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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Aug 30. 2023

NEXT의 <도시인>

작사/작곡 신해철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NEXT'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7OU7vwRYWAE?si=4cAQ1YsbgQNOLGyQ


아침엔 우유 한잔

점심엔 FAST FOOD

쫓기는 사람처럼

시곗바늘 보면서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 경적소리

어깨를 늘어뜨린 학생들

THIS IS THE CITY LIFE


모두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손을 내밀어 악수하지만


가슴속에는 모두 다른 마음

각자 걸어가고 있는 거야


아무런 말없이 어디로 가는가

함께 있지만 외로운 사람들


- 넥스트의 <도시인> 가사 중 -




회색 하늘 속 회색 빌딩

회색 빛 얼굴을 한 사람들

여기는 도시라는 이름의 공간


무언가에 쫓기듯

연신 시계를 보며

발걸음 재촉하는 사람들


사람보다 자동차가

우선인 거리에는

경적소리가 울려퍼지고


그 사이를 학생들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휴대폰만 보며 걷고 있네


큰 빌딩들로 둘러싸인 숲 속

사람들은 기계가 된 듯

조그마한 책상에 앉아

쏜살같이 지나가는

세월만 바라보고 있네


어젯밤 마신 술이 덜 깬 듯

흐리멍덩해진 정신을

가깟으로 부여잡고


커피 한잔으로

각성해 보려 하지만

구겨진 셔츠만큼

초라한 모습뿐


쉴 새 없이  

휴대폰의 카톡 소리가

울려퍼지고


잠만 자고 집을 빠져나오면

전쟁터와 같은 직장이

기다리고 있을 뿐


모두가 무표정한 얼굴

가끔 보이는 억지 웃음

겉과 속은 늘 그렇게 다르지


모두가 각개전투의 삶을 살아

누구와도 마음을 나눌 수 없지

그래서 함께 있어도

늘 외로움을 느끼지




넥스트는 리더이자 메인 보컬인 고 신해철 씨가 먼저 떠오르는 그룹입니다. 1988년 밴드명 무한궤도가 <그대에게>라는 곡으로 대상을 타며 대중에게 알려졌습니다. 참고로 서태지가 6촌 동생이기도 합니다.  '마왕'이라는 캐릭터가 말해주듯 소신껏 사회적 발언도 많이 한 연예인이었죠. 음악계에 미친 영향이 그야말로 어마어마했습니다. 의료사고로 너무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한 것이 애석할 따름입니다.

넥스트는 1991년에 결성되었고 97년 해체 후 2002년 재결성되어 19년까지 활동한 장수 그룹입니다. 신해철을 제외하고 연주 멤버가 워낙 많이 바뀌어서 가계도를 그려야 할 정도네요. 이번 곡은 1992년에 발매된 1집 앨범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워낙 명곡이 많은 그룹이라 다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라 생략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랑 주제 노래보다는 이번 노래처럼 사회적 시선이 반영된 곡에 더 눈길이 갑니다. (나중에 사랑, 이별 외 부분 시리즈도 별도로 한 번 다뤄볼 예정입니다.)

자. 본업인 가사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이 노래는 도시라는 공간에 사는 사람들을 냉소적으로 표현한 노래입니다. 20대에 눈에 비친 도시인의 모습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사 전개가 아주 독창적입니다. 신해철 씨는 가수라기보다는 음악인으로 불러야 맞는 사람이지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발매한 곡인데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사회상이 좀 씁쓸하기도 하네요.

첫 가사가 '아침엔 우유 한 잔/ 점심엔 FAST FOOD/ 시곗바늘 보면서'인데요. 전 지방 출신으로 서울에서 거주한 적도 있지만 지하철 타면서 느꼈던 것 중에 하나는 '서울 사람들은 왜 이렇게 빨리 걷지?'였습니다. 집에 꿀 바른 금덩이라도 있는 건지 하는 생각을 했더랬죠. 그만큼 도시인의 삶은 여유가 없고 늘 뭐에 쫓기듯 사는 모습을 노래 가사에 담은 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이어 나오는 가사가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 경적소리/ 어깨를 늘어뜨린 학생들/ THIS IS THE CITY LIFE'입니다. 도시란 한적한 공간이 아니라 소음과 공해로 뒤덮여 있고 그 속에서 미래라고 불려야 하는 학생들조차 좀처럼 어깨를 활짝 펴지 못하고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꼬집네요.

직장인의 CITY LIFE의 모습은 더 구체적으로 가사에 담겨져 있습니다. 술에 찌들어 출근을 하고 잠을 억지로 깨려고 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뽑고 있는 모습(지금이라면 커피숍이겠죠), 기계 부품처럼 나 하나 없어져도 크게 지장이 없는 사회, 마천루가 즐비한 빌딩 숲 속의 작은 의자에 앉아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눈은 침침해지고 흰머리가 나며 점점 빨리 가는 세월을 한탄하는 모습, 한 시도 휴대폰에서 눈을 못 떼고 있는 모습, 귀가가 늘 늦어 잠만 자고 출근하는 집이라는 공간, 동료를 의식하며 조금이라고 빨리 높은 곳으로 오르겠다는 갈망이 모인 공간 등을 도시인의 삶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후렴구가 여러 번 반복되는데요. '모두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손을 내밀어 악수하지만/ 가슴속에는 모두 다른 마음/ 각자 걸어가고 있는 거야'입니다. 즐거운 마음, 웃는 얼굴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표현인 듯하고요. 사회 속에서 만난 사람과 친구가 되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그만큼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고 연기 삼매경에 빠져 있다는 점을 가사에 담았네요. 그러니 서로 간에 소통이 안 되고 결국에는 각개전투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죠.

마지막 가사가 '아무런 말없이 어디로 가는가/ 함께 있지만 외로운 사람들'입니다. 가짜의 모습으로 만나는 사회에서 내편이라고 하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요? 그러니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도시라는 공간 속에서는 상대적인 외로움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거죠.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물리적인 사람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통하는 오직 한 명의 친구가 아닐는지요.

30년 전에 나온 노래 가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거의 예언서에 가깝네요. 지금 우리들의 삶에 적용해 봐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하는 말입니다. 모든 자원이 밀집한 도시라는 공간은 편리성을 극대화시켜 주는 측면이 있지만 그만큼 정서적으로는 어두운 회색 빛깔의 모습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자본주의라는 경제방식이 그 단점을 극대화하고 있는 측면이 크다고 보는데요. 얼마 전 TV에서 보니 돈이 없는 사람들은 오프라인 공간보다는 온라인 공간으로 몰리면서 그만큼 오프라인 공간의 장점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오타쿠 따위가 괜히 생겨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도시의 삶이 얼마나 각박한지는 유독 출산율이 낮은 것이 대도시라는 점이 방증하죠.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기 위해 도시로 올라오는 지방대생들의 비애를 떠올려 봅니다. 서울은 청년을 삼켰다가 뱉어내는 도시라고 하죠.이대로의 도시가 그리고 도시인이 유익한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이 많은 도시라는 공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인공미는 둘째로 치더라도 인간 관계의 깊이를 더하기에 좋은 장소는 아니라서요. 도시는 일이 있을 때 잠깐 찾는 정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도시의 삶에 만족하시나요? 죽을 때까지 도시에 머무실 생각이신가요? 물질보다는 정신이 풍요로운 도시란 정녕 불가능한 것일까요?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PS. 이번 편으로 <가사실종사건> M 보컬 그룹 편을 마치겠습니다. 그동안 많은 성원 보내주신 브런치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일부터는 <가사실종사건> G 보컬 그룹 편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정말인지 M 보컬 그룹은 가수 선정하는데 너무 많은 힘을 뺐네요. 상대적으로 G 보컬은 수월하리라 예상하면서. 오늘도 편안한 밤 되시어요. SEE YOU. COMING SOON- (NO.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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