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야(SEEYA)는 김연지, 남규리, 이보람 3명의 멤버로 이루어진 여성 3인조 보컬 그룹입니다. 그룹명은 'See You Again'과 'See You Always'의 약자라고 하네요. 우리말로 '다시 만나자' '언제나 팬 앞에서 노래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하네요. 지금은 해체돼서 팀명대로 되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이 중 두 멤버는 아직도 개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겠네요.
씨야는 2006년 <여인의 향기>라는 곡으로 데뷔했고 <사랑의 인사><결혼할까요><미친 사랑의 노래> 등 히트곡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곡은 1집에 실린 곡입니다. 해당 노래가 인기가 좋아서 구두 시리즈가 추가로 2편 만들어졌는데 1집의 아성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로 들어가 보실까요.
<구두>라는 곡은 바이브의 류제국 씨가 작사/작곡한 곡입니다. 이 분 지난번 FT아이랜드의 <사랑앓이>에서도 등장했는데, 그만큼 많은 노래에 참여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여성의 구두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아마도 자신감 아닐까요? 높은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걸어가는 모습은 커리어우먼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또는 '당참'이라는 단어를 대변하기도 하죠. 여성스러움의 상징일 수도 있구요. 이번 노래에도 그런 이미지로 활용되었는지 첫 가사부터 찬찬히 살펴보시죠.
'헤어지기 위해서/ 미워하는 연습을 했어/ 너를 잊기 위해서/ 미워하는 연습을 했어'입니다. 헤어지기 위해서 연습이 필요한 것일까요? 갑자기 바뀐 일상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 않으니 그런 일련의 과정을 잘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그런데 그게 연습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잖아요.
어떻게 연습을 했나 봤더니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셨다네요. 하하하. '밥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시고/술로 다 채워버린 쓰린 속을 감싸 안은 채'이 부분이요. 그러니 연습을 했어도 실력이 늘지를 않겠죠. 술을 먹을 때는 잠시 잊은 것 같지만 술이 깨면 다시 살아나는 기억 그리고 말을 듣지 않는 몸뚱이까지 이중고죠.
그래서 이번엔 방향을 틀어봅니다. 떠나간 상대방을 향해 구애를 해 보죠. 이때 구두가 등장합니다. '높은 구두를 신고/ 진하게 화장을 하죠/ 한눈에 나를 알아보라고/ 날 보고 네가 흔들리라고'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여인이 구두를 신는 이유는 '마음이 떠난 상대방에게 비주얼적으로 눈에 띄려고' 입니다. 더 나아가서 화장을 통한 투 콤보로 그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다시 나를 바라봐주길 원하죠.
그게 잘 안 먹혔는지 다시 한번 같은 시도를 합니다. '더 높은 구두를 신고/ 또 한 번 화장을 하고/ 다시 나를 안아줄까 봐/ 혹시 네가 흔들릴까 봐' 부분요. 얼마나 간절했으면 구두 굽도 높여보고 화장을 다시 한번 해 보는 거죠. 그다음 이어지는 가사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핵심 사항이 아닐까 하는데요. 그런 자신을 보고 흔들려서 다시 내게로 와서 나를 안아주길 바라죠. 미인계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하지만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그 사람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절실함을 표현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구두가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왠지 비장함을 나타내는 도구로 활용된 것 같네요. 물리적으로 조금이라도 눈에 띄려고 자신의 신장을 몇 센티라도 올리려는 눈물겨운 사투의 모습에서 여성성을 극대화해서라도 상황을 되돌리고 싶은 거 아닐까요.
구두라는 노래명도 그렇고 그 구두에 헤어진 연인에 대한 갈망을 담는 시도가 참 참신하게 느껴집니다. 이 부분 작사가를 칭찬해도 무리는 아니겠죠. 여성분들에게 힐 높은 구두와 짙은 화장은 어떤 의미일까요? 뭔가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 싶은 바람의 투영이 아닐까요. 헤어진 연인에게 잘 보여서 그 마음을 돌려보려는 노래의 화자가 애처롭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이유이겠죠.
떠난 마음을 구두로 상징되는 외관으로 극복하는 시도는 당연히 성공하지 못할 겁니다. 여기서 구두와 화장은 한 남성의 마음을 돌리려 애쓰는 여성의 마음을 상징화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구두의 굽이 높아질수록 떠난 상대방을 그리는 마음이 배가 되어 더 놓치고 싶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는 역할도 하죠. 여러분들은 구두와 화장에 대한 저의 해석에 동의하시나요?
구두와 화장은 성적 매력을 뽐내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소개팅하러 갈 때 평소에 안 신던 구두를 신고 가거나 맨 얼굴이 아닌 화장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죠. 그런데 헤어진 연인이 돌아오라고 구두를 신고 화장을 진하게 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사랑했던 남자분이 구두와 화장을 평소에 너무 좋아해서는 아닐 거잖아요.
저는 남자여서 그 마음을 헤아리기가 너무 힘듭니다. 왜냐면 헤어진 여인이 그리 했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발길을 돌리진 않을 것 같거든요. 독백에 가깝다고 보는 게 타당하겠죠. 저는 떠난 마음을 잡기 위해서라면 미인계도 불사하겠다 정도로 이해하렵니다. '너 하나 밖에 모르는 네 여자이니까'라는 가사에서 보듯 한 사람을 향한 절절한 마음이 구두에 담겨 그에게 날 데려가 줘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무거움을 표현하고 있는 노래이지만 씨야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전체적인 화자의 감정이 잘 전달되고 있는 곡인 듯싶습니다. 이별 상황에서 구두가 이런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신박함에 다시금 머리를 조아리면서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은 브런치를 올리는 게 평소보다 많이 늦었습니다. 웬만하면 게재 시간을 지키고 싶었는데, 오늘은 여러 이유로 여의치가 않았네요. 그래도 내일 올리는 것보다는 오늘 늦게라도 올리는 것이 나을 듯싶어 이렇게 발송 버튼을 눌러봅니다. 다들 편안한 밤 보내시고요. See you. Coming Soon (NO.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