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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Sep 10. 2023

어반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

작사/작곡 권순일(어반자카파)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어반자카파'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XawDLKu0dYs?si=lMirgR_WlRg6rEZM


무슨 말을 할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개만 떨구는 나

그런 날 바라보는 너

그 어색한 침묵


널 사랑하지 않아

너도 알고 있겠지만

눈물 흘리는

너의 모습에도 내 마음

아프지가 않아


널 사랑하지 않아


- 어반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 가사 중 -




고개를 못 들고

땅만 쳐다봐


그런 나를 보는 너도

착잡한 마음이겠지


우리 사이 어색한 침묵만

한동안 흐르고 있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뭐부터 설명을 해야 할까

넌 눈물을 흘리고 있어
그런데 난 아프지가 않아


사랑하는 마음이 식어버린

내 마음이 먼저

알고 있는 거겠지


미안하다고

용서를 빈다고
그런 식상한 말이

무슨 의미 있겠어


딱히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거면 좋겠어

그냥 너에 대한 떨림이

느껴지지 않아


이게 내 진심이야
그냥 그게 전부야

널 사랑하지 않아




어반자카파는 권순일, 조현아, 박용인으로 이루어진 3인조 혼성 그룹입니다. 그룹명은 부르기는 좋은데, 뜻은 복잡합니다. '어반(Urban)'은 '도시의'라는 뜻이고 ZA, CA, PA는 각각 멤버의 성의 앞글자에 A를 붙인 것으로 만들었다가 ZAppy(눈에 띄는), KAleidoscopic(변화무쌍한), PAssionate(열정적인)이란 의미를 붙였다고 합니다.

발표하는 모든 노래를 작사작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노래는 2016년 미니앨범에 실린 곡입니다. 조현아 씨 목소리가 워낙 허스키하고 저음대까지 커버하면서 두 남자 멤버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죠. 최근에는 방송 출연도 많이 하면서 인지도도 높아졌고 유튜브도 재밌게 하더라고요.

자. 그럼 본업인 가사로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 <널 사랑하지 않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곡의 주제는 '엇갈림'이라고 봐야겠네요. 곡 전체 가사를 봤을 때 사귀다가 사랑이 식어 이별했다고 볼 수도 있고 혼자 좋아하는 상대방에게 건네는 말로 봐도 크게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첫 가사가 '무슨 말을 할까/ 어디서부터 어떻게'입니다. 상대방에게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일은 지구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아닐까 하네요. 상대방에게 이 말을 꺼내면서도 상처받지 않게끔 전달하는 일은 더 어렵죠. 노래의 화자는 아마도 그 부분까지 염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이네요.

그다음 가사가 '고개만 떨구는 나/ 그런 날 바라보는 너/  그 어색한 침묵'입니다. 상대를 앞에 두고 두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는 모습을 바라보지만 아무 말로 건네지 않는 상황이죠.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건 아마도 말을 섞어본다고 지금의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바로 체념 혹은 낙담의 정서가 느껴지네요.

그 결정판이 뒤 이어 나오네요. '너도 알고 있겠지만/ 눈물 흘리는 너의 모습에도 내 마음/ 아프지가 않아'입니다. 우린 누군가에게 감정을 느낄 때 '신경 쓰인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요. 별 것도 아닌 일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대가 눈물을 흘리는데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는 건 사랑의 종결을 의미하는 거죠. 흐르는 눈물을 닦아줄 수 없지만 같이 흘려주거나 너의 흐르는 눈물이 내 마음속에 흘러내린다는 표현과 대조되게 상대방의 눈물이 전혀 아프지가 않은 것처럼 슬픔이 들끓는 상황이 또 있을까요.

'다른 이유는 없어/ 미안하다는 말도/ 용서해 달란 말도/ 하고 싶지 않아/ 그냥 그게 전부야' 이 부분은 상대방이 딴 눈을 팔았다거나 심각한 오류를 범한 것이 아니라는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냥 언젠가부터 누구의 잘못이랄 것도 없이 둘이 만나는 것이 전혀 설레지도 재미있지도 않은 거죠. 사랑의 감정은 길어야 3년밖에 지속하지 못한다는데 아마도 이 커플은 그 기간을 훌쩍 넘긴 것이 아닐까요.

우린 사랑을 하다가 감정이 식으면 으레껏 만남을 지속합니다. 그때부터는 사랑은 사라지고 의리 같은 것으로 변해버리죠. 그동안 옛정이라는 것이 생겨서인지 전우애로 버티기도 합니다. 내가 먼저 등을 돌릴 순 없어 누구라도 이별의 이유를 던져주길 고대하기도 하죠. 사랑의 속성을 익히 안다면야 그런 감정의 변화를 눈치채고 그전에 어떻게 해서라도 그 시간을 늦추기 위해 노력할 순 있지만 그 결론은 대동소이하죠.

그런데 사랑이 식은 다음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해결책이 되어줄까요. 아마도 그 사랑도 일정 시간이 흐르면 감정이 이내 바닥을 드러내고 또 다른 사랑을 찾아 헤매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사랑은 헤어짐을 전제로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 헤어짐이 있어야 또 다른 사랑도 만들어내니까요.

여러분은 사랑하지 않는 상대를 발견할 때 어떻게 대응하시나요? 그냥 미운 정 고운 정 생각해서 꾹 참고 사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사랑이 식은 관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단호한 결단을 하시나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이성적인 매력뿐만 아니라 사람의 인품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상대방을 존경한다는 표현을 하는 커플을 보면 전 보기 좋아 보입니다. 그런 커플은 사랑만으로 그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 아닌 듯하거든요. 사랑으로 시작한 관계라도 사람의 관계로 진화해야만 서로의 관계가 더 오래 더 깊은 단계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닐런지요.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하루 푹 쉬었더니 글에 다시 손이 가더군요. 억지로 혹은 의무감으로 글을 쓰지 않으려고 나름 애쓰고 있는 중이랍니다. 멀리 길게 가려면 브런치가 즐거워야 하니까요. 한 번쯤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는 일이 있어야 나도 모르게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는 일을 방지할 수가 있죠. 그런 의미에서 전 <브런치를 사랑하지 않아>라고 말하고 싶네요. See you. Coming Soon (NO.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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