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은의 <혼자가 아닌 나>
작사 이희승 작곡 정용국/최태환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서영은'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힘이 들 땐 하늘을 봐
나는 항상 혼자가 아니야
비가 와도 모진 바람 불어도
다시 햇살은 비추니까
눈물 나게 아픈 날엔
크게 한 번만 소리를 질러봐
내게 오려던 연약한 슬픔이
또 달아날 수 있게
- 서영은의 <혼자가 아닌 나> 가사 중 -
난 흔들리지 않을래
외로움에 슬픔이 찾아와도
울지도 슬퍼하지도 않을게
더는 약해지지도 않을래
나 아프더라도 웃어볼 거야
나를 섣불리 위로하려 하지 마
다 욕심 때문이겠지
그동안 내가 눈물을 흘린 이유
행복은 멀리 있을 때 더 커 보여
그래서 힘들 땐 하늘을 보지
비가 와도 모진 바람 불어도
다시 햇살은 찾아와
나는 혼자가 아니야
눈물 나게 아픈 날엔
연약한 슬픔을
쫓아버릴 수 있게
크게 소리를 질러 볼 거야
두리번거리지 않고
앞만 보며 걸어갈게
조그만 슬픔이라도 따라오면
슬픔에 잡히지 않도록
혼자서 뛰어서라도 갈게
가끔 과거가 후회될지라도
내일이 말을 걸어줄 테니
서영은은 98년도에 <연인의 날>이라는 앨범으로 데뷔했습니다. 원래 재즈 보컬리스트였다고 하네요. 1999년 2집을 발표하면서 발라드 가수로 전환을 꾀하면서 우리와 친숙해진 가수죠. 리메이크 여왕이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커버곡이 상당히 많은 가수이기도 합니다.
이번 곡은 2004년 3집에 수록된 곡입니다. 드라마 <눈사람>의 OST로 삽입되기도 했죠. 서영은 씨의 대표곡이라 할 만한 곡입니다. 일종의 희망가라고 불러야 할 듯합니다. 꾸미지 않은 따뜻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가수입니다. 남편이 음악 분수 엔지니어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게 눈에 띄네요. 하하하.
자 그럼 본업인 가사로 들어가 보실까요.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그 옛날 만화 <달려라 하니>가 생각나더군요. 그만큼 어깨가 축 처져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곡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첫 가사가 '이제 다시 울지 않겠어/ 더는 슬퍼하지 않아/ 다신 외로움에 슬픔에/ 난 흔들리지 않겠어'입니다. 먼저 '~하겠어'라는 어미에 주목하게 되는데요. 화자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죠. 울거나 흔들리지 않을 테다와 같은 의미죠. 그 목적어가 외로움과 슬픔입니다.
그다음 가사가 '더는 약해지지 않을게/ 많이 아파도 웃을 거야/ 그런 내가 슬퍼 보여도/ 날 위로하지 마'입니다. 마찬가지로 종결 어미로 '~게', '~거야'를 쓰며 화자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죠. 슬퍼 보이더라도 섣불리 위로하지 말아 달라고 하는 것은 혼자서 극복해 나갈 테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겠죠.
'가끔 나 욕심이 많아서/ 울어야 했는지 몰라' 부분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이유로 욕심을 말하고 있죠. 운다는 의미는 자신이 생각한 대로 일처리가 안 될 때 보이는 반응입니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 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욕심이죠.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누군가와 함께 하고픈 마음이 눈물의 근원적인 원인은 아니었을까요.
그다음에 나오는 가사가 '행복은 늘 멀리 있을 때/ 커 보이는 걸/ 힘이 들 땐 하늘을 봐'입니다. 멀리서 보면 행복인데 가까이서 보면 지옥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와 같은 표현인 듯합니다. 그래서 힘들고 지칠 땐 시선을 먼 곳 즉 하늘로 향해 보는 거죠.
'나는 항상 혼자가 아니야/ 비가 와도 모진 바람 불어도/ 다시 햇살은 비추니까'가 이 곡의 주제 문장인데요. 그런데 그다지 가사가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운 난해한 구간입니다.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인생은 희로애락이 있는 것이라 말하고 있거든요. 햇살과 친구를 먹겠다는 말인지 자연을 벗 삼아 살겠다는 표현인지 저로서는 대략 난감입니다. 하하하. 여러분들은 어찌 해석하시나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눈물 나게 아픈 날엔/ 크게 한 번만 소리를 질러봐/ 내게 오려던 연약한 슬픔이/ 또 달아날 수 있게'입니다. 슬픔을 의인화시켜서 내가 다가올 때 소리를 지르며 썩 물러가게 하겠다고 하죠. 사실 우리가 느끼는 슬픔은 '환영'에 가깝습니다. 일어난 일을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을 주지 않죠. 그런 의미에서 슬픔의 방문을 스스로 걷어차는 이런 모습은 매우 바람직해 보입니다.
가장 이 노래에서 철학적이라고 느껴지는 가사는 '가끔 어제가 후회되도/ 나 지금 사는 오늘이/ 내일 보면 어제가 되는 하루일 테니'입니다. 과거-현재-미래라는 시제를 모두 넣은 보기 드문 가사입니다. 오늘의 자리에서 어제를 보듯, 내일의 자리에서 보는 어제는 오늘입니다. 말장난 같죠.
저는 이 노래 가사에서 '지금 이 시간을 즐기라'는 의미를 담은 '카르페디엠'을 떠올렸습니다. 지금의 시점에서 어제를 보며 후회를 하면 미래의 시점에서는 과거를 후회하는 현재, 후회되는 과거만이 보일 뿐이죠. 그 흐름을 바꾸려면 과거가 조금 후회되더라고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런데 말이죠. 저는 기존에 설정된 어떤 법칙이나 단어 등에 머릿속에서라도 안티 하는 것을 즐기는 편인데요. 과거-현재-미래에 대해서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별빛은 50년 100년 전의 것인데 우리에게는 과거를 보는 눈이 있는 거 아닐까 하고요. 우리가 말하는 현재가 과연 현재가 맞는가 하고요. 역으로 우리 별에서 나온 빛을 보고 있는 누군가는 우리를 보고 또 과거라고 하겠죠. 그래서 우주에는 우리가 현재 쓰는 과거-현재-미래 시계가 아니라 전혀 다른 방식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하하.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슬픔에 관한 부분인데요. 우리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외부에 의한 물리적 충격이나 병이 아니라면 대부분 자신이 좌초한 측면이 크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외롭다''슬프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본 적도 없는 외로움과 슬픔을 불러들여 눈덩이처럼 큰 아픔을 만들곤 하죠. 생각만이라도 '별일 아니다''인생 별 거 없다''사는데 큰 지장 없다'이런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면 여러모로 좋겠죠.
그걸 방해하는 것이 뭐다. 바로 '욕심'이라고 가사에 나와 있네요. 비우고 삽시다. 하하하.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노래 가사는 굉장히 밝은데 제 고질병이 돋는 바람에 너무 인문학적 혹은 철학적 가사 해석이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런 것을 더 좋아하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뭐 이런 날도 있는 거죠'라고 가볍게 생각하며 더 많은 분들을 만족시키겠다는 욕심을 비워야 하는 것이겠지요. 여러분들은 살면서 어떤 욕심을 비우기가 그리도 어려우신지요. 편안한 밤 되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