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러쉬(The Lush)는 유사라, 김민희, 김제이미로 구성된 3인조 여성 보컬 그룹입니다. 2013년 디지털 싱글앨범을 발표하면서 가요계에 데뷔했습니다. 멤버 모두가 데뷔 전에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했을 만큼 실력은 검증된 그룹입니다. 활동 기간이 4년 정도밖에 안 되는 점이 아쉽네요.
원래 팀명이 '러쉬'였는데 영어로는 '풍부한, 우거진'이라는 의미인데, 중국 진출을 하며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의미로 '더 러쉬'라고 2016년 개명을 했네요. 원래 데뷔 당시에는 군무를 하는 걸그룹이었는데 2주 만에 군무를 걷어내고 목소리로만 승부하는 보컬그룹으로 변신해 활동해 왔죠.
자 그럼 본업인 노래 가사로 들어가 보실까요? 이별하는 한 여인의 모습을 담고 있는 노래입니다. 노래 제목이 'yesterday'인데, 오늘이 이별하는 날이고 어제까지는 사랑했던 날이라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어제에 머물러 살고 있다는 심정을 노래한 곡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목을 'yesterday'가 아니라 가사에도 나오는 것처럼 'Living in Yesterday(어제를 살아)'라고 했으면 더 좋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첫 가사가 '어느새 우리는/ 지나버린 일처럼/ 추억이란 바람을 타고 흐르네요'입니다. 어제까지 사귀던 사이가 하루아침에 이별 상황으로 바뀌었으니 이 두 사건 사이의 시간의 간극이야 가늠할 수 없는 수준이겠죠. '추억이라는 바람을 타고 흐른다'는 표현이 상당히 시적으로 다가와서 좋습니다. 다음으로 나오는 가사가 '오늘이 지나면/ 난 이제 혼자겠죠/ 난 니가 필요한데/ 너 없인 안되는데/ 아직도 니 이름을 불러'인데요.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겨워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가사는 2절에서 '아픈 게 했던 말 날 위한 거죠/ 알면서도 듣고 있었죠/ 왜 그땐 (몰랐는지) 난 이제 와서 후회가 돼'라는 가사가 있는데요. 이 부분은 해석이 좀 난해했습니다. 상대방이 이별을 먼저 준비하고 일부러 모질게 대했다고 해석하니 노래의 화자가 후회한다는 것과 앞뒤가 맞질 않았답니다.
그래서 사귈 때 상대방에게 주었던 충고, 예를 들면 '너무 사람을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거나 '전화를 해서 본인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끊으면 안 된다' 식으로 연애 당시는 물론이고 추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에게 대해 말해 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노래의 화자 입장에서 그런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감싸주긴커녕 지적해 주는 상대방의 말이 아팠을 수 있고요. 그때는 철이 없어서 고칠 생각을 안 했는데, 이별하고 나서 성숙해져 보니 '상대방도 이런 나와 있을 때 꽤나 불편했겠구나. 그동안 그걸 인내하고 나랑 함께 해 준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를 후회한다고 해석하면 말이 되더라고요. 하하하. 여러분도 제 해석에 동의하시나요?
그러면서 후렴구로 진입하는데요. ' Living in Yesterday (지나갈 Yesterday)/ Living in Yesterday (떠나갈 Yesterday)'가 반복되며 노래의 화자가 과거에 머무르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코러스로 들어갈 (지나갈, 떠나갈 yesterday) 부분인데요. 그리 발버둥처도 어제라는 과거는 지나가는 거고 떠나가는 거다라고 말해주고 있죠. 과거에 머물러 있는 노래의 화자에게 제삼자가 현타를 선물하는 기법이 아닐까 하네요.
그래서인지 과거에 기대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추스르고 현재로 시선을 돌리죠. '에제보다 오늘이 좋아질 거야 분명히/ 다시 날 찾을래'라고 말하고 있거든요. 그러면서 떠나가는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고합니다. '그 어떤 기억보다 선명해/ 향기처럼 기억될/ 내가 사랑했던 사람아/ 잘 가요'라고요. 질질 짜고 가지 말라고 울부짖는 여느 노래보다는 좀 더 담담한 모습으로 느껴지네요.
헤어짐은 시간적으로 어제와 오늘의 경계선 역할을 합니다. 오늘을 기점으로 새로운 시간의 흐름이 시작되는 것이죠. 고속도로처럼 어제까지 1시간로를 타고 달리다가 내려서 한 차례 휴식도 없이 오늘부터 비포장도로인 제2시간로로 진입하는 격이니 어지럽고 오바이트가 나오는 것이겠죠.
그래서 한 동안은 어제라는 고속도로의 편안함을 갈구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인 듯합니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놈은 거꾸로 가는 법이 없죠. 비포장도로의 울퉁불퉁한 길을 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현타가 와서 과거에만 안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고, 지금의 불편한 상황을 미래의 편안함으로 바꾸려고 시도하게 됩니다. 어제라는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고속도로를 누군가와 함께 쌩쌩 달리던 그 짜릿한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울퉁불퉁한 길을 가다가 잠시나마 도로 사정이 나아져서 조금 편안해지는 길에 이르면 선명했던 기억이 향기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찾아오곤 하죠. '그땐 좋았는데...'라면서요. 그리고 우리는 그 기억 속 사람을 잠시 떠올리며 피식 웃음을 짓고는 '잘 살고 있나' 이렇게 혼잣말을 내뱉어 봅니다. 추억과 그리움으로 점철된 시간. 어제. 여러분의 어제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나요?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노래 선정을 하면서 그동안 여러 이유로 놓쳤던 가수들을 알게 되는 뜻밖의 재미와 의미가 있습니다. <가사실종사건> 프로젝트를 하지 않았으면 영영 모르고 지나쳤을 가수 중 하나가 이번에 다룬 <더러쉬>였습니다. 아는 가수로 브런치 할 땐 1시간 남짓이면 되었는데, 이런 알짜 가수는 검색 시간이 오히려 더 들어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더군요. 하하하. 그럼 남은 주말 즐거운 시간 되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