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1 3장 0이라는 발명 — 없는 것을 숫자로 만들다
여러분, 혹시 0이라는 숫자를 보며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사과 한 개, 두 개, 세 개… 이런 건 알겠어요. 그런데 사과가 0개라고 하면, 그건 대체 무슨 뜻일까요? 아무것도 없는데, 그걸 ‘숫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놀랍게도, 수학에서는 그걸 하나의 ‘숫자’라고 해요.
심지어 수 체계 안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0은 정말 이상한 친구예요.
예를 들어,
어떤 수에 0을 더하면 그 수는 그대로예요.
그런데 곱하면? 갑자기 모든 수가 0이 되어버려요!
나누려 하면? “정의되지 않음”이라는 금단의 경고가 튀어나와요.
어때요, 조금 무서운 느낌도 들죠?
수학자들도 이런 0의 성질을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했고, 어떤 문명에서는 0을 아예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이 숫자는 ‘없는 것’을 나타내면서도 실제로 뭔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거든요.
그건 마치 투명인간이 교실에 앉아 있는데, 선생님이 출석 체크를 해주는 것 같달까요?
■ 없는 것을 어떻게 셀 수 있을까?
우리는 보통 숫자를 무언가 ‘있는 것’을 셀 때 사용해요.
책상 위에 사과가 3개 있다면, 그걸 세어서 3이라고 부르죠.
하지만 사과가 하나도 없으면? “0개”라고 해요.
그런데 이건 잘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에요.
없는 걸 어떻게 셀 수 있을까요?
이건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에요.
실제로 고대의 수학자들은 이 문제 때문에 수천 년 동안 고민했어요.
‘없는 것’이라는 개념을 ‘있는 것’처럼 다루는 건,
철학적으로도 아주 깊은 질문이거든요.
미국의 수학사학자 로버트 캐플런(Robert Kaplan)은 이렇게 말했어요.
“이름은 무언가에 붙지만, 0은 아무것에도 붙지 않는다.
0은 거기에 존재하지 않는 모든 것의 총계이다.”
와, 멋있지만… 조금 무섭기도 하죠?
■ 서양 철학은 0을 두려워했다?
이 이상한 숫자 0에 대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특히 거부감을 가졌어요.
그는 “자연에는 빈 공간(진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어요.
그 말은 곧, ‘아무것도 없는 상태’는 있을 수 없다는 뜻이에요.
0이라는 개념은, 그의 철학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거였죠.
왜일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무(無)’가 있다는 생각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본 거예요.
세상에는 언제나 어떤 ‘존재’가 있고, ‘없음’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그는 수학에서조차 0을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그 결과, 그리스 수학은 아주 훌륭했지만,
0을 포함한 수 체계를 만들지는 못했어요.
그들에겐 1부터 시작하는 자연수가 전부였던 거예요.
■ 반면, 인도와 불교에서는?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요.
인도에서는 ‘없는 것’에 대해 전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인도의 산스크리트어에는 ‘숭야(śūnya)’라는 말이 있었어요.
뜻은 바로 ‘텅 빈’, ‘공허한’, ‘무’
불교에서는 이걸 ‘공(空)’이라고 번역해요.
그런데 이 ‘공’은 단순히 없는 게 아니에요.
모든 존재가 본질적으로 비어 있으며, 영원한 실체가 없다는 깨달음을 뜻해요.
불교 경전 《반야심경》에서는 이렇게 말하죠.
“색즉시공, 공즉시색.”
형체 있는 모든 것은 본질적으로 공(空)하고, 공한 것이 곧 형체를 이룬다.
이 얼마나 놀라운 철학인가요?
이런 사유 전통 위에서, 인도 수학자들은 0이라는 숫자를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왜냐하면, 그들에게 ‘없는 것’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하나의 중요한 상태이자 가능성이었으니까요.
■ 0은 결국, 무와 유의 경계선에 있는 존재예요
그렇다면 여러분,
0이라는 숫자를 이제 어떻게 봐야 할까요?
그건 ‘없음’을 나타내지만, 그 자체로는 분명히 어떤 역할을 하며 존재하고 있어요.
모든 수를 없애버릴 수 있고,
수 체계의 시작점이기도 하며,
좌표평면의 중심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죠.
이건 마치,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선에 있는 신비한 숫자예요.
있음과 없음의 다리를 놓는 숫자, 0.
서양에서는 그걸 받아들이기까지 수천 년이 걸렸고,
인도와 불교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진실에 더 가까운 길이라 여겼죠.
■ 그래서, 0은 왜 이상한 숫자일까?
• 수학적으로 보면,
→ 0은 어떤 수에도 아무 영향을 주지 않거나, 모든 것을 사라지게 만들어요.
→ 나눌 수도 없고, 자기 자신을 나눌 수도 없는 숫자예요.
• 철학적으로 보면,
→ 0은 ‘무’이면서 ‘무가 아닌 것’이에요.
→ 우리에게 세상과 존재를 다시 묻는 질문이죠.
• 삶의 질문으로 보면,
→ “정말 아무것도 없는 건 없을까?”
→ “텅 빈 것에도 의미가 있을까?”
→ “나의 ‘0점’에서 인생은 다시 시작될 수 있을까?”
여러분이 지금 배우고 있는 0은,
단지 계산을 위한 숫자가 아니에요.
그건 수천 년 동안 인간이 “없음”을 어떻게 받아들여 왔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고,
우리가 무엇을 ‘있는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질문이에요.
0은 수학의 미스터리이자,
철학의 친구,
그리고 우리가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숫자예요.
자, 이제 다시 물어볼게요.
0은 정말 이상한 숫자일까요?
아니면, 가장 깊은 생각을 품은 숫자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