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나훈아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오늘의 주인공은 '나훈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aUVxdnaj7 Is? si=SNjuuKVDCsKcFpTo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발이라도 있으면은 님 찾아갈 텐데
손이라도 있으면은 님 부를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네
- 나훈아의 <잡초> 가사 -
나훈아는 1966년 데뷔했습니다. 올해가 데뷔 60주년이 되는 해네요. 정말 대단하죠? 외국에서 구해온 축음기가 집에 있을 정도로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하네요. 고향이 부산인데 서울로 유학도 왔고요. 원래는 성악가가 꿈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오아시스 레코드와 손잡으며 대중가수로 데뷔하게 됩니다.
<천리길>이라는 노래로 데뷔했다고 하나 이를 입증할 실물 음반이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거 가지고 계신 분 있으시면 대박일 듯요. 실물이 확인되는 건 1968년 발표한 <내 사랑>이라네요.
남진과 함께 그야말로 트로트의 전설이죠. 히트곡만 무려 120곡이나 됩니다. 하나하나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죠. 발표 앨범 수만 무려 200장 이상, 1,200곡 이상의 자작곡을 포함해서 3,000곡 정도를 취입했다고 하네요. 와우. 대충 계산해 봐도 1년에 50곡쯤 해야 하는 숫자죠. 거의 전무후무한 대기록이 아닐까 싶네요.
오늘 소개할 곡은 1982년 발매한 3집에 수록된 곡입니다. 이 앨범에 <울긴 왜 울어>가 동반 히트했죠. 많은 히트곡 중 이 노래를 선정한 이유는 제가 이 노래로 나훈아라는 가수를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하하.
그의 전성기는 1970년대였습니다. 1980년 후반부터는 방송 출연을 잘 하지 않았죠. 하지만 그의 공연장은 아직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유의 꺾기를 통해 트로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자존감 있는 예술가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가수 중의 가수라고 말하고 싶네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잡초'입니다. 아무 데나 볼 수 있지만 먹을 수도 없고 값을 주고 사지도 않는 볼품없는 풀을 가리키죠. 하지만 그 생명력만큼은 대단합니다. 아무리 밟고 못 살게 굴어도 기어이 되살아나는 그 끈질긴 힘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야' 부분입니다. 여기서는 두 가지 점을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잡초가 가지고 있는 장소적 특성과 이름이 명명되지 않는 점이죠. 그만큼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어 있어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한 잡초의 가련한 운명을 그리고 있습니다.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부분입니다. 잡초와 비교되는 것이 바로 꽃입니다. 꽃은 예쁘기도 하지만 나름의 향기를 가지고 있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사랑을 독차지하죠. 그에 비하면 잡초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받기엔 역부족입니다.
'발이라도 있으면은 님 찾아갈 텐데/ 손이라도 있으면은 님 부를 텐데' 부분입니다. 잡초는 식물입니다. 한 번 땅에 뿌리를 내리면 평생 그곳을 떠날 수 없는 운명이죠. 그러한 고정성은 한 마디로 제약입니다. 움직일 수도 없고 소리를 낼 수도 없는 극한의 상황. 여기서는 님을 향한 어떤 행동도 못하는 것을 언급합니다.
'이것저것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네' 부분입니다. 잡초가 처한 환경이 그야말로 처량합니다. 딱히 뭘 가졌다고 말하기가 거시기하죠. 그 안타까움을 두 번의 같은 가사로 읊조리고 있네요.
음. 오늘은 제목 '잡초'에 대해 썰을 좀 풀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마 이 노래는 처량한 화자의 처지나 상황을 잡초를 통해 그린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잡초가 가진 특징 중 장소를 특정할 수 없고 향기도 없고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갈 수도 없는 것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잡초에서도 우린 배울 것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언급할 것은, 지난번에 한 번 말씀드린 바 있는 것 같은데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잡초가 왜 전 지구상에 이리도 많은 지 늘 궁금했었는데요. 농사지을 때 곡식의 영양분을 빼앗아 가져가는 걸 방지하기에 잡초를 속아내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농부들에게는 아주 귀찮고 성가신 존재입니다.
그래서 좀 공부를 해 봤더니 잡초의 쓸모가 발견되더군요. 잡초는 뿌리로 땅을 파고 들어가서 땅속에 공기를 주입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땅이 공기를 주입받아야 비옥해진다고 하더군요. 만약 잡초가 없는 땅이라면 농사를 짓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죠. 농사엔 부정적인데 필수적이라고 해야겠죠.
저는 이런 잡초의 특성에서 '생물 다양성'이라는 의미를 읽습니다. 세상에 어느 것 하나 그냥 생긴 게 없는 거죠. 그걸 넘어 그 나름대로 다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다만 우리가 그걸 모르거나 그걸 찾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뿐이죠.
1,2차 세계 대전은 그야말로 생물 다양성의 종말이었습니다. 아군과 적군이라는 이분법으로 세계가 갈라졌죠.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은 틀리고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믿는 사람이나 세력 혹은 국가가 득실거리고 있죠. 전쟁이 안 났던 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우리가 기후 변화를 걱정하는 이유도 생물 다양성이 점점 파괴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 많은 벌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얼마 전에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바로 그런 거죠. 난개발을 무지막지하게 하면 거기서 살던 동물들이 어디론가 이동하면서 잘 구축되었던 먹이 사슬이 망가지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잡초는 식물 다양성의 기저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풀이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되는 식물 다양성의 지표 같은 것이죠. 우리 인간은 늘 있어 온 것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삽니다. 공기나 물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그것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부터 호들갑을 떱니다.
가장 볼 품 없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잡초지만 강한 생명력만큼은 타의 추정을 불허하죠. 아무리 뽑고 짓밟아도 며칠 지나서 가보면 더 무성하게 자라 있습니다. 장소나 시간 같은 환경에도 구애를 받지 않습니다. 벽 사이에도, 심지어 돌덩이에서도 뿌리를 박고 기생합니다.
이름이 잡초여서 그렇지 '생명력'이라고 명명한다면 쉽게 지나치지 못할 겁니다. 나를 죽이지 못하면 나를 더 강하게 한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녀석이죠. 오늘 오래간만에 강연을 들었는데 우리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것을 언급한 것 중에 으뜸은 수명을 뜻하는 '수'라는 글자였습니다. 첫 번째는 재능을 뜻하는 '재', 두 번째는 '복', 세 번째는 '운' 뭐 이런 식이었죠. 수긍하시나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종은 살아남는 종이다는 말도 되새겨 볼 만합니다. 딱 잡초가 그러하죠. 지금까지 살아남은 식물 중의 식물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쯤 되면 잡초가 이리도 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가 궁금해지죠? 잡초는 번식을 위해 에너지를 아끼지 않는다고 하네요. 일반적인 작물보다 수십, 수백 배 많은 씨앗을 퍼뜨리는 전략을 취한다고 합니다.
줄기 끝이나 뿌리에 있는 분열 조직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어서 재생력도 어마어마하다고 하고요. 잡초의 끝판왕은 '표현형 가소성'이라는 것인데, 환경에 따라 자신의 형태를 바꾸는 카멜레온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네. 잡초가 그러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죠.
우리 모두가 이러한 잡초의 쓸모와 생명력을 닮았으면 합니다. 어려운 일을 겪을수록 더 강해졌으면 합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트럼프의 말장난으로 세계가 요동치는 이때를 잘 견디고 버텨서 더 강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WBC 예선전에서 대한민국이 극적인 승리로 바늘구멍 같은 확률을 뚫고 마이애미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다른 표현도 많겠지만 오늘의 주제인 잡초 근성을 갖다 붙여도 괜찮을 듯합니다. 자신에게 있는 쓸모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무언가도 사실 그 나름의 의미와 재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걸 잘 찾아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쓸 수 있으면 싶네요. 여러분의 잡초는 무엇인가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