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데이((MELODYDAY)는 예인, 차희, 여은, 유민으로 이루어진 4인조 보컬 그룹입니다. 팀명은 시인인 원태연 씨라는 분이 직접 지어준 이름으로 '사람들의 하루를 우리의 멜로디로 물들인다'는 의미를 부여했다고 합니다. 줄여서 '멜디'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원태연 씨를 검색해 봤더니 시집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생각을 해>와 <손 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를 출간한 분이네요. 다들 아시죠? 이 분은 시인이면서 노래도 다수 작사하셨네요. 저도 몰랐던 부분이라 흥미롭군요.
멜로디데이는 2014년 데뷔했고 2018년 해체된 그룹입니다. 발라드와 댄스를 동시에 소화했던 그룹이라서 곡에 따라서 걸그룹처럼 안무도 소화했더랬습니다. 이번 곡은 2015년 발표된 곡이고 빅스의 라비 씨가 피처링에 참여했습니다. 서정성이 돋보이는 보컬 곡이죠. 제목처럼 비 오는 날 많이 회자되는 노래입니다. 특이한 것은 팀이 활동한 시간이 4년에 불과하지만 드라마 <각시탈> 등 많은 OST에 참여할 만큼 'OST 킬러 보컬 그룹'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입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로 들어가 보실까요. 첫 가사가 '너는 참 못됐었는데/ 아프게 했는데/ 다시 또 생각나서/ 마음이 흔들린 건지/ 울적해진 건지/ 왜 또 난'입니다. 떠날 때는 진절머리가 났는데 시간이 조금 흐르면 그 마저도 그리워지는 상황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치 잔소리가 심한 사람이 한순간 곁에서 사라지면 속이 다 후련해지잖아요. 그런데 문득 그 잔소리가 그리워지는 날이 있죠. 분명 싫어했던 부분 때문에 등을 돌렸는데 다시금 상대방이 그리워지는 상황이요. 싫어하면서 닮는다라는 표현도 이런 맥락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랩 가사 부분에 보면 '제법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내가 준 상처가 다시/ 무뎌지기라도 했는지/ 미련하게 행동하네'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바로 이 지점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다음 가사가 '가끔 난 비가 오는 날이면/ 더 생각나는 그 사람/ 깊은 그리움은/ 그칠 줄 모르고'입니다. 네 노래의 화자는 비가 오는 날에 문득 떠난 상대방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나죠. 왜일까요? 2절의 가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창밖에 비가 내리면/ 내 귓가에 속삭이던/ 그때 생각이나' 부분요. 아마도 비가 오는 날 멜랑꼴리한 감정이 들 때면 마침 상대방이 나지막이 속삭이던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 났기 때문인 거죠. 비가 오면 우린 좀 더 센티해지잖아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깊은 그리움은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비를 맞으며/ 흐르는 눈물을 멈출까/ 나만 아픈가 봐' 부분인 듯 보입니다. 비가 상대방의 기억을 소환하는 장치이고 이는 곧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때를 향한 깊은 그리움으로 바뀌고 화자로 하여금 하염없이 눈물을 흐르게 하죠. 랩 부분에서 '애꿎은 창밖에 비가/ 대체 뭘 어쨌길래/ 내가 왜 또/ 이리 유난을 떨까'라는 가사가 이 부분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해 주는 것 같습니다.
노래의 화자에게 가장 눈에 들어는 첫 번째 가사는 우산 없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입니다. 빗속에 몸을 맡긴 채 눈물을 흘리면 빗물인지 눈물인지 분간이 안 되는 모습이잖아요. 그렇게라도 해야 눈물이 멈출 만큼 슬프다는 감정을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네요.
또 하나는 '깊은 외로움은 아픈 줄 모르고'부분인데. 이 부분 해석이 좀 난감했습니다. 외로움이 깊어져서 아픈 줄 모른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외로움을 너무 많이 느낀 나머지 만성화되어서 아픈 줄도 모른다 정도로 해석해 보면 '외로움에 사무쳤다' 정도가 적절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날씨는 우리의 감정을 꽤나 쥐고 흔듭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맑거나 흐리거나 등등. 특히 그중에서도 비는 멜랑꼴리 한 감정을 소환하는 1등 공신이지요. 인류사에 비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끊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일 겁니다.
저는 비 하면 시련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요. 뭔가 화장한 날들을 가로막는 장애물 같은 이미지 말입니다. 그래서 헤처 나가야 할 것 정도로 그 뒷말이 따라옵니다. 이 노래에서는 눈물과 짝을 이뤄 슬픈 추억과 사람을 소환하는 역할을 하고 있네요. 여러분들에게 비는 어떤 것을 떠올리게 하나요?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어제는 오래간만에 브런치를 하루 쉬었습니다. 익히 아는 노래가 아니라 옛 노래를 발굴하다 보니 해당 노래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탓입니다. 100번 정도는 기본으로 들어야 가사 전개가 그려지고 글 쓰는데도 부담이 없는데, 그러질 못했죠. 원래 남이 쓴 글을 읽는 것은 쉬워 보여도 막상 쓰는 사람은 힘든 법이죠. 하하하. 이런 핑계를 대서라도 조금 천천히 가려 합니다. 어차피 500곡 정도는 넉근히 할 거라서. 그럼 오늘도 편안한 저녁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