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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Sep 02. 2023

에코의 <행복한 나를>

작사 유유진 / 작곡 박근태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에코'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U4OpY52w-Yc?si=L7vIeMaRE3EMfble


지금처럼만 날 사랑해 줘
난 너만 변하지 않는다면 우예


내 모든 걸 가질 사람은 너뿐이야
난 흔들리지 않아


넌 가끔은 자신이 없는
미래를 미안해 하지만


잊지 말아 줘

사랑해 너와 함께라면

이젠 행복한 나를


난 많은 기대들로 세상이
정해 놓은 사랑을 버리고


니 마음처럼 난

늘 같은 자리에
또 하나의 니가 되고 싶어


소중한 널 위해


- 에코의 <행복한 나를> 가사 중 -




니가 처음은 아니었어

그래서 새로운 사랑의 시작에

두려움이 있었는지 몰라


니가 마지막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어


바쁜 하루 중에

짧은 통화라도 해서

내 목소리를 들려주며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


지친 퇴근길 저녁

너와 함께 있다면

힘든 하루에

다친 니 마음을

살며시 안아주고 싶어


세상의 시선 따윈 상관없어

나를 사랑하는 니 마음처럼

나도 늘 같은 자리에서
또 하나의 니가 되고 싶어


너만 변하지 않는다면

내 모든 걸 너에게 줄 수 있어

난 너와 함께라면

흔들지 않을 자신 있어


더 잘해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은 내려놔
너만 있으면 나는 행복한 걸


잊지 말아 줘 사랑해

너와 함께라면

언제나 행복한 나를




에코는 송지영, 김정애, 신지선 멤버로 이루어진 3인조 보컬 그룹입니다. R&B(리듬 앤 블루스)를 주로 부르고요. 오늘 소개해 드리는 곡이 너무 유명해서 다른 곡은 뭐 딱히 언급할 필요가 없는 그룹입니다. 팀명은 'Erotic Cool Orgasm'으로 '원초적 감성을 자극해 진한 감동을 이끌어내는 섹시하고 매력적인 음약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너무 우격다짐으로 네이밍을 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네요. 그냥 '메아리가 들의 가슴까지 울려 퍼진다' 정도로만 했어도 괜찮았을 것을요. 하하하.

1996년에 데뷔했으니까 40대 전후는 되셔야 알만한 곡입니다. 하지만 슈퍼스타K 예선에서 가수 허각이 이 노래를 불러서 화제가 된 적도 있고 많은 가수들이 이 곡을 리메이크할 만큼 꽤 잘 만들어진 곡입니다. 2000년에 4집을 발표한 것이 활동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이야기로 들어가 보실까요?

첫 가사가 '몇 번인가 이별을 경험하고 널 만났지'입니다. 그동안 연예경험이 많아서 몇 번째 사귀는 사람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니면 짝사랑까지 포함해서 숫자를 헤아려야 할지 합의된 룰이 없어서 일까요. 아무튼 노래의 화자는 분명 사랑과 이별의 경력자입니다. 그것도 복수 전공인 듯 보이고요.

다음 가사가 '그래서 더 시작이 두려웠는지 몰라'입니다. 네 사랑과 이별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사랑에 대한 환상이 많이 깨집니다. 사랑의 불완전함을 발견하곤 좀처럼 다른 사람이 와도 무덤덤해지죠. 그리고 노래의 화자처럼 지금까지의 결론이 다 이별이었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누군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건 니가 마지막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부분에서 저는 노래의 화자가 여러 번의 이별로 상처를 많이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 이 사람이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 아니라 누군갈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일이 초보자에게는 설레고 가슴 뛰는 일이지만 경력자에게는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 쓸모없는 일이 되고 오히려 이별 후에 반격으로 온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다음 가사는 본인이 해주고 싶은 사랑 표현 방법이 나옵니다. 바쁜 일상 중에 전화해서 내 목소리 들려주기 신공과 매일 밤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 옆에서 따뜻한 품으로 안아주기 신공 이렇게 두 개입니다. 이러면 상대방이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법합니다.

그리고 다짐하죠. 상대의 변심만 없다면 흔들림 없이 사랑하겠노라고요. '내 모든 것을 가질 사람은 너뿐이야'라는 가사에서 올인하겠다는 회자의 의지가 물씬 풍깁니다. 하나 걸리는 건 '넌 가끔은 자신이 없는/ 미래를 미안해 하지만/ 잊지 말아 줘 사랑해/ 너와 함께라면 이젠 행복한 나를' 부분인데요.

이 가사는 '난 많은 기대들로/ 세상이 정해놓은 사랑을 버리고' 부분과 매치를 시키면 연결이 자연스럽습니다. 노래의 화자는 마치 집안 어르신께서 이미 정해 놓은 일명 정략결혼을 뿌리치고 그들의 눈에 탐탁지 않은 상대방을 만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추론이 되네요. 그래서 교제하고 있는 상대방만 변하지 않으면 나도 변하지 않겠다 이런 굳센 의지를 다진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제가 이 노래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사는 '니 마음처럼 난/ 늘 같은 자리에/ 또 하나의 니가 되고 싶어/ 소중한 널 위해' 부분입니다. 우린 사랑할 때 상대방이 이런 모습으로 있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잖아요. 나에게 늘 조곤조곤 말을 하며 안심시키던 상대방이 어느 날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으로 변한다면 그 바람이 산산조작이 나는거죠. 노래의 화자는 자신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상대방을 위해 그런 모습이 되어서 궁극적으로는 상대방의 분신이 되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상대방이 소중하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가사인데 크라이맥스를 장식하는 가사로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끼던 물건이 망가져서 더 이상 못 쓰게 돼도 마음이 아픈데 사람을 사랑하고 이별하는 일을 몇 차례 겪으면 사랑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우리들입니다. 그 망설이는 마음을 뒤로하고 만난 사람이 양가 부모가 절대로 안 된다고 반대하는 상황이라면 그 마음이 얼마나 참담할까요.

이별을 반복하면 사랑의 부질없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됩니다. 사랑이 밥 먹여주냐라고 말하며 사랑과 담을 쌓고 지내기도 하죠. 하지만 인류에 사랑만큼 위대한 감정이 또 있을까요. 시간이 흐르고 상처가 어느새 아물어 다시금 사랑을 시작하게 하는 오묘한 마법을 부리니까요. 아프더라도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사랑은 계속 이어가야 하는 존재이니까요.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남성 보컬 그룹 편을 할 때도 중반을 넘어서면서 가수 선정에 애를 먹었는데 걸그룹은 더 어려운 듯합니다. 거꾸로 춤 안 추고 목소리로만 소구 하며 오랜 시간 사랑받기가 쉽지 않다는 반증이겠지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하길 잘했다 하는 생각과 괜히 했나 하는 생각이 충돌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가까스로 6편의 글을 완성했으니 이제 꾸역꾸역 남은 4편도 잘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럼 편안한 주말 밤 보내시고요. See you. Coming Soon- (NO.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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