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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Dec 25. 2023

국카스텐의 <걱정하지 말아요 그대>

작사/작곡 전인권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국카스텐'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SiO9 xsWk7 d8? si=KWqqX6 h1 mFSY-a8B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 국카스텐의 <걱정하지 말아요 그대> 가사 중 -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그동안 힘든 일이

너무 많았다는 거

그 무게를 견뎌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거 잘 알아요


그대의 아픈 기억들

슬픈 이야기들

새로움을 잃어버렸지만

누굴 탓하겠어요


그대 가슴에 깊이 묻고

우리 함께 노래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수밖에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겠죠.


지난 시간 그대는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왔죠

결과에 상관없이 말이죠


지난 시름과 고단함

그리고 회환을 노래에 담아 보내고

새로운 꿈을 꾸어요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국카스텐(Guckasten)은 2008년 12월에 데뷔한 데뷔 14년 차 남성 4인조 밴드입니다. 리더이자 보컬인 하현우 씨를 비롯해서 전규호(기타), 이정길(드럼), 김기범(베이스) 씨가 멤버입니다. 곡을 더욱 풍성하게 표현할 때는 세션으로 여령교(코러스), 안치호(기타), 김훈식(퍼커션), AEV(피아노)가 합류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그룹명 국카스텐은 독일어입니다. 중국식 만화경이라고 거울 세장을 겹친 긴 통이나 나무상자에 원색의 조각이나 알갱이를 넣은 다음 보면 거울 반사에 의해 시각적으로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하는 물건이죠. 그만큼 음악을 통해 개성 있고 다양한 스타일을 섭보이겠다는 표현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TV 출연 등을 통해서 인지도를 상당히 쌓았는데 기억되는 대표곡이 없는 것도 신기하죠.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이 '사이키델릭 록'이라고 하는데요. 찾아보니 1960년대 후반의 록 음악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장르로 몽롱하고 환각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음악이라고 하네요. 왜 이런 장르에 꽂혔을까요? 궁금합니다.

이번 노래는 전인권 씨가 부른 곡을 국카스텐이 MBC <복면가왕>에 출연했을 때 커버한 곡입니다. 원곡은 2004년 전인권 씨의 4번째 솔로 앨범에 실렸고요. tvN <응답하라 1988>에 삽입된 가수 이적 버전을 기억하시는 분도 꽤 됩니다. 이 노래는 전인권 씨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혼 후 나란 존재가 없어지는 안타까움을 모티브로 가사를 썼다고 하네요. 가수 김장훈 씨가 이 곡을 거절했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너무 유명한 곡이고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생명력을 가진 곡이 아닐까 합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가사가 엄청 짧습니다. 제가 다뤘던 노래 중 1등입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해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가 연휴라서 좀 여유가 생기는 바람에 다뤄보기로 했습니다. 제목부터 살펴보죠.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입니다. 제목이 거의 모든 걸 다 표현하고 있죠. 가사는 엑스트라 같은 느낌이죠. 저는 무교라서 크리스마스라고 딱히 뭘 하진 않는데, 그래도 <가사실종사건>을 통해 평소보단 의미 있는 곡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은 좀 했습나더. 그래서 이 곡을 선정했죠.

최근에 위로곡을 좀 올려드렸더니 반응이 꽤 괜찮더라고요. 막연히 사는 게 쉽지 않구나. 위로가 필요한 시기인가라고 중얼거렸답니다. 이 노래는 위로의 끝판왕 곡이라고 말해도 될 듯하죠. 가사가 짧아서 계속 헛소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하하하.  

이 노래의 가사는 크게 3파트입니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가 첫 파트죠. 아픈 기억이랑 가슴에 묻어 버리고 걱정을 내려놓고 함께 노래를 부르자고 합니다. 저도 <가사실종사건>에서 노래를 다루지만 노래의 쓸모 중 하나가 걱정을 누그려 뜨려 주는 것 아닐까 합니다. 나의 주파수에 맞는 소리가 나올때면 나를 위로하는 것 같거든요.

두 번째 파트는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버렸죠/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입니다. 그동안 힘들 일이 많아서 새로움을 보는 것을 잊어버렸다면서 그동안의 슬픈 이야기는 자신의 탓으로 훌훌 털어버리라고 말합니다. 성숙한 사람은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남이 아니라 나를 돌아본다고 했던가요. 삶이 힘들어 '새로움을 잃어버렸죠'라는 가사가 가슴을 후벼 파네요.

세 번째 파트는 하이라이트로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부분입니다. 돌림 노래처럼 이 부분은 노래에서 무한 반복되는 느낌입니다. 제가 어제 말씀드렸던 의미에 대한 썰을 떠올리시면서 과거는 과거의 의미로 남겨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 삶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과가 썩 좋지 못하더라도) 나름 열심히 살아온 당신 여기까지 오느냐 수고했어요. 이제 새로운 꿈을 꾸며 내일로 걸어가요'라고 말하는 것 같죠?


오늘은 '걱정'이라는 것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사실 걱정이라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머릿속에만 그려질 뿐이죠. 한마디로 막연한 불안감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걱정이 지나치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습니다. 어른들이 '걱정도 팔자다'라고 말하며 대수롭지 않게 대하라고 타이르는 것도 그런 이유겠죠. 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도 '이 또한 지나가리니'라는 말을 곱씹으면 한결 마음이 편해집니다. 걱정이란 놈은 잠깐 모습을 드러내다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네요.

걱정의 사전적 의미는 '안심이 되지 않아 속을 태움'입니다. 걱정하는 대상은 '미래'겠죠. 걱정의 근거는 '과거'일 거고요. 지금까지 잘 안 풀렸으니 미래가 불안해 속을 태우는 것이겠네요. 그래서 이 노래에서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라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과거사를 어떻게 정리하는지가 미래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서 일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사실 과거지사가 안 풀린 것과 불안한 미래 모습 간 상관관계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면 과거에 나쁜 짓 했다고 미래가 그걸 알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안 풀려서 낙담하고 좌절한 모습으로 미래를 대하는 것이지요.

과거 그까짓 거 훌훌 털어버리고 미래는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라는 마인드셋만 된다면 과거의 무게 따위를 느낄 공간은 없어 보이네요. 이 노래를 작사작곡한 전인권 씨는 이별 후 자신을 자책하며 떠난 사람을 마음으로 붙잡고 있었죠. 자신을 과거에 묻어버린 채 현재를 살았으니 당연히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가수답게 그는 노래를 부르며 그 과거를 떨치고 현재로 올 수 있었습니다.

걱정에는 욕심이 관여합니다. 본인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을 되게 하려 하는 마음이 앞서면 걱정이 기가 막히게 그걸 알아보고 찾아오니까요. 본인의 능력을 키우든가 바라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 걱정 퇴치에 도움이 되는 방법일 겁니다. 어쩌면 걱정은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발버둥일 수도 있겠네요.

우린 살면서 되지도 않는 걱정을 퍽이나 많이 하고 삽니다. 일이 잘못될까 늘 불안한 것이죠. 근데 하는 일마다 잘 되면 그건 즐거울까요? 불안이 단순히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안심을 찾기 위한 동력으로 쓰이면 어떨까요? 걱정할 시간에 뭐라도 해 보는 것 말이죠. '그대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라는 말이 저에겐 '걱정한다고 나아지지 않아요. 노래가 됐든 뭘 좀 해 보는 것은 어때요'라고 들리는 것도 이유가 있겠죠.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PS. 국카스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예전에 김경호 씨를 처음 대했을 때의 충격을 받았더랬습니다. 저런 고음이 가능하다고?라고 혼잣말을 했었죠. 약간의 대중성이 떨어지는 단점만 보완하면 크게 될 것 같은데 마지막 화룡정점이 아쉬운 대목으로 남습니다. 흔히들 부자, 연예인, 정치인 걱정은 하지 않은 거라고 하죠. 내가 걱정 안 해도 잘 먹고 잘 살 분들이라서요. 자신을 걱정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주변으로 시선을 넓혀서 타인의 삶을 걱정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설사 걱정 거리를 해결해 줄 수 없더라도요. 오늘은 성탄절이이니 그 취지를 살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연휴의 마지막 날이네요. 다음 주에 또 한 번의 연휴가 있다는 위로를 전하면서. See you. Coming Soon-  (NO.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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