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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Sep 30. 2023

룰라의 <100일째 만남>

작사 강은경 / 작곡 박근태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룰라'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PKY50IXURF8?si=SmighhOuugTEAu5E


오늘을 기념하려 

자릴 마련했어


우리 만난 지 

백일째 날


내 맘을 보일 때도 

이제 된 것 같아


그래 이 만큼 

널 사랑해


- 룰라의 <100일째 만남> 가사 중




오늘은 

너와 내가 만난 지

100일째 되는 날


오늘을 기념하려고

난생처음 여자에게

선물이란 걸 해 봐


음 뭘 할까 고민하다

작은 반지를 준비했어

어설픈 고백보단

그게 나을 것 같아서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가진 돈을 모두 털어

선물하는 내 맘을 

네가 알아줬으면 해


고맙게도 사소한 선물에

넌 기뻐하며 눈물을 흘렸어


나의 마음이 너에게

고스란히 전해진 것 같아

고맙고 감격스러운 맘에

너를 안아주고 싶었어


그동안 고백하고 싶었지만

한편으론 과속하다 

일을 망치는 게 아닌가 하고

늘 초조했어 


이번에도 거절하면 어떡하나

고민도 했었지만

오늘로써 난 너의 맘도

나와 다르다지 않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됐지


그 반지가 나인 것처럼

너를 지켜줄 테니

늘 간직하고 있어 줘


널 정말 사랑해




룰라는 1994년 이상민, 김지현, 고영욱, 신정환 4명의 멤버로 데뷔했습니다. 신정환이 95년 군입대로 탈퇴하게 되면서 채리나 씨가 새 멤버로 합류했습니다. 이후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날개 잃은 천사>가 큰 히트를 쳤더랬습니다. 오랜 공백 기간을 거쳐 2009년 정규앨범 9집을 내기도 했지만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번 노래는 1994년 1집 앨범 <Root of Reggae>에 수록된 곡으로 <비밀은 없어>라는 곡도 동시에 실렸죠. 

주목해 봐야 하는 점은 작사가 강은경 씨입니다. 800곡이 넘는 곡이 음원저작권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분인데, 우리가 잘 아는 곡들이 이 분 작사곡이더군요. 몇 곡만 언급해 보면 김경호의 <금지된 사랑>, 다비치의 <사고 쳤어요>, DJ DOC <겨울이야기>, 먼데이키즈의 <가을안부>,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 에일리 <보여줄게>, 이수영의 <라라라>,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환희의 <Tomorrow> 등 정말 어마무시하네요. 제가 다른 노래에서 자꾸 이름이 보여서 찾아봤더니 이런 분이었네요. 하하하

자 그럼 본업인 가사로 들어가 보실까요? 간단한 배경설명을 하자면 이 노래가 나온 90년대 중반에 저는 갓 대학생 때였는데요. 이때 커플들 사이에서 100일을 기념하는 이벤트가 대세였답니다. (지금은 어떤지 잘 알지 못하지만.) 노래 가사에도 나와 있지만 같은 반지를 끼는 일이 빈번했죠. 주변에 자랑하고 등등. 지금은 금 한 돈이 20만 원을 훌쩍 넘지만 그때는 제 기억에 5만 원이 조금 넘었던 것 같습니다. (정확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학생 신분에 10만 원이 넘는 커플 반지를 준비하는 것은 한 달 용돈을 탈탈 털어야만 하는 일이었죠.

그래서 첫 가사가 '모처럼 큰 마음먹고/ 너를 위해서/ 가진 돈 모두 털어/ 선물을 샀어'입니다. 가사 뒤 부분에 그 선물이 반지였다고 나오는데요. '어설픈 고백 대신/ 네게 끼워졌던 작은 반지 하나'라고요. 이 노래의 화자는 '난 처음로 여자에게 선물하는 내 맘이/ 왜 이렇게 어색하고 쑥스러운지 몰라'라는 가사에서 보듯 이번에 여자 친구를 처음 사귀어 봤을 가능성이 농후한 인물입니다. 여차친구에 선물하는 것도 당연히 처음이고요.

그러니 난생처음 작정하고 준비한 선물이 상대방의 마음에 들었으면 하는 기대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대성공이었습니다.  '이렇게 사소한데/ 눈물 흘려 기뻐하는/ 너를 안아주고 싶어/ 혼이 났어' 부분이 그렇게 읽힙니다. 

사실 노래의 화자는 100일째 만남일을 핑계로 사랑 고백을 준비하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좋아한다는 마음을 몇 번이고 밝히고 싶었으나 너무 성급하다는 평가를 받고 상대방이 달아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망설이며 주저하고 있었죠. 그래서 백일째 되는 날을 맞아 사랑의 서약을 상징하는 반지를 준비해서 도전을 해 본 상황이었죠.

한 편으로는 마음이 쫄렸을 겁니다. 혹시 이 반지를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요. 하지만 상대는 반지를 받고 애틋한 마음을 확인하며 눈물까지 흘려줬으니 노래의 화자가 얼마나 기뻤겠어요. 그런 기쁜 마음을 한껏 담아 더 친한 사이를 의미하는 포옹을 해 주고 싶던 것이겠죠. 

노래의 화자는 귀엽게도 반지를 상대방에게 주며 나의 분신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하죠. 늘 곁에서 너를 지켜주겠다는 의지를 담아내고 있죠. 세상의 모든 반지가 다 그런 의미를 담고 있죠. 아름다운 구속이랄까. 하지만 실제 착용하는 반지보다는 모셔놓은 반지가 많은 세상이라 젊은 시절 한 때의 시절 기억이라고 봐야겠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무슨 무슨 날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날들을 자본주의라는 놈이 워낙 망처 놓기 일쑤여서요. 빼빼로 데이 이런 게 특히 그렇습니다. 본 내용은 어디로 도망가고 빼빼로만 기억되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빚어지곤 하죠. 100일을 기념하는 사람은 1년도 기념해야 하고 200일도 300일도 1000일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평생 이벤트만 할게 아니라면 적당한 선이 필요할 겁니다.

한 단계 더 들어가서 왜 이런 기념일을 만드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일상이 워낙 진부하니 이런 날을 정해서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가 아닐까 하는데요. 이 마저도 매년 반복하면 그런 의미마저 퇴색되고 의무감만 남게 되는 것도 경험해 보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일상을 더욱 밋밋하게 해서 극적 효과를 도모하거나 특정 일이 아니라 기분 내키는 날 그냥 하는 식으로 방향 전환을 꾀하게 되더군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이런 이벤트 데이를 잘 챙기며 사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그냥 아무 날도 아니다고 생각하는 무심타법을 쓰고 계신가요? 뭐가 되었든 주변이 아니라 개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으면 하네요.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부터 4일간은 <가사실종사건> 혼성그룹 시리즈 10편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혼성그룹은 명맥이 끊겨서 과거 추억을 소환해 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랍니다. 많이 안타깝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시간이 한참 흐른 후 다시 뜯어보는 가사는 색다른 맛과 즐거움을 주네요. 여러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브런치를 시작한 지 약 3달이 넘어서 얼마 안 있으면 100일째가 될 듯한데요. 100일째 브런치를 위해서 뭐라도 준비해야 하는 걸까요. 하하하. 즐거운 연휴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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