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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Sep 12. 2023

쿨의 <해석남녀>

작사 이승호 / 작곡 윤일상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쿨'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GfykRPfCiV0?si=NB9JZ5FI1uoSsq4s


세상을 지배하는 자는

남자라고 큰소리치지만
그 남잘 지배하는 건 여자야


세상에 남자들이 없다면

별문제 없이 지낼 수 있어

여자가 없는 세상

그건 종말일 거야


세상에 단 한 가지 문제는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는
미로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그것은 남과 여


- 쿨의 <해석남녀> 가사 중 -




여자들은 대놓고 말해

남자는 다 똑같은 늑대라고

늑대 없는 여우가 있을 수 있나


남자들은 은근슬쩍 말해

여자들 내숭을 떠는 거 정말 싫다고

내숭 없는 여자를 못 만나봐서 그래


여자들은 좋아서 밤늦도록 만나면서

아직은 아니라는 말로 혼란을 주지

해 떨어지자마자 귀가를 하시던가

 

남자들은 술 잘 마시는 여자가 좋데

진짜로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술을 입에도 못 대게 하면서


여자는 다 똑같아

이쁘면 다 용서가

갈대와 같은 마음이라

바람만 불어주면 흔들리지


널 처음 봤을 때

미모가 눈 부셨지

하지만 절새미인 양귀비도

2박 3일 정도면 지겨워지지


남자들은 세상을 지배한다고

착각을 한 사발 들이키지만

그런 남잘 지배하는 건 여자지


남자가 없어도

이 세상은 잘 돌아가

여자가 없으면

그야말로 종말을 맞지


화성남과 금성녀로 이루어진 세상

우주의 기원만큼 알기 어려운 숙제

풀려고 하면 더 꼬여버리는
그것은 남과 여


코겼어 코겼어 제발 코껴버렸어




쿨은 랩을 맡은 김성수, 리드보컬 이재훈, 보컬 이유리로 구성된 3인조 혼성보컬 그룹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아는 인지도 높은 그룹이라 따로 설명하기도 좀 민망할 정도죠. 1994년 <너이길 원했던 이유>를 시작으로 그동안 주옥같은 노래를 우리에게 한 사발 안기고 지금은 기억 속에만 남아 있죠.

여름만 되면 신나는 음악을 들고 나와서 흥을 돋우던 그룹이라서 여름 하면 생각나는 노래가 다수 포진해 있습니다. <한 장의 추억>이나 <All for you>처럼 발라드 장르도 잘 소화해서 후배 가수들이 커버를 많은 그룹이기도 합니다. 제가 유일하게 내는 음반마다 빼놓지 않고 소장했던 그룹이기도 하죠.

자. 그럼 본업인 가사로 들어가 보실까요? 쿨 노래는 워낙 유명한 노래가 많아서 30곡 넘는 곡 중에 뭘 고를까 하다가 그래도 이야깃거리가 되는 곡을 찾다가 <해석남녀>를 선택하게 되었네요. 쿨 노래는 이재훈과 유리 씨가 주고받으면서 대화하듯이 노래 가사를 쓴 것이 가장 차별화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이 곡 <해석남녀>는 여자 입장에서 남자를, 반대로 남자 입장에서 여자를 말하고 있는 내용으로 그만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함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죠. 한껏 콧대 높아 보이던 남자가 여자에게 꼬리를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익살스러운 모습도 보여 주는데요. 하나씩 차근차근 살펴보실까요?

남자와 여자 간 서로 4라운드에 걸쳐 옥신각신합니다. 1라운드는 '남자는 다 똑같은 늑대다 VS 여자를 사랑하는 것은 늑대밖에 없다' 2라운드는 반대로 '내숭 떠는 여자 정말 싫다 VS 좀 사귀어 보면 내숭 없는 여자는 매력 없다' 3라운드는 '여자들은 좋으면서 아직은 아니라고 한다 VS 그럼 왜 날 밤늦도록 못 가게 하냐' 4라운드는 '여자가 술 한잔 못하면 매력 없다 VS 자기 여자 친구한텐 술 한잔 입에 못 대게 한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1절에서는 남자가 승리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능력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말하죠. 그러면서 처음 봤을 때 여자 친구의 미모에 정신을 못 차렸지만 절세미인인 양귀비조차 2박 3일만 보면 지겹다 말하면서 여성의 미모를 비꼬아 말합니다. 여자들도 별 수 없다면서 여자의 마음이 갈대와 같아서 바람처럼 이 세상을 산다면 미인은 자신의 것이라 호언장담도 늘어놓죠.

2절에서는 코 떼가 납작해집니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남자라고 큰소리치지만 그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라면서 이 세상이 남자가 없어도 별문제 없이 돌아가지만 여자가 없으면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하죠. 현타가 온 것일까요. 1절과는 180도 달라진 가사에 코웃음이 쳐집니다.

그러면서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 가사가 나오는데요. '세상에 단 한 가지 문제는/ 영원히 풀지 못한 숙제는/ 미로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그것은 남과 여'라는 부분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 대해 해석하는 것이 극과 극을 보일만큼 서로를 이해하는 일은 우주를 이해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표현인 듯합니다.

원래 이 노래는 래퍼인 김성수 씨가 곡 처음에 내레이션으로 '나는 김성수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이제부터 그녀 얘기를 시작한다/ 잘 들어봐'라고 하면서 시작하고 마지막에 '그냥 팔자려니 하고 살아가야지/ 코겼어 코겼어 제발 코껴버렸어'라는 가사로 마무리되죠. 결국 백기로 마무리하는 스토리입니다.

화성남 금성녀처럼 남녀는 참 많이 다릅니다. MBTI에서 'I'와 'E' 혹은 'T'와'F'의 간극은 저리 가라 수준이죠. 사고 싶은 물건을 사기 위해 직진만 하는 남자, 2시간을 아이쇼핑한 후 이제 본격적으로 구매를 시작해 볼까라고 말하는 여자 이 둘이 만든 이 세계는 그야말로 교묘함 그 자체이지요. 하하하.

거꾸로 서로가 너무 죽이 잘 맞으면 어땠을까요? 전 아마도 별로 재미없는 세상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둘이 너무 달라서 일도 많이 생기고 말도 많아지며 인류를 풍요로운 뒷담화의 늪으로 밀어놓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여자만 있는 세상도 남자만 우글거리는 세상도 끔찍한 것은 매한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 서로의 성을 인정하며 최대한 사이좋게 지내려고 노력해 보아야겠지요.

그냥 친구처럼 말하지 않아도 아는 남녀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들여 남과 여를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일이 되는 것 같아 번거롭기는 하지만 우주의 그 무엇보다 자신과 다른 성을 온전히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진정으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있는 일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본인과 다른 성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다른 성 앞에서만 가면 어깨가 유난히 좁아지고 쭈뼛쭈뼛 하지는 않나요? 우린 남과 여라는 성 구분 이전에 인간이라는 하나의 단어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해석은 '문장이나 사물 따위로 표현된 내용을 이해하고 설명함' 혹은 '사물이나 행위 따위의 내용을 판단하고 이해하는 일'이라고 되어 있네요. 고로 해석의 핵심은 '자기주장'이 아니라 '이해함'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로를 열심히 해석하는 일은 서로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오늘도 편안한 밤 되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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