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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Feb 14. 2024

리쌍의 <내가 웃는 게 아니야>

작사 개리 작곡 길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리쌍'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nt5 mvz10 kCw? si=gr5 JDs9 El0 jXnfpR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또 내가 걷는 게 걷는 게 아니야


너의 기억 그 속에서


난 눈물 흘려


너를 기다릴 뿐


- 리쌍의 <내가 웃는 게 아니야> 가사 중 -




이제와 돌변하는 너

이제와 날 바보로 만드는 너


나도 모르게 너의 뺨을 때리고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 다리로

한참을 걸으며 다짐했지


그동안 나의 노력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졌기에

보란 듯이 잘 살아서

너에게 후회를 선물해 주겠다고

 

그 호기 다 어디로 갔나

외로움과 기다림에 지친 낚시꾼처럼

추억과의 한 판 승부에

처절하게 패해버린 패잔병처럼

난 밤길을 홀로 걷지


눈물이 차올라

날 흔들어

두 눈에 어둠이 다가와

날 아프게 해


잊자 잊자

수천수만 번을 다짐했건만

자꾸 못해 준 것만 생각나고

너의 웃음만 떠오르지


남자답게 쿨하게

웃으며 보내주고 싶지만

해도 해도 안 되는 걸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리쌍은 2002년에 데뷔한 힙합 듀오입니다. 길과 개리가 멤버죠. 데뷔 전 두 멤버는 X-Teen 객원으로 활동하면서 조우합니다. 이후 '허니패밀리'에서 같이 활동하다가 죽이 잘 맞아서 금세 친해졌다고 전해지죠. 두 멤버와 친구 사이였던 디기리와 함께 팀을 탈퇴해서 '리쌈트리오'를 결성했다가 디기리가 빠지고 리쌍이 되었죠.

에픽하이, 다이내믹 듀오와 함께 힙합의 대중화에 앞장섰던 그룹입니다. 2002년 정규 1집이 발매되었는데, 타이틀곡이었던 <Rush>가 히트를 쳤죠. 2집 <리쌍부르스>를 거쳐 2005년 3집을 발매했는데, 오늘 소개드릴곡이 여기서 실렸던 타이틀곡입니다. 4집 <Ballerino>까지가 전성기였습니다.

개리가 랩과 작사를 담당하고, 길이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았죠. 개리의 가느다란 목소리와 길의 묵지한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며 듣는 맛을 느끼게 해주는 그룹이죠. 초창기 시절에는 다소 어둡고 침침한 분위기였다면 시간이 더해 갈수록 좀 밝은 이미지가 덧대졌다고 할까요.

두 멤버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길은 MBC <무한도전>에, 개리는 SBS <런닝맨>에서 한동안 모습을 비췄죠. 길 씨의 음주운전 사건, 리쌍 빌딩이 곱창집 사건(세입자와의 갈등)을 겪으며 침체기를 겪었습니다. 한 때 재기를 꿈꾸기도 했지만 기획사 리쌍 컴퍼니가 폐업 절차를 밟으면서 2022년에 공식으로 해체된 되었습니다. 그 멤버의 우정도 함께 그리된 듯 합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참 익숙하죠. <내가 웃는 게 아니야>입니다. '웃프다'라는 단어가 떠오르는데요. '웃고 있지만 슬프다'는 의미죠. 네. 이 노래에서도 실연을 당한 화자는 남자답게 쿨하게 상대를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정반대인 찌질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랩이라서 가사가 엄청 깁니다. 그래서 또 한 번의 도전 과제가 되었네요. 핵심 부분만 짚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날 사랑한다는 말 천 번을 넘게/ 내 맘 구석구석 빼곡히 써놓고/ 이제 와 나를 망부석 여인처럼 남겨둔 채/ 방 한구석 먼지처럼 나를 밀어둔 채/ 헤어지자 말하는'이 첫 가사입니다. 믿었던 상대에게 실연을 당한 상황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망부석 연인, 방한 구석 먼지는 자신의 처지를 비유하고 있죠.

'너의 뺨을 나도 모르게 때리고/ 내 발목을 잡는 땅을 억지로 뿌리치며/ 한참을 걸으며 다짐했어/ 다신 내 곁에 널 두지 않겠다고/ 여태 널 지키기 위해 했던 나의 노력/ 그 모든 걸 다 오려/ 저 달리는 차들 속으로 던지고/ 눈물 섞인 웃음을 짓고/ 어떻게든 너보다 잘 살 거라는 믿음/ 저 짙은 어둠 속에 새기며' 부분입니다. 실연으로 배신의 감정을 느끼며 보란 듯이 잘 살아보겠다고 굳은 다짐을 하고 있네요.

'며칠이나 지났을까/ 늦가을 쓸쓸한 거리처럼/ 물가에 홀로 앉은 낚시꾼처럼/ 외로움과 기다림에 지친 난 끝없는 줄담배에 기침을 하며/ 미친 듯이 추억 속으로 빨려 들어가/ 애교 섞인 목소리에 꺾인 나뭇가지처럼 쓰러져/.... 하지만 이젠 그녀는 내 곁에 없지/ 난 또 외로움에 밤길을 걷지' 부분입니다. 호기로왔던 굳은 다짐이 며칠도 안 돼서 무너지는 모습이죠. 지독한 외로움과 시름을 하고 있네요. '애교 섞인 목소리에 꺾인 나뭇가지처럼 쓰러져'라는 가사가 굉장히 시적으로 다가오네요. 꺾인 나뭇가지가 굳은 다짐을 은유한 듯 보이네요.

이 노래의 주제절은 '남자답게 웃고 싶지만/ 매 순간 멍해지는 습관 고쳐지질 않고/ 남자답게 웃고 싶지만/ 남자답게 난 웃고 싶지만/ 밥 한 숟갈 떠 넣기가/ 이렇게 힘들 수가' 부분이 아닐까 하는데요. 미련 없이 멋지게 그녀를 보내주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되는 화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서입니다.

하이라이트는 '내가 걷는 게 걷는 게 아니야/ 너의 기억 그 속에서/ 난 눈물 흘려/ 너를 기다릴 뿐/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이하 동일) ' 이 부분이죠. 해야 하는 일(잊는 것)과 지금 하고 있는 일(기억, 눈물, 기다림 3 콤보)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면서 우는 듯 웃고 있고 웃는 듯 울고 있는 것 같죠?


음. 오늘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웃음에 대하여'로 썰을 좀 풀어볼까요? '썩쏘'가 생각나기도 하는데요. 울어도 쉬원치 않을 상황에서 그 반대의 웃음이 나오는 상황이죠. 여러분들의 이런 상황이 있으셨나요?

웃음의 종류도 꽤 많습니다. 미소, 목소(눈웃음), 비소(코웃음), 담소(대화중 자연스럽게 웃음), 박장대소(손뼉을 치며 크게 웃음), 폭소, 홍소(입을 크게 벌리고 웃음), 희소(기쁜 마음으로 저절로 웃음), 고소(쓴웃음), 조소(비웃음), 냉소, 가소(거짓 웃음),  파안대소(얼굴표정을 한껏 지으며 크게 웃는 웃음), 각가대소(껄껄하고 크게 웃은 웃음), 양천대소(어이없다는 웃음) 등등요. 이 중에서 이 노래의 주인공과 관련된 웃음을 꼽으라면 고소(쓴웃음)나 가소(거짓웃음), 혹은 양천대소(어이없다는 웃음)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요. 기쁠 때만 웃는 것만이 웃음이 아니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완전히 그 반대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 참 이색적이네요.

그래서인지 누군가가 웃고 있다고 긍정적으로만 해석하면 곤란하겠죠. 그 웃음이 긍정의 웃음인지 부정의 웃음인지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 상황이나 맥락을 이해해야 웃음의 참모습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웃음'의 경우에 우리가 주목해야 봐야 하는 것은 그 뒤에 자리 잡은 '본심'이 아닐까 합니다.

왜 일본어 중에 '혼메'라는 말이 있잖아요. 우리나라 말로 '진심'이나 '진정성' 정도로 번역이 되곤 하죠. 일본의 가게에 들어가면 점원들이 그리도 친절하게 대할 수가 없죠. 속으로는 단박에 물건을 살지 안 살지 간파하는 눈을 가진 점원이 그걸 숨기고 이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미소와 말투로 고객을 대하는 모습을 빗대서 쓰는 표현이죠. 그걸 몰랐을 땐 '일본인들은 속도 없나' 이런 말을 쿵씨렁되곤 했었죠.

이런 거짓 웃음은 'NO'라고 말하기 불편한 상황에서도 사용됩니다. 일명 '부정적인 감정 숨기기' 기술이죠.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도 부정적인 언어보다는 웃음으로 표현하는 거절이 훨씬 나을 겁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닐 테니까요.

슬픔을 감추기 위해 웃던, 남자다운 척하기 위해 웃던 웃는 행위 자체는 좋은 일 같습니다. 웃음의 효과야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었으니까요. 1분 동안 크게 웃으면 10분 동안 에어로빅, 조깅, 자전거 타기한 효과도 있다고 하고 우리 몸에서 암세포를 제거하는 NK 세포도 활성화한다고 하더군요. 웃음 뒤에 감춰진 본심을 파악하는 것, 그리고 가급적이면 나쁜 일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것, 이것이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웃음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네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휴~


 PS. 나이가 들수록 웃을 일이 적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평소에 잘 웃으시나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내향인들의 경우는 특히 웃을 일이 적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생각날 때마다 그냥 모니터 보면서 혹은 글 쓰면서 혼자 입꼬리라도 실룩실룩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방금 해 보니 내가 미쳤나 하면서 한 번 더 피식 웃게 되는 효과가 있네요. 여러분도 해 보세요. 한 1분쯤 생명이 연장되는 것이 아닐까요? 하하하. 힘들고 슬프고 고단해도 이유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웃읍시다. 웃으면 복이 온다잖아요. 하하하. 즐겁고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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