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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경선 May 16. 2024

책리뷰 1]『다정한 말 단단한 말』중년의 동화 읽기

책을 선물 받았다. 


'장애 아동의 이해'라는 과목을 CHA의대 의학과에서 가르치는 서새미 박사님에게서 말이다. 


새미는 동생이다. 

마음이 너무 이쁜 동생이다. 

아이들을 좋아한다. 

너무 좋아한다. 


시집도 안 간 처녀가 어떻게 저렇게 아이들을 좋아하나 싶을 정도이다. 

그 친구가 너무 좋은 책이라고 나한테 선물해 줬다.


너무 고맙다. 

감사하다.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해 생활에서 쓰면 좋겠는 말을 담은 교육용 동화이다.

나는 동화보다 시 같았다.

가르침이 시 형식으로 되어 있는 거 같아서, 자꾸 읽으면서 눈물이 나려고 한다. 


감동이 된다. 

그림도 이쁘다. 


그림이 뭔가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이제는 감동이 된다. 


둥근 얼굴의 아이가 

세상을 향유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소풍처럼 살아야 되는데,

숙제하듯 삶을 사면 안 되는데,

위의 책 표지 속 여자 친구처럼 

저런 마음으로 살고 싶어서 

릴리아 선생님의 그림에서 

큰 감동을 느낀다. 


감동이다. 정말.


내가 내 자녀에게 이런 따뜻한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우리 제자들에게 이런 말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게 하였다. 

내가 듣고 싶은 말들을 따뜻한 온도로 묘사해서 잘 쓰여 있어서,

읽는데, 세상에

주책맞게 눈물이 났다. ��


나이가 40대 후반 아줌마인데 말이다. 

눈물이 났다.


위의 다정한 말 단단한 말을 소리 내어 읽는데 목이 메는 걸 피할 길이 없었다. 

이런 말을 듣고 싶었던 걸까? 


어떻게 이렇게 

가슴에 '~찡한' 마음을 

단숨에 불러일으키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참 대단하다. 


이 책은 두 파트로 나뉘어 있다.   

     나에게 힘을 주는 단단한 말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다정한 말


나에게 힘을 주는 단단한 말 

편에서 『다시 하면 돼』를 읽다가 

눈물이 엄청나서 

혼자 창피해

울다가 웃다 했다. 


아이에게 정글짐에 올라가는 장면을 그림책에서 그리고 있다. 

다시 하면 된다고, 다시 올라가 보라고 저자가 나에게 힘을 주는 단단한 말로 내 마음을 위로한다.

내가 너무 위로를 받자,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수학을 가르치니까 말이다. 

'다시 하면 돼'라는 말이 일상이긴 하다.

"다시 하면 돼."

정말 나한테 수도 없이 해줬던 말이다. 


그게 언제냐고? 


수학과 공부를 시작할 때였다.

수학과를 30대 중반에 다시 들어갔다. 

이화여대 졸업하고, 연세대 교육대학원 졸업하고

또 공부한 것이다.


나는 내가 공부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알았다.

착각인 것을 말이다. 


30대에 시작한 20대들과 같이 하는 수학과 학사 공부를 절대 쉽지 않았다. 

한 학기하고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다. 

바로 마음에 합리화 논리가 나를 채웠다.


이대 나오고, 

연세대 교육석사면 됐지,

중간 기말에 숙제까지 많은 수학과를 다시 내가 왜 공부하나.

그래 수학과 학사 갖고 싶은 마음은 신포도야  신포도!


아무도 모른다. 

내가 어쩐지 

그런데 내가 왜 사서 공부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한학기하고 

힘들어서 그만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 아들들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엄마! 왕과 대통령이 뭐가 달라?"


그런데 나는 정말 1초도 망설임 없이 애들에게 설명해 줬다. 

권력분립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론과 그 이전의 존 로크의 이권분립론 영국의 명예혁명, 삼권분립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대해, 헌법적 의의에 대해 헌법의 구성과 제도들을 법학을 전공한 나는 그냥 술술 어떤 참고와 검색도 없이


바로 


설명하는 하는 나를 발견했다. 

말을 하고 나는 깜짝 놀랐다.

정말이다.


위의 말들은 정말이지 내가 20대 대학을 졸업하면서 외부에 어떤 대화에서도 입에 올려본 적이 없는 단어들이었는데, 갑자기 물어보는 아들들의 물음에 그냥 나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와 정말 깜짝 놀란 것이다.


생각도 고민도 없었던 날들을 10년 이상을 보냈는데, 그냥 너무 마음속 깊이 알고 있는 것에 내가 나에게 너무 놀랬다.


그런데 수학은 그런 게 있는가? 


자문해 보았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수학에는 그런 게 없었다. 

수학은 이런 문제가 이번에는 나왔고, 

저런 문제가 저번에 이렇게 나왔으니..


'이번 시험에는 이럴 거야'만 생각해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래서 돈은 벌었다. 


수학에 대한 어떤 서사도 제대로 된 것이 없는 내가 싫었다. 

제자들에게 부채의식이 느껴졌다. 

내가 채무자가 된 거 같았다.

나 자신이 갑자기 부끄러웠다.

그래서 수학과에 진학했다.


그런데 너무 어려웠다. 

너무 어려워서 미칠 거 같았다. 


그래서 안 해도 된다고 나 자신을 허위로 위로하며 한 학기만 하고 만 것이다. 

얼마나 나 자신이 한심한지.

그런 내가 부끄러웠다.


바보 같아서 말이다. 


이 정도에 그만두는 내가 너무 싫었다. 

그래서 다시 했다.


다시 하면 되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했다.

수학과를 휴학하고 있는 동안

고등과정 개념 강의를 다시 찍었다. 


중1-1~고3 강의까지 다시 모두 찍어보았다. 

다시 정리했다. 


계속 아이들 강의를 하루에 몇 개씩 찍고 보니까 600개가 넘었다. 

그리고 다시 수학과에 들어가서 복학을 했다.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잘하는 과목도 있고 못하는 과목도 있고,

열심히 한 과목도 있고, 열심히 못한 과목도 있었다. 


그렇게 수학과 전공과목을 들었다.


확률 및 통계

해석학 1

수학사

정수론

해석학 2

선형대수학 1

선형대수학 2

그래프이론

편미분방정식

복소함수론 1

현대대수학 1

현대대수학 2

집합론

이산수학

미분기하학

미분방정식

위상수학 1

위상수학 2


너무 어려워서 아직도 보면 힘든 과목이 있다.

그런데 그때 내가 나에게 계속했던 말이 있다.


지금은 못해도 괜찮아 경선아.

"다시 하면 돼"

그래서 수학과를 졸업해도 혼자 나는 전공수학 공부를 다시 할 때가 있다. 


지난겨울계절학기에도 너무 심리학과 철학책만 보니까 수학이 그리워서 다시 신청해서 공부했다. 


편미분방정식

현대대수학 2

현대기하학 1

대수학특강을 

다시 들었다. 


다시 해도 어렵다.

아~ 다시 하면 잘할 줄 알았는데, 

'조금만 수월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저절로 겸손해졌다. 


그래 괜찮아 경선아 "다시 하면 돼"

그렇게 또 나를 위로했다. 


나도 우리 제자들이 이런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다시 하면 되는 그래도 조금 여유 있는 마음 말이다. 


'그렇지 않은 세상이다', 책임을 묻는 비판의의 생각이 난다. 

그런데 나는 

책임을 따지기 보다, 

먼저 그런 마음으로 공부하는 것을 결심해보고 싶다. 


공부하는 나의 제자들과 

공부하는 나를 위해 

정글짐에 올라갈 때 한 칸씩 용기를 내어 올라가는 그 마음을 기억하며

나에게도

내 제자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

"다시 하면 돼"라고 전해주고 싶다. 


너무 좋은 어린이 동화책 『다정한 말 단단한 말』 리뷰를 통해 공부하는 선생님으로의 나 자신에게 또 열심히 공부하게 하는 결심을 하게 하는 행복한 글쓰기였던 거 같다. 


참 고마운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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