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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May 08. 2024

R.ef의 <이별공식>

작사 윤성희 작곡 홍재선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R.ef'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tytyOYSyRt8? si=J5 MyumbX46 ZXPOFg

햇빛 눈이 부신 날에 이별해 봤니

비 오는 날 보다 더 심해

작은 표정까지 숨길 수가 없잖아


흔한 이별 노래들론 표현이 안돼

너를 잃어버린 내 느낌은

그런데 들으면 왜 눈물이 날까


- R.ef의 <이별공식> 가사 중 -




왜 이별만 하면 비가 오지

밤은 왜 이렇게 길고

옆구리가 시린 가을이고

무슨 공식이라도 있는 건가


나 같으면 욕설 한 가지를

퍼부어도 시원치 않을 것 같은데

어찌나 다들 상대의 행복을

빌어주지 못해 안달이 났는지


그게 말이 돼

사랑을 제대로 안 한 거 아냐

사람은 다 다른 건데

이별 모습은 너무 한결 같잖아


난 표정을 감출 수가 없을 만큼

하늘이 쨍쨍한 날 이별을 했어

이별 노래 어디를 찾아봐도

나 같은 이별은 없더라고


그렇다고 누군가를 잃어버린 느낌이

더 적다고는 말할 수 없는 거잖아

근데 진부한 노래 가사에

마음이 동하는 건 왜 일까?




R.ef는 1995년 데뷔한 남성 3인조 그룹입니다. 리드보컬 이성욱과 서브보컬 성대현, 그리고 랩을 담당하는 박철우가 멤버입니다. 활동명 R.ef는 새로운 레이브 음악을 선보인다는 당찬 포부를 담은 Rave effect의 약자죠. 레이브 음악은 쉽게 말해 당시 해외에서 유행하고 있던 클럽 음악이라고 하네요. 일본의 코무로 테츠야가 만든 댄스그룹 TRF의 영향을 받아서 팀명을 지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2.5집이 끝나고 계약사의 마찰로 계약 파기 및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가 돌아와서는 팀명도 앨범명에 맞춰 'Ruff Eazy Flava'로 바꿨죠.

그룹 멤버는 물론이고 매니저를 비롯해 소속사 사장까지 모두가 클럽 DJ 출신이었죠. 1990년대 초반 클럽 DJ들이 많아지면서 원로에 해당되는 R.ef의 사장님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만들어진 그룹이라네요.

당시 클럽 노래는 거기서 거기여서 표절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도 했죠. 아무튼 클럽 출신이어서인지 음반을 내자 전국 클럽에서 알아서 발 벋고 노래를 틀어주며 인기 가도를 달렸다는 후설이 전해집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1집에 실린 2번째 활동곡인데요. 후속곡이라고 하죠. 타이틀곡은 <고요 속의 외침>이었고 3번째 노래는 <상심>이었습니다. 한 음반에서 이렇게 3곡이나 히트를 하는 사례도 찾아보기 어렵죠.

활동기간은 4집을 발매한 1998년까지로 짧은 편이었지만 약 370만 장의 앨범을 판매했고 23회나 가요 순위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2004년 어렵사리 완전체가 되어 싱글을 발매했지만 큰 방향은 없었습니다. 각각 솔로에도 도전도 했고 2012년에는 리더인 박철우를 제외하고 2인조로 싱글을 내기도 했죠.

성대현 씨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얼굴을 비추고 있는 반면 박철우 씨는 LP 바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고 이성욱 씨는 비쥬 주민 씨와 함께 플렉스티비에서 '리맨즈티비'로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다고 전해지네요. HOT와 젝스키스 같은 아이돌 그룹의 출연으로 불가피하게 짧고 강렬하게 활동할 수밖에 없었던 그룹이 아닐까 합니다. R.ef Forever~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이별 공식'입니다. 이별에도 공식이 있는 것일까요? 이 노래에서는 그런 공식이 있다고 말하고 있죠. 하지만 화자는 그런 이별 공식을 따라가지 않는 이별의 주인공입니다. 그래서 기존의 이별공식을 디스하고 있죠. 어떤 사연인지 같이 가사를 쫓아가 보시죠.

'이별 장면에선 항상 비가 오지/ 열대우림 기후 속에 살고 있나/ 긴 밤 외로움과 가을 또 추억은/ 왜 늘 붙어 다녀 무슨 공식이야'가 첫 가사입니다. 재밌죠? 이별을 할라치면 주인공의 머리에 비가 우두둑 떨어집니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르게 하려는 것일까요? 아니면 빗물을 눈물로 치환한 것일까요? 화자는 우리나라가 열대우림 기후도 아닌데 왜 이별하는 장면에 비가 자주 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밤은 유독 길게 느껴지고 가을 낙엽을 밟으며 걷는 주인공의 발걸음이 유독 우수에 찹니다. 그래서 따져 묻죠. 이런 게 흔히 말하는 이별 공식이야. 이런 게 있긴 한 거야라고요.

'떠난 그 사람을 계속 그리면서/ 눈물 흐르지만 행복 빌어준대/ 그런 천사표가 요즘 어디 있어/ 설마 옛날에도 말만 그랬겠지' 부분입니다. 같은 맥락의 가사입니다. 떠나는 사람을 유유히 보내주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 그리고 항상 마지막 대사는 '행복해'로 끝나죠. 화자는 그건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법이 실제 상황에서는 얼토당토 하지 않는 이야기라고 지적하죠. 쌍팔년도에도 그렇게는 안 했을 거라면서요.

이 노래에는 랩이 나옵니다. '나는 잘 이해가 안 돼/ 그 방법조차 불만이라고 생각해/ 사랑을 하고 또 멀어지는/ 그런 느낌까지 틀어 박혀 있는 거야/ 꼭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할 필요는 없는 거란 생각을 해/ 저마다 감정은 다 다른 거니까/ 각자 나름대로 다른 거야' 부분입니다. 한 마디로 사람이 천차만별인데 어찌 그리 판에 박은 듯 이별하는 장면이 만들어질 수 있냐는 푸념이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햇빛 눈이 부신 날에 이별해 봤니/ 비 오는 날 보다 더 심해/ 작은 표정까지 숨길 수가 없잖아/ 흔한 이별 노래들론 표현이 안돼/ 너를 잃어버린 내 느낌은/ 그런데 들으면 왜 눈물이 날까' 부분입니다. 네. 주인공의 이별은 공식을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 쨍쨍한 날에 이루어지죠. 그래서 흔한 이별 노래가 자신의 감정을 담아내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래에 동해서 흐르는 눈물은 뭘까요? 화자도 이별의 정서만큼은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일까요?


음. 오늘은 '공식'에 대해 썰을 좀 풀어봐야겠네요. 공식하면 수학 과목이 생각나죠? 수학의 정석 같은 거 말이죠. 어떤 연산을 빠르게 계산해 문제의 해답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식이죠. 그런데 이런 공식 앞에 수가 아니라 사람의 행위를 붙을 수 있는 것인지 이 노래는 화두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사랑 공식, 이별 공식, 만남 공식 등 이런 조합이 가능한지 하고요.

아마 이 노래에서는 '뻔한 스토리 전개'를 '공식'이라고 표현한 것 같습니다. 이별 장면에서는 난데없이 비가 내리고 어둠이 깔리고 바람이 불고 등등요. 공식이라고 쓰고 진부하다고 읽는 것이죠. 뭘 좀 안다는 사람들이 이 공식을 꺼내 들며 이러쿵저러쿵 훈수를 두죠. 실제로는 연애 한 번 제대로 해 본 적 없으면서 말이죠.

우리 인생이 수처럼 공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1과 1을 더해 2를 만들면 되니 얼마나 쉽고 편하겠어요. 그런데 인생에는 왕도가 없는 것처럼 또 푸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1과 1을 더해 나오는 숫자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계죠.

저는 개인적으로 자신계발 서적을 굉장히 저어하는 편입니다. 한 마리로 잘 읽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성공스토리를 기반으로 마치 공식을 만들어 책 장사를 하는 것 같거든요. 책을 쓴 사람과 는 태어난 시간도 환경도 성격도 모든 게 다른 데도 그런 거 다 차지하고 이 책에 쓰인 대로만 하면 너도 성공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의 그 공식만 따르면 다 부자가 될 것 마냥요.

일명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도 이런 공식을 자주 사용합니다. 본인의 의사를 보다 잘 전달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공식을 만들곤 하죠. 이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설사 그 공식이 통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굳이 전문가 선생님이 나와서 대중에게 그 비법을 전수하려고 할까요? 글쎄요.

물론 유사한 것들은 있겠죠. 우리가 밥을 먹지만 서양인은 빵을 먹는다 든지 우리가 차를 탈 때 누군가는 마차를 탄다든지요. 무언가를 먹는다와 탄다는 것은 동일하죠. 하지맘 밥과 빵, 차와 마차는 경우에 따라서 하늘과 땅차이가 나죠. 멀리서 보면 다 비슷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다 다른 것이죠.

저는 인생에 공식이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공식 비스름한 것이 있다는 것은 동의합니다. 나이가 들면 예전보다는 욕심을 비워야 한다거나 일을 한 번에 하지 말고 나눠서 해야 한다는 그런 류죠. 하지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으니 계속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느니 손잡고 키스하고 그다음 단계로 순차적 진행을 해야 한다느니 이런 공식을 있어도 안 믿고 싶네요. 하하하.

공식은 정해진 틀입니다. 마치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것과 유사하죠. 개인의 자유의지는 그만큼 반감되죠. 공식대로 진행될 건데 당사자가 뭘 더 한다고 해서 크게 바뀔 리가 없는 셈이잖아요. 공식이 있더라도 따르지 않으려고 발버둥 쳐야 할 판에 공식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안 되겠죠.

세상엔 공식보다 비공식이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비공식이 다양함과 다채로움을 우리에게 선사하죠. 눈 오는 날 이별, 석양을 보며 이별, 해외여행에서 이별 뭐 다양한 이별은 얼마든지 많잖아요. 굳이 비 오고 꼬질꼬질한 날 골라서 할 필요는 없을 듯한데요. 비공식의 세계로 나아가 공식의 세계를 뒤엎는 일은 우리 삶에서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네요. 공식을 벗어던집시다.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하이데거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인간은 '피투' 상태에서 '기투'하는 존재라고요. 피투는 내던져짐, 즉 이 세상에 이유도 원인도 모른 채 태어났다는 것이고요. 기투는 쉬운 말로 '기획'을 뜻합니다. 수동태로 태어났지만 능동태로 나아가야 의미 있는 삶이라는 뜻이겠죠. 여기서 기투가 바로 저는 '공식을 따르지 않는 나만의 '비공식'이 아닐까 합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 세상에 나란 사람은 유일한데 그 유일한 사람이 하는 행위가 어찌 다른 사람과 같을 수 있겠어요. 우리 모두 피투에서 기투로 나아갑시다. 하하하.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NO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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