모든 악기는 자신만의 고유한 공명판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격려하는 듯해서요.


남의 인생을 흉내내지 말고, 내게 주어진 공명판으로만이 낼 수 있는 나만의 울림을 세상에 들려주라는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고백합니다. “나는 살아가는 동안 귀 막히고 실망스럽고 어려운 시기가 닥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려 합니다.”


성숙한 믿음이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신의 신비 앞에 머리 숙일 줄 아는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겠지요. 모든 일이 내 뜻대로 술술 풀리지 않아도, 오히려 그 예기치 않은 굴곡 속에서 신앙의 참된 경외심과 사랑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으로 느껴졌습니다.


“삶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신을 향한 경외입니다. 이렇게 신을 두려워하는 것은 사랑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본질적인 부분입니다.” 이 문장은 제 오랜 의문에 답을 주었습니다.


왜 신을 경외하는 것이 사랑과 양립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내 뜻을 내려놓고 신의 크심을 인정하는 경외심이 결국 신에 대한 깊은 사랑의 표현임을 이제 알 것 같습니다.


믿음의 길에서 느끼는 고통이나 의문도 어쩌면 우리 삶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려주는 사랑의 신호일 수 있다는 대목에서는 울컥하는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끝으로, 슐레스케가 들려준 공동체와 사랑의 메시지로 글을 맺고자 합니다. 바이올린을 만들 때 쓰이는 송진(수지), 염료, 기름 등의 재료들은 그 자체로는 목적이 아니라고 합니다.


각각이 적절한 농도와 비율로 섞일 때 비로소 최고의 소리를 내는 마감재가 되지요. 이를 두고 저자는 ”수지도, 염료도, 기름도 그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은 적절한 농도에서, 적절한 양으로 쓰일 때 저마다 지닌 재능을 한껏 바로 엽니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이 비유를 사람에게로 확장합니다. 우리 각자의 재능과 개성도 혼자 빛나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를 위한 사랑 안에서 쓰일 때 가장 큰 울림을 낸다는 것입니다.


따뜻한 온도가 여러 재료를 잘 혼합하듯, ‘따뜻한 온도’는 사랑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재능을 나의 것 이상으로 귀히 여겨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재능을 더 귀하게 여길 때 공동체가 살아납니다.” 라는 말은 각자의 울림이 모여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는 공동체의 모습을 그려보게 합니다.


서로의 소리를 시기하거나 죽이는 것이 아니라, 더 살려주고 북돋워줄 때 우리 공동의 선율이 완성될 것입니다.


결국 나 자신의 울림을 찾는 일은 나 혼자만의 과제가 아니라, 공동체와 함께 이루어가는 심포니임을 깨닫게 되었거든요.


책의 마지막 질문처럼 스스로에게 되묻습니다. “당신은 공동체를 살리는 사람입니까?” 나의 재능과 삶이 과연 다른 사람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지, 나는 내 울림으로 공동체에 기여하는 사람인지 숙연하게 성찰해 봅니다.


《가문비나무의 노래》는 제게 삶의 울림을 찾아가는 길을 보여준 고마운 나침반이었습니다. 척박한 땅에 뿌리내린 나무가 아름다운 소리를 품었듯이, 우리도 각자의 어려움 속에서 자신만의 노래를 키워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앞으로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면 이 책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제 삶의 공명판을 정성껏 다듬어 갈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저도 가문비나무로 만든 바이올린처럼, 오랜 시간 견딘 삶의 울림을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기를 조용히 꿈꾸어봅니다.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김진숙 언니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언니가 이 책을 선물로 주지 않았더라면 이 울림 가득한 책이 저에게 오기까지 몇년의 세월이 걸렸을지 모르겠습니다.


언니 앞으로도 제 삶의 노래를 함께 찾으며 걸어가요. 고맙습니다.


이 글은 브런치 매거진 《읽고 삶이 바뀐 순간》의 일부입니다.

다음 책은 『궁극적인 것의 용기』(폴 틸리히)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불안을 외면하지 않고,

존재의 가장자리에서 하나님을 다시 찾는 여정.

그 길 위에서, 저는 또 한 번 쓰고, 묵상하며 살아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