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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Mar 17. 2024

일기예보의 <인형의 꿈>

작사/작곡 일기예보, 나들, 정규련, 강현민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일기예보'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c1gPf16NjsY?si=mdshQrHkxeAod838


한 걸음 뒤엔

항상 내가 있었는데


그댄 영원히

내 모습 볼 수 없나요 워


나를 바라보며

내게 손짓하면

언제나 사랑할 텐데


- 일기예보의 <인형의 꿈> 가사 중 -




고개만 돌려도

손만 뻗어도

닿을 거리에서

늘 서 있었는데


그대 눈에만

보이지 않죠


끝을 모를 기다림

지쳐가는 나는

인형처럼 한 곳만 보여

서서시 굳어가요


매일 꿈을 꿔요

그대와 밝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꿈


하지만 꿈에서 깨고 나면

언제나 현실은

날 차갑게 대하곤 하죠


주변 사람들은

바보처럼 한 사람만 보는

날 보며 혀를 차죠


투명인간이 된 것처럼

늘 주변을 맴돌지만

그대에게만 내가 그토록

보이지 않은 걸까요


날 바라봐줘요

나에게 손을 들어봐요

난 그대의 신호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요




일기예보는 1993년 데뷔한 3인조 그룹입니다. 강현민, 나들, 정구련이 멤버죠. 1898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동상을 차지하며 본격적인 가수 데뷔를 준비했습니다. 1993년 1집과 1995년 2집을 발표하고 정구련 씨가 탈퇴합니다. 이때부터 2인조 그룹으로 재편되어 1999년까지 활동했죠.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1996년 발매한 3집에 수록된 곡입니다. 가장 인지도가 있는 곡이죠. 이 곡 이외에도 <좋아 좋아>와 <그대만 있다면>이 유명합니다.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하기도 했고요. <그대만 있다면>은 일본 가수가 드라마오프닝 송으로 불러서 잘 되기도 했고 국내에서는 지난해 너드커넥션이 리메이크했죠.

멤버였던 강현민 씨는 러브홀릭을 결성해서 활동하기도 했고요. 015B의 객원보컬로도 참여했던 나들 씨는 <싱어게인-무명가수 전 시리즈>네 나와서 오랜만에 얼굴을 비추기도 했습니다. 나들씨는 오랜 기간 지병을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쾌유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살펴보죠. '인형의 꿈'입니다. 인형이 꿈을 꾼다니 제목이 좀 귀이합니다. 전체 내용으로 살펴보면 화자 자신을 인형의 모습으로 비유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인형의 꿈은 화자 자신의 꿈을 말하고 있는 것이죠. 화자의 꿈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댄 먼 곳만 보네요/ 내가 바로 여기 있는데/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날 볼 수 있을 텐데'가 첫 가사입니다. 전형적인 짝사랑 노래인 거 눈치채셨죠. 화자는 상대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상대는 정 반대죠.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화자가 있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는 상황인 것으로 보이네요.

'처음엔 그대로 좋았죠/ 그저 볼 수만 있다면/ 하지만 끝없는 기다림에/ 이제 난 지쳐 가나 봐' 부분입니다. 처음 짝사랑할 때는 상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 나은 단계로 가고 싶은 욕망이 자신을 괴롭히죠.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으니 지쳐갈 수밖에요.

2절을 보시죠. '난 매일 꿈을 꾸죠/ 함께 얘기 나누는 꿈/ 하지만 그 후의 아픔을/ 그댄 알 수 없죠' 부분입니다.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흔히 보이는 상사병이죠. 꿈에서 상대가 나타나고 평소에 하고 싶은 것들이 이루어지죠. 하지만 잠을 깨면 냉랭한 현실만이 기다리고 있죠. 그만큼 아픔은 극대화됩니다.

'사람들은 내게 말했었죠/ 왜 그토록 한 곳만 보는지/ 난 알 수 없었죠 내 마음을/ 작은 인형처럼/ 대만을 향해 있는 날' 부분입니다. '제목이 인형의 꿈'이었는데, 여기 '작은 인형'이라는 가사가 나오네요. 여기서 화자와 나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바로 '한 곳만 본다'가 아닐까 합니다. 인형은 사물이니까 인형의 눈이 응시하는 곳은 어느 한 지점이죠. 그 방향을 바꿀 수가 없는 것이죠. 상대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에 애끓지만 포기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주변 사람들이 나무랍니다. 화자는 자신이 그런 작은 인형이 된 것 같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트는 '한 걸음 뒤엔/ 항상 내가 있었는데/ 그댄 영원히/ 내 모습 볼 수 없나요 워/ 나를 바라보며/ 내게 손짓하면/ 언제나 사랑할 텐데' 부분입니다. 앞에서 인형에 대해서는 설명을 드렸고요. 여기서는 꿈에 대한 언급을 찾아보면 될 것 같은데요. 화자 자신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져줘서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네요. 모든 인형들이 이런 사랑의 꿈을 꾸고 있을 줄이야. 하하하.


음. 오늘은 '고정된 시선'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요. 인형은 우리가 놓아있는 위치를 바꾸기 전에는 시선의 위치를 바꿀 수가 없죠. 외부에서 일정한 힘이 가해서 장소적 변경이 이루어져야만 시선의 이동이 생기는 것이죠. 이 노래에서는 한 사람에 대한 포기를 모르는 사랑을 이처럼 표현했는데요.

사랑이 아니라 인생 일반에 이런 시선을 가진다면 어떨까요? 한 마니로 '꼰대'가 되겠죠. 어떤 사안에 대해 한 가지 시선만 가지고 있는 상황도 무서운데 이걸 고수하기까지 한다면 이런 사람과 대화는 무척 힘들 겁니다. 인생을 살면서 특정한 계기, 앞에서 언급한 외부적인 힘에 의한 수동적 시선 변경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우린 죽는 날까지 그 시각을 유지하며 살게 되는 것이겠죠. 생각해 보면 끔찍합니다.

흔히들 고정된 시선의 반대말로 유연한 시선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인생은 그때그때 다르니 시선도 그때그때 유연하게 바꿔가야 한다는 의미겠죠. 사실은 시선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뇌가 혹은 우리의 생각이 고정된 것이죠. 그 결과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고정된 시선이 생기는 것이고요.

여러분들은 이러한 고정된 시선이 되지 않기 위해서 평소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누군가 책을 읽는 이유를 묻어보면 그 대답으로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내 마음에 창을 하나씩 내는 것과 같다'는 표현을 한 적이 있는데요. 독서 습관은 그런 고정된 시선으로 고착되는 것을 막는데 도움을 주는 활동인 것은 분명합니다.

독서에 담긴 무엇이 그 고정된 시선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시각 혹은 시선을 간접 경험해 보는 것이겠죠.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이런 시각도 틀린 것은 아니네' 하면서요. 네. 우리는 우리의 뇌를 어느 곳으로든 흐를 수 있는 기체로 만들어야 합니다. 고체가 되면 곤란하죠.

제 첫 책 <지구복 착용법>의 서문에 이런 내용을 주제로 해서 열었습니다. 우리 생각의 고체, 액체, 기체로 전환해 가야 한다면서요. 바로 오늘 주제인 시선과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지구에 사는 우리들이 생각의 옷, 시선의 옷을 잘 입어야 지구에 태어난 복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해 본 것이죠. 하하하.

세상에는 못 배운 사람만 시선이 고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설프게 공부한 사람들의 고정된 시선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들 하죠. 책도 한 권만 읽은 사람들이 제일 무섭듯이요. 세상의 데이터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누구의 이야기든 의심하는 수밖에요.

제 좌우명 아시죠? '세상에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없다'입니다. 제 생각조차도요. 평생을 살면서 딱히 뭘 하지 않아도 우리의 뇌는 세월이 흐를수록 딱딱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부단히 읽고 쓰고 보고 듣고 의심하고 성찰하는 방법 밖엔 없는 것이겠죠.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50대에 국카스텐 덕후가 된 분의 책을 읽었는데요. 덕후가 된 과정 속에서 자신을 드려다 보면서 가벼운 철학으로 푼 내용이었습니다. 덕후가 된 다는 것 자체는 여러 연예인 중 특정한 한 사람에 시선이 고정되는 일인데, 이 분은 그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유연한 시각을 선사한 것 같더라고요. 음악을 잘 듣지 않다가 다른 가수들과도 친해지시고요. 뭔가 하나에 미칠 때는 고정된 시각이 되기 쉽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가 되면 이처럼 그 시선을 뛰어넘는 모양입니다. 우리도 그리 되어 봅시다. 하하하. 그럼 내일 만나요.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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