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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Mar 22. 2024

더 넛츠의 <사랑의 바보>

작사 강은경 / 작곡 오다 테츠로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더넛츠'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fuCmW_1_wxs? si=3 P9 QNH2 gKvhU034 G

원하는 좋은 사람 나타날 때까지

난 잠시 그녈 지켜줄 뿐야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기에

그걸로도 감사해 워


언제든 필요할 땐 편히 날 쓰도록

늘 닿는 곳에 있어 줄 거야


어느 날 말없이 떠나간대도

그 뒷모습까지도 사랑할래


- 더 넛츠의 <사랑의 바보> 가사 중 -





그녀를 욕할 거면

차라리 나를 욕해줘

나에겐 누구보다

좋은 여자야


하고 싶어서 한 것뿐

바라는 건 없어

그녀만 웃어주면

그걸로 족해


아무리 아파도

견딜 수 있는 건

내가 바보라서야

참 못났지


할 수 없어

나에 대한 주변의 기대에

부응을 못해서

가끔 미안할 뿐이지


난 기꺼이

그녀를 위해서

바보로 살려고 해


그녀에게 좋은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지켜주는 게

나의 임무지


그러니까 언제든

내가 필요하면 갖다 써


언젠가 그녀가

말없이 사라지는 난

그 모습까지 사랑할 거야


언젠가 그녀가

말없이 사라지는 날

술이나 한 잔 사 줘




더 넛츠는 2001년 데뷔한 4인조 록 밴드입니다. 노승환, 정이한, 김상돈 나준하 씨가 멤버죠. 초기에는 인디밴드로 활동을 했고 5인조였다고 합니다. 팀명 'The NuTs'는 최고, 우량의 것, ~에 미쳐 있다' 정도의 뜻이라고 하네요. 1기 멤버로 탤런트 지연우 씨가 활동했던 그룹이죠. 지현우 씨의 형은 넥스트의 키보디스트라네요.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04년 발표한 1집 앨범의 타이틀 곡입니다. 노래가 발매될 때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가 역주행을 한 곡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원래 이 노래의 원곡은 1992년 발표된 나카야마 미호와 WANDS의 "世界中の誰よりきっと"(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였다고 합니다. 저는 이 노래를 제이세라의 노래도 알고 있는데요. 리메이크곡이었더라고요. 그래서 작곡가가 일본인으로 되어 있습니다. 작사가는 그 유명한 강은경 님입니다. 이 분의 손이 닿으면 일정한 가사의 퀄러리가 보장되곤 하죠.

이 노래는 가요계 3대 호구송이라고들 하더라고요.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누군가의 곁을 지켜준다는 가사 내용이거든요. 더 넛츠는 2016년 <슈가맨>에 소환된 적이 있고요. 멤버 전원이 MBC 드라마 <회전목마>에 조역으로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멤버 중 정이한 씨는 올초에 '우리 사랑했던 그때는'을 발표하기도 했네요.

지난해 10년 만에 멤버들이 보여 다시 무대를 갖기도 했고요.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 외에 <잔소리>와 <또르르>라는 노래도 참 괜찮습니다. 한 번 들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직관적이죠. '사랑의 바보'입니다. 한 없이 상대에게 퍼주면서도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순수(?)한 사랑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이런 캐릭터 귀해서 찾기도 어렵죠. 주변에 이런 분 있다면 바보 만들지 말고 꼭 잡으세요. 하하하.

'그렇게 말하지 마/ 제발 그녈 욕하지 말아 줘/ 그 누구보다도 내겐 좋은 여자니까'가 첫 가사입니다. 여기까지는 평범하죠. '내가 하고 싶어 잘해준 걸/ 고맙다 말 못 들어도/ 잠시나마 웃어주면 난 행복해'가 이어집니다. 이 부분도 사랑하면 그럴 수 있다 싶으시죠?

2절을 살펴볼까요? '난 바보니깐 괜찮아/ 아무리 아프게 해도 못 느껴/ 내 걱정하지 마/ 못났대도 할 수 없어' 부분입니다. 약간 자기 학대를 하는 것 같기도 하죠. '나를 자랑스레 여길 분께/ 가끔 미안해진데도/ 기꺼이 난 그녈 위한 바보로 살래' 부분이 이어집니다. 음. 부모님에게 미안하긴 한데 그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사랑의 바보가 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노래는 하이라이트 부분이 압권입니다. '원하는 좋은 사람 나타날 때까지/ 난 잠시 그녈 지켜줄 뿐야/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기에/ 그걸로도 감사해 워/ 언제든 필요할 땐 편히 날 쓰도록/ 늘 닿는 곳에 있어 줄 거야/ 어느 날 말없이 떠나간대도/ 그 뒷모습까지도 사랑할래'입니다.

상대에게 좋은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준다는 것에 고구마 폭탄 하나 투척,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는 이유 제시에 고구마 폭탄 2개 투척, 언제든 편할 때 자신을 쓸 수 있게 늘 닿는 곳에 있겠다는 어불성설에 고구마 3개 투척, 말없이 떠나가도 뒷모습까지도 사랑한다에 고구마 1,0000000000000개 투척하고 싶네요.

왜 이 노래가 국민 호구송인지 이제 이해가 되시죠?

후렴구에서는 '언젠가 그녀가 날 떠날 걸 잘 알아/ 시작이 있음 끝도 있는 걸/ 그 시간이 알고 싶어서라도/ 끝까지 가보려 해 워' 부분에서는 좀 정신 좀 차린 것 같죠? /그렇게 불쌍한 듯 날 바라보지 마/ 그래도 나는 행복하니까/ 언젠가 그녀를 보내 주는 날/ 그때 술이나 한잔 사주면 돼' 부분이 이어집니다.

화자가 오락가락하는 것 같죠. 어떤 때는 똘망똘망했다가 또 어떤 때는 흐리멍덩 해져가고서. 하하. 이걸 어쩐다. 아무튼 뒷모습까지 사랑한다는 가사 보다는 술이나 한잔 사주면 돼가 더 현실적이고 느낌이 있어 보이네요. 아무리 뜯어말려도 자신은 사랑의 바보 콘셉트로 쭉 가겠다는 의지가 보이시나요?


음. 오늘은 가사중 '그 시간이 알고 싶어서라도 끝까지 가보려 해'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우린 사랑을 하고 언젠가 감정이 식지만 쉽게 등 돌리지 못합니다. 이걸 의리라고 말해야 할까요? 아니면 미련인 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그 사람에 익숙해진 삶 뒤에 올 두려움 회피라고 해야 할까요?

서로 사귀다가도 아니다 싶으면 다른 길을 걸어가야 하지만 우리는 그 결단의 순간을 늘 지나치곤 합니다. 그래서 나중에서야 끝자락까지 온 관계를 보며 후회를 하게 되죠. 겪어봐도 모르는 사람은 하수, 겪어봐야 아는 사람은 중수, 겪어보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고수입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때마다 새롭고 때마다 끝자락에 서 있음을 경험하죠. 끝경험하지 않겠다고 굳은 다짐을 하면서 시작을 하지만요.

 사랑의 속성이란 원래 그런 것일까요? 가능성이 1도 없어 보이는 상태, 서로에게 세상에 있는 나쁜 말을 쏟아버려야만 '이제 끝이구나'하고 마침표를 찍게 되는 것이 오묘하게 느껴집니다. 노래의 가사처럼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인 것을 아는 나이가 되어도, 시간의 끝을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저는 사랑이라는 것을 '죽는(힘들) 줄 알면서 그 길을 향해서 가는 무모함' 정도로 정의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사랑의 완결을 꿈꾸며 부픈 가슴으로 시작한 사랑도 있겠지만 사랑하면 할수록 자신만 더 힘들어질 것을 예상하면서도 그 어려운 길을 굳이 본인이 해내겠다는 마음을 내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하고요. 여러분들은 이런 사랑을 경험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노래 속 화자는 호구 그 자체로 비난받아 마땅할까요? 오히려 사랑이라는 것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1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 무조건적인 사랑에 가까운 사랑을 연인 사이에 하고 있으니까요. 단지 바라는 것은 상대방의 웃는 모습과 떠나는 날에 마시는 술 한잔이죠.

결혼하기 전까지 4계절은 만나봐야 한다는 말을 주변에서 들어보셨는지요? 1년쯤 같이 지내다 보면 상대의 좋은 점도 보이지만 싫은 점도 보입니다. 장단점을 충분히 숙지하고 결혼해야 뒤탈이 적어진다는 어른들의 말씀이죠. 늘 좋게만 보이려는 모습에 취해 결혼을 하면 본인이 속은 결혼을 했다고 느낄 테니까요.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일'이 필요한 듯 보입니다. 경제적 셈법이나 이해타산 따위 마저도 말이죠. 그런 걸 계산하지 않는 그나 그녀를 우리는 바보라고 말하죠. 그런 바보가 하는 사랑이야말로 진짜 사랑인 것이죠. 자신을 바닥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 바닥까지 내려간 사람을 건져줄 수 있는 용기가 만나면 참 아름다운 사랑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 힘든 상황에서도 이것저것 재지 않고 사랑의 마음을 내는 화자의 무모함이 귀에 들립니다. 너는 그렇게 사랑을 해 봤냐고 그래서 화자를 비난할 자격이 있냐고 묻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하하하. 여러분이라면 이런 힘든 사랑이 찾아올 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 사랑을 외면하지 않은 채 끝까지 지켜볼 자신이 있으신가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PS. 이 놈의 사랑은 써도 써도 끝이 없네요. 노래마다 비슷한 듯 다른 모습을 끝없이 보여주고 있네요.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만 잘 이해해도 인생사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제가 어떻게 노래를 선곡하는지 궁금하실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는데요. 어떤 의도나 로직을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출퇴근하는 차 안에서, 점심시간에, 운동하면서 등등 유튜브로 아무 노래나 듣다가 꽂히는 곡을 선택한 답니다. 별거 없죠? 아 안 듣던 노래를 들으려고는 합니다. 하하하. 그럼 내일 만나요.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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