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의 <님 떠난 후>

작사/작곡 장덕

by GAVAYA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오늘의 주인공은 '장덕'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tkPOOmmiuW8? si=znIxcxzw4 Iu2 kfnd

나 혼자면 어때요 난 아직 어린걸


슬퍼지면 어때요 울어버리면 되지


떠난 님이 그리워 방황하고 있어요


미워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하나


- 장덕의 <님 떠난 후 > 가사 중 -




장덕은 1975년 데뷔했습니다. 자신의 곡을 직접 만들어 부르는 싱어송라이터의 선구자였습니다. 가수 이선희가 1996년 10집에 와서 자신의 자곡 한 앨범을 실은 것에 비하며 그녀가 얼마나 앞서갔는 지를 알 수 있죠.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한 작품 수만 136개입니다. 솔로 9장, 듀엣 4장, 참여음반 33장. 와우

아버지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첼리스트였고 어머니는 서양 화가였습니다. 예술의 피를 제대로 이어받은 셈이죠. 만 14세에 오빠와 함께 <드래곤 래츠>라는 듀엣으로 미 8군 주최의 파티 무대에서 데뷔했습니다. 안양예술 고등학교로 진학했고 남매는 <현이와 덕이>로 듀엣명을 바꾸죠.

그녀는 1977년 고등학교 1학년 나이로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합니다. 외모 덕인지 이후로는 그녀는 꽤나 많은 영화에서 러브콜을 받습니다. 가수 송창식의 추천으로 서울국제가요제와 제1회 MBC 대학가요제에 출전합니다. 그리고 <현이와 덕이>의 정규 1집을 발매하게 되죠.

1979년 그녀는 지구레코드와 계약하며 첫 솔로 앨범을 발매합니다. 1980년 그녀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고요. 음악과에 입학해서 대학 생활을 시작하죠. 그리고 결혼을 하고요. 1983년 귀국해서 그리고 가수로 복귀합니다. 1984년 솔로 2집을 발표하고 1985년 7년 만에 <현이와 덕이> 2집도 발매하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1986년 발표한 그녀의 솔로 3집에 실린 곡입니다. KBS 가요톱텐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죠. 제2의 전성기였습니다. 1982년부터는 코아기획이라는 프로덕션을 설립하고 매니지먼트 일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1989년 암 3기 판정을 받죠. 마지막 정규 5집을 남기고 세상을 떠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님 떠난 후'입니다. 제가 추측건대 이 노래는 장덕 씨가 자신의 이별 이야기를 담은 게 아닐까 합니다. 가사는 너무도 단순해 보이지만 이렇게 정리된 가사를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서죠. 하하하. 아니면 말고요.

'사랑했던 사람은 곁에 없지만/ 사랑했던 마음은 남아 있어요/ 홀로 남아 이렇게 생각해 봐도/ 어쩌면은 그것이 잘된 일이야' 부분입니다. 이별의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사랑했던 사람은 떠났지만 사랑했던 마음은 그대로다'가 바로 이 노래의 주제가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화자는 그런 상황이 긍정적이라고 말하고 있네요. 왜 그런 것일까요?

'어느 날 우연히 사랑을 알게 됐지만/ 사랑을 하면서 슬픔은 커져만 가고/ 서로가 서로를 더 깊이 이해 못 하며/ 우리의 갈등은 자꾸만 커져 갔지요' 부분입니다. 화자가 겪는 사랑과 이별의 서사입니다. 이렇게 4줄로 그 수많은 시간을 담다니 놀랍습니다. 하하하. 우연한 사랑-> 커져가는 슬픔 -> 이해하지 못하는 서로 -> 갈등 증폭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나 혼자면 어때요 난 아직 어린 걸/ 슬퍼지면 어때요 울어버리면 되지/ 떠난 님이 그리워 방황하고 있어요/ 미워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하나'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 가사를 참 좋아합니다. 이별 후 밀려오는 후폭풍을 화자가 방어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죠. 헤어져서 혼자가 됐지만 난 아직 어려서 또 다른 사랑을 하면 되고, 슬픔이 찾아오면 울어버리면 되고 처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어가 되지 않는 단 하나가 바로 미워할 수 없는 상대입니다. 그래서 방황을 택했죠. 캬~~~


음. 오늘은 '어쩌면은 그것이 잘 된 일이야'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즐거웠던 일과 슬펐던 일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봅니다. 사랑을 시작하는 것은 전자이고 이별을 겪으면 후자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사랑과 이별 사이에는 즐거움과 슬픔이 수도 없이 반복되고 기간도 상당하죠.

이 노래에서 화자는 상대와 교제하는 도중에 갈등이 커지면서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게 어느 일방의 잘못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죠. 그래서일까요. 화자는 헤어진 상대를 미워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러기 쉽지 않은 거 잘 아시죠?

화자는 이별을 겪은 사실을 놓고 '어쩌면은 그것이 잘 된 일이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남득이 되시나요? 아직은 나이가 어린 화자가 참 애늙은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사귀는 동안 힘들어서 좋은 모습으로 끝난 것에 안도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저는 이 가사에 과거를 보는 우리의 태도가 이랬으면 좋겠다는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좋은 일을 겪었을 때는 물론이고 좋지 않은 일을 겪었을 때도 이 가시를 읊조려 보면 어떨까 하고요. 특히 안 좋은 일을 당했을 때 그걸 한 번에 뒤집는 마력을 발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너무 자주 해서 감흥이 전혀 없을 정도죠. 얼마 전에 순방에서 돌아온 대통령이 현 사태를 두고 이번 기회에 재생 에너지 도입 속도를 높이자고 하더군요.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은 한 번도 편한 날이 없었는데 그것에 비하면 우리의 에너지 정책은 그동안 석유 중심에 갇혀 있었죠.

그 장면을 보면서 안 일어났어야 하는 전쟁이지만 '어쩌면은 그것이 잘 된 일이야'라는 가사를 혼자 던져봤습니다. 트럼트 2기가 출범하지 않았어야 했지만 그것도 미래에는 어쩌면 잘 된 일로 평가받을지도 모릅니다. 전 정부의 패착이 안 일어났어야 했지만 그것 역시 잘 된 일일 수 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사실 인간은 실수를 꽤나 많이 반복합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아마도 인간의 속성은 수천 년이 지났음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최근의 사태들을 보면 처음으로 이루어진 완전히 새로운 일들이라기보다는 과거의 반복에 가깝습니다.

한편으로는 반복되는 인간의 무능함을 탓해보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왕 일어난 일이니 잘 극복하며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들죠. 단순히 힘 센 걸 과시하려고 전쟁을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지구상에 벌어지는 대다수의 일은 다 '먹고사니즘'과 관련이 있죠. 핵무기나 미사일 이야기도 설득력이 없지만 저는 중국 저지와 달러 패권 사수가 이 전쟁의 본질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미국 수출하다가 중국 수출하게 되고, 중국 수출하다가 중동 수출하는 식으로 먹고사니즘의 모습을 바꾸게 될 겁니다. 기존의 질서를 깨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은 힘도 들고 불안하기도 하죠. 그래서 자발적으로는 하기도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듭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충격이 가해지면 속도도 나고 가는 길이 조금은 수월해지죠. 이 부분이 위기는 곧 기회다라고 하는 지점일 겁니다.

사랑에서도 떠난 님을 보며 그리워만 하는 것은 기존 경로를 고집하는 것과 같습니다. 상황이 바뀌었으면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현실에 맞게 변형을 꾀해야 합니다. 언제 와도 오게 될 것을 미리 주사 맞았다 생각하면서요. 그동안의 경로를 흔든 것에 잘 대응하면 그 일이 파격이나 혼돈에서 잘 된 일로 마무리될 수 있죠.

제가 낸 두 번 책 <참을 수 없는 이직의 가벼움>에서는 면접에서 탈락했을 때 이 말을 되뇌라고 써 놓았습니다. 자신의 정체성까지 바꾸며 그 회사의 입사에 성공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떨어지는 것이 훨씬 낫다고요. 들어가서 할 고생을 생각하면 말이죠.

지금까지 걸어온 자신의 발걸음을 보며 '그때 그렇지 말았어야지'라는 생각을 하기보단 '어쩌면은 그것이 잘 된 일이야'이라고 말해 보아요. 그것이 지난 과거와 화해하는 일일 수도 있고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응원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야구라면 사족을 못쓰는데 이번 주부터 WBC가 진행돼서 <브런치> 여력이 없네요. 하하하. 첫 경기 체코전을 이겨서 가벼운 발걸음이지만 오늘 오타니가 있는 일본과의 혈전을 앞두고 있어서 제가 다 긴장이 됩니다. 전력은 이번에도 일본이 한 수 위인 듯합니다. 배팅 업체가 있다면 우리나라가 승리할 확률을 20% 남짓으로 보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그만큼 이긴다면 짜릿할 것 같습니다. 저녁 7시니 잠시 시름을 내려놓고 관심 있는 분들은 꼭 챙겨 보시와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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