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는 터틀맨(임성훈), 지이, 금비로 이루어진 3인조 혼성 그룹입니다. 팀의 주축이었던 터틀맨(임성훈)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2008년 사망하면서 팀이 해체되었습니다. 재결성 시도도 있었지만 잘 되진 않았죠. 터틀맨과 지이는 힙합그룹에서 분리되어서 나왔고 1집에서는 금비 대신 수빈이 멤버였죠.
데뷔하고 대중의 반응이 시원치 않아서 해체가 거론 데다가 <사계>라는 곡이 인기를 끌면서 본격적인 인기 가도를 달리 게 된 그룹입니다. 이후에 <왜 이래><비행기> 등 연이은 히트곡을 냈더랬습니다. 이번 곡은 2004년 발표한 정규 3집에 수록된 곡입니다. <비행기>도 그렇지만 사랑-이별 이런 공식을 깨는 곡이라서 제가 아주 애착을 많이 느낀답니다. 워낙 보컬이 개성이 강해서 귀에 쏙쏙 들어오는 곡이죠. 거기다가 후렴구와 1절 터틀맨 파트의 가사를 멤버 이름을 써서 3행시 형태로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자 그럼 본업이 가사 이야기로 들어가 보실까요.
노래가사 처음 도입부에 'Lady and gentleman 아싸 또 왔나 나/ 아싸 또 왔다 나 기분 좋아서 나/ 노래 한곡하고 하나 둘 셋' 가사로 시작합니다. 전반적인 곡의 분위기가 밝고 명랑할 것임을 암시하죠. 전반적으로 가사가 긍정맨을 연상시킵니다. 인생이 어렵고 힘들지만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곡이죠.
제 눈에 띄는 첫 번째 가사는 랩 부분에 있는 '지금 내가 있는 이 땅이 너무 좋아/ 이민 따윈 생각한 적 없었고요'입니다.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고 말하면서 여건이 허락하면 이민을 가고 싶다고 하는데, 이 노래는 본인이 지금 두 다리로 버티고 서 있는 이 땅을 너무 사랑한다고 말하죠.
땅이 무슨 죄가 있겠냐마는 아무래도 본인이 사는 공간에서 더 잘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같은 물리적인 땅을 놓고도 보는 관점이 이리도 극과 극으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노래의 화자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긍정맨이라 당연히 이 땅이 기회가 많다고 보는 쪽이겠죠. 노래 가사에 이민이라는 단어를 넣는다는 발상도 재밌고요. 대한민국 국민으로 내가 이 땅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잠시 생각해보게 한 가사였습니다.
두 번째 가사는 후렴구인데요. '산속에도 저 바닷속에도/ 이렇게 행복할 수 없을 거야 랄랄랄라/ 구름 타고 세상을 날아도/ 지금처럼 좋을 수 없을 거야 랄랄랄라' 부분입니다. ''어디에 있든지 지금만 같아라'라고 말하고 있죠. 그렇게 할 수 있는 배경으로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가사가 나옵니다. 원래 사는 게 힘든 건데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가 없다는 정신을 소유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당나라 유학을 가던 길에 어둠 속에서 해골바가지로 물을 마시고 깨우침을 얻은 원효대사의 일화가 생각나는 데요. 거기서 나온 이야기가 일체유심조죠.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이 달라진다 혹은 달리 보인다는 말이요. 자신의 마음 하나 건사하며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여러분도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 노래에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가사가 나오는 것이겠죠.
마지막은 '어떤 게 행복한 삶인가요'라고 묻는 부분인데요. 가사 중에 '거룩한 인생 고귀한 삶을 살며/ 부끄럼 없는 투명한 마음으로/ 이내 삶이 끝날 그 마지막 순간에/ 나 웃어보리라 나 바라는 대로'를 그 답변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가장 행복한 삶은 죽는 순간에 웃을 수 있는 삶이라고 말하고 있죠.
아마도 이 노래는 청춘들에게 말하고 있는 내용인 듯합니다. 랩 부분에 보면 인생이 언제나 젊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시간을 허송세월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평소에 하고 싶은 것과 가고 싶은 곳을 못하고 못 가는 청춘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자라고 말하고 있죠.
제목인 <빙고>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을 좀 해봤는데요. 가로 세로로 줄을 그린 다음 일정한 숫자나 단어를 넣어서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한 줄을 만들면 이기는 게임이잖아요. 완성되면 크게 빙고라고 외치고요. 그래서 자신의 질문에 상대방이 원하는 답변을 내놨을 때도 빙고라고 외치죠.
이 노래에서는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표현이 핵심인데요. 마치 우리 인생에서 겪는 시련과 아픔 등을 어떻게 정의하고 바라봐야 하는지 말해주는 것 같거든요. 산이 있어야 계곡이 생긴다는 말처럼 우리 인생에서 행복은 불행 속에서 싹튼다는 점을 가사 화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 여러분은 시련을 겪으며 거북이처럼 평소보다 너무도 느린 걸음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시지는 않나요? 거꾸로 가고 있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자신을 다독여 보아요. 동시에 지금 시련의 시간이 나중에 행복의 시간으로 찾아온다는 사실도 기억해야겠죠.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처음으로 <가사실종사건> 혼성그룹 편을 선보였네요. 동성이 부를 때보다는 파트를 나눠서 번갈아 부르는 나름의 맛이 있죠. 특히 이 노래처럼 남성의 저음과 탁한 음색은 여성의 고음과 맑은 목소리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혼성그룹보다 동성그룹 일색이어서 이번 프로젝트에 남다른 애착을 가져봅니다. 부디 즐거운 브런치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고요. 그럼 See you. Coming Soon- (NO.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