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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Oct 18. 2023

부활의 <비밀>

작사/작곡 김태원

안녕하세요?

이번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부활'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

https://youtu.be/ZDn8YxmzDUo?si=iR2bqgdoi3xQAepQ


너무나 보고 싶어서

보고 싶어 져서

가끔씩 홀로

두 눈을 감곤 해


너와 나

사랑을 하던 날들과

헤어지던 날을

난 간직하게 돼


너무나 그리워져서

너무 그리워서

너의 이름을

홀로 부르곤 해


너무 사랑해서

너무 사랑해서

넌 내 안에

늘 있나 봐 있나 봐


- 부활의 <비밀> 가사 중 -




빈 의자를 앞에 두고

네가 있을 때처럼

가끔씩 혼잣말을 해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게

니가 부르는 듯해

자꾸 뒤돌아보게 되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 많던 내 안의 상처들이

어느새 아물어 가


그 사이 설레던 너는

한 편의 시가 되었어


너무 보고 싶어서

가끔씩 홀로

두 눈을 감곤 해


우리 사랑하던 날

헤어지던 날

내 마음 제대로

자리하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너무나 그리워져서

너의 이름을 불러봐


널 너무 사랑해서

헤어진 지금도

내 안에 있는 듯해서




부활은 1985년 결성되어 현재도 활동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최장수 밴드입니다. 기타리스트 김태원 씨가 중심을 맡고 있죠. 부활은 객원가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서 앨범마다 보컬이 바뀌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김종서, 이승철, 김재희, 박완규, 김기연, 이성욱, 정단, 정동명 씨 등 거쳐간 보컬 라인업만도 어마어마합니다. 물론 드럼, 베이스, 건반의 멤버도 적지 않게 바뀌었죠.

부활은 백두산, 시나위와 함께 80년대를 수놓은 대표적인 그룹사운드입니다. 김태원 씨는 한 때 3대 기타리스트로 불리기도 했죠. 요즘은 기타 신동들과 함께 유튜브도 하시던데 재밌더군요. 부활은 긴 세월만큼 그동안 많은 위기를 겪었지만 장장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룹명을 유지해 온 것이 참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이번 노래는 13집까지 발매한 정규앨범은 아니고 Collaboration 프로젝트 첫 번째 앨범에 실린 곡으로 박완규 씨가 보컬로 참여했습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로 들어가 보실까요?

개인적으로 김태원 씨가 작사/작곡한 노래는 공통적으로 특유의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서정적이기도 하구요. 이번 노래 <비밀>도 그런 정서를 피해 가지 않죠. 곡 중에서 비밀이라는 제목이 언급된 문장은 딱 한 부분입니다. '비밀처럼 계절이 흘러'죠. 시간이 몰래몰래 흐른다는 것일까요?

<비밀>이라는 노래는 나만이 간직하고픈 어떤 사랑을 표현한 제목이 아닐까 싶은데요. 첫 가사부터 살펴보시죠. 사실 이 노래는 전체적인 가사량이 그리 많지 않아서 한 구절씩 꾹꾹 눌러가며 살펴봐야 합니다. 이런 노래가 저에겐 개인적으로 좀 난감합니다.

첫 가사가 '빈 의자와 마주 앉아서/ 가끔 나 혼자서 말을 하고'입니다. 사랑하는 이가 떠났지만 앞에 있는 것처럼 혼잣말을 한다는 설정입니다. 둘이 아닌 혼자라서 쓸쓸하다 혹은 적적하다는 표현을 하기 위한 가사 전개네요.

다음 가사는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 자꾸 뒤돌아 보게 되고'입니다. 톤 앤 매너는 첫 가사와 유사합니다. 헤어진 상황에 잘 안착하지 못하고 지금도 사귀는 것인 양 사랑하는 이가 나를 부르지 않을까 나의 뒤를 따라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는 거죠. 그래서 뒤를 돌아보고요.

이처럼 비슷한 톤 앤 매너의 가사를 이중으로 놓은 것은 그만큼 감정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네요. 보고 싶어요가 아니라 너무너무너무 보고 싶어요라고 표현하는 것 같거든요. 이 노래는 이런 구조를 가진 가사가 꽤나 많습니다. 한자 정도만 다른 가사로 바꿔서 반복되는 구간이 많죠.

문제의 '비밀처럼 계절이 흘러/ 상처들이 아물어 가면'이라는 가사가 나오네요. 그렇게 상대를 그리워하다 보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정도로 다시 말해 부지불식간에 계절이 지나갔다는 표현입니다. 그 사이 당연히 덫났던 이별의 상처는 조금 가라앉으며 아물었겠지요.

'설레던 너는 설레던 너는/ 한 편의 시가 되고'로 이어지는데요. 설렘을 주던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 떠나간 후 그리워하다 일정한 시간이 흐렀고 그 사이 그 사람은 한편이 시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네요. 캬~. 엄청나게 아름다운 표현이네요. 작사가님 오랫만에 칭찬합니다. 시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네요.

그리고 후렴구로 들어갑니다. '너무나 보고 싶어서/ 보고 싶어져서/ 가끔씩 홀로 두 눈을 감곤 해'로 시작합니다. 보고 싶지만 보고 싶은 대상이 살아졌으니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상상 속에서라도 만나는 시도를 하는 장면이죠.

'너와 나 사랑을 하던 날들과/ 헤어지던 날을/ 난 간직하게 돼'로 이어지는데요. 왜 헤어지는 날까지 간직하는 것일까요. 보통은 좋았던 기억 위주로 남기잖아요. 노래의 화자는 사랑과 이별을 동시에 떠올리며 시작과 끝, 기쁨과 슬픔 모두를 품는 시적 감성을 지닌 사람이라서가 아닐까 싶네요. 하하하. 저도 이 부분은 해석이 대략 난감합니다. 오래간만에 강적을 만났네요. 아시는 분 해석 좀 부탁드려요^^ 댓글에 남겨주심 감사요.

'너무나 그리워져서 너무 그리워서/ 너의 이름을 홀로 부르곤 해/ 너무 사랑해서 너무 사랑해서/ 넌 내 안에 늘 있나 봐 있나 봐'가 마지막 가사인데요. 뭐 이 부분은 대체로 평이합니다. 굳이 설명을 달지 않아도 될 정도로요.

비밀은 감추고 싶은 어떤 사실일 겁니다. 감추었을 때가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그 사람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해서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죠.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비밀을 감추는 주체는 누구이고 그 비밀은 왜 감추어야 했는지가 궁금해지는데요. 비밀은 감추는 주체는 노래의 화자이고 노래의 화자는 한 때 사랑을 했고 지금은 이별을 한 어떤 사람이겠죠.

그다음으로 왜 비밀로 했을까 하는 부분이 남는데요. 주변의 야유나 비난을 받지 않으려고 단순히 감춘 것이 아니라 너무나 소중해서 애지중지 다루기 위해서 지난 사랑을 비밀처럼 간직하고 싶다 정도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별 후 지나 온 시간에 대해 '비밀처럼 계절이 흘러'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비밀에 붙이고 싶은 사랑과 이별. 여러분들은 이런 노래의 화자에 공감이 되시나요? 이런 사랑을 해 보신 분 있으신가요? 뭔지 모르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 깊은 사색에 빠지곤 하는 걸 봐선 과거의 향수같은 것을 건드리는 오묘한 무언가를 지닌 곡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럼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누구에게나 말하지 않은 비밀 하나쯤은 있죠. 특히 비밀은 누군가의 치부와 관련된 부분인 경우가 많죠. 어떤 비밀은 누설되는 경우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이 몰려오기도 하죠. 숨기려는 자와 찾으려는 자와의 대결이 예나 지금이나 다양한 스토리로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비밀은 많이 만들지 않고 사는 게 건강에 좋을 것 같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어요. See you. Coming Soon- (NO.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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