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박재정의 <헤어지자 말해요>

작사 박재정 작곡 박재정, 박현중

by GAVAYA


안녕하세요?

이번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박재정'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xtoNf1R4o-0?si=p6gNyxq5t_tjxOGZ

그대 먼저

헤어지자 말해요


나는 사실 그대에게

좋은 사람이 아녜요


그대 이제

날 떠난다 말해요


잠시라도 이 행복을

느껴서 고마웠다고


- 박재정의 <헤어지자 말해요> 가사 중 -




너에게 가는 길

오늘 이별을 말하려니

지난 추억이 생각났어


널 처음 봤을 때

얼굴 그리고

나와 마주쳤던

까만 눈동자

어렵사리 볼 수 있었던

너의 미소까지도


너와 함께 손을 잡고

늘 걷던 거리에서

첫눈을 보다가

이때다 싶어

고백했던 그 순간도


같이 가보고 싶었던 식당에

난생처음 준비한 선물에

넌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지


그 눈물들이

이제 슬픔으로 바뀔까 봐

난 두려워


시간이 지나면

네가 떠오를 거야


다른 사람을 만나 잘 지내는

너의 얼굴을 보면

복잡한 감정이 들어

힘들 걸 나도 알아

널 지금 다시 잡는 건

나의 이기적인 마음이겠지

어쩔 수 없었던 그때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순 없는 거겠지


그대 먼저

헤어지자 말해줘요

난 그대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그대 이제

날 떠난다 말해줘요

나와 있는 동안

조금은 행복을 느껴서

고마웠기를 바래요


사실 나는 그대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그대에게만큼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다신 못 본다 해도

이 노래가 나를 대신해

그대를 영원히

사랑해 주길 바래요.





박재정은 2013년에 데뷔한 발라드 가수입니다. 그 해 Mnet <슈퍼스타 K5>에서 우승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 싱글 <첫눈에>를 발표했죠. 데뷔 당시가 19세였는데 그 사이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중저음대 목소리가 매력적인 가수입니다.

이번 노래는 데뷔 10년 만에 본인의 자작곡으로 낸 첫 정규 앨범입니다. 4년 넘게 공을 들였다고 하네요. 그 노력 덕택인지 음반이 나온 후 반응이 꽤나 괜찮았습니다. 왠지 예전에 전람회의 김동률 씨를 떠올리는 하는 곡입니다. 여러분들도 동의하시나요?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헤어지자 말해요>죠. 헤어질 거면 본인이 헤어지자고 말하면 되는데 상대방에게 헤어지자고 말해달랍니다. 이게 말인지 방귀지. 왜 이런 노래 제목을 짓게 되었는지 가사를 하나씩 찬찬히 살펴보시죠.

전반부 가사는 평이합니다. 결심을 하고 오늘 헤어지자고 말하려 상대를 향해 가고 있는 중입니다. 당연히 만감이 교차할 겁니다. 특히 상대와 함께 했던 지난 추억의 페이지가 쉴 새 없이 지나가죠. 그 추억의 첫 페이지는 당연히 처음 만난 순간이겠죠. '처음 본 네 얼굴/ 마주친 눈동자/ 가까스로 본 너의 그 미소들'이 부분이 첫 만남의 순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고백했던 장소와 타이밍이죠. '손을 잡고 늘 걷던 거리에/ 첫눈을 보다가 문득 고백했던 그 순간'이라는 가사입니다. 이 밖에도 '가보고 싶었던 식당/ 난생처음 준비한 선물' 등이 떠오릅니다. 그리고는 이내 두려워지죠. 지금까지는 과거 이야기이고 현재는 헤어지러 가는 중이니까요.

뭐가 두려웠을까요? '고맙다는 너의 눈물들이/ 바뀔까 두려워'라고 말합니다. 눈물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죠. 감격과 감동의 눈물과 슬픔의 눈물 말이죠. 사귈 때 흘리던 감동의 눈물이 이별 이후로 슬픔의 눈물로 바뀔 것이 짐작이 되기에 두려웠던 것이네요.

헤어지기 위해 굳은 다짐을 해 보지만 뭔가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남아 있는 것이 느껴지시나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는/ 어쩔 수 없을 걸 문득 너의 사진 보겠지'라는 가사를 보면 미련의 냄새가 풀풀 납니다. 또 '새로 사귄 친구 함께/ 웃음 띤 네 얼굴 보면/ 말할 수 없을 묘한 감정들이/ 힘들단 걸 알지만'에서 보듯 나 가지기엔 그렇고 남 주긴 싫은 묘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죠.

헤어지고 나서도 상대에 대한 생각을 쉽게 떨치지는 못하는 모습입니다. 비슷한 가사가 후반부에도 전개되는데요.'이기적인 거 나도 잘 알아/ 그땐 그럴 수밖에 없던/ 어린 내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길' 부분입니다. 기회를 한 번 더 달라고 하는 것을 봐서는 노래의 화자가 이별의 빌미를 제공한 것 같죠. 그런데 헤어지자고 말하는 주객이 전도되어 있네요. 노래의 화자는 헤어져라 말라할 처지가 아닌 듯이 보이잖아요.

그리고 하이라이트 부분이 나오죠. '그대 먼저 헤어지자 말해요/ 나는 사실 그대에게 좋은 사람이 아녜요/ 그대 이제 날 떠난다 말해요/ 잠시라도 이 행복을 느껴서 고마웠다고' 부분입니다. 이별의 원인을 제공한 죄가 있어서 인지 상대에게 헤어지라는 말을 먼저 꺼낼 수 있는 권리라도 넘기는 것일까요? 아니면 본인이 잘못한 것을 알지만 참아 자신의 입으로는 그 말이 잘 나와서일까요.

화자가 원하는 헤어짐의 순간을 표현한 가사라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실제 그렇게 전개된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먼저 헤어지자라고 말하면 화자가 '알겠다. 이해한다. 사실 그대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다' 정도로 수긍을 하고요. 상대가 이제 떠난다고 말하면 화자가 '잠시라도 행복을 느끼게 해 줘서 참 고마웠다'라고 대답하는 상황을 그려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실제 마음은 가장 마지막에 나오죠. '그댈 정말 사랑했다 말해요/ 나는 사실 그대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영영 다신 못 본다 해도/ 그댈 위한 이 노래가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테니' 부분입니다. 진심으로 상대를 사랑해서 좋은 사람이 되려고 했으나 많이 부족했다고 말하죠. 면피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해해 달라는 간청입니다. 그런 간청이 통하지 않아 다시 못 보는 사이가 되면 이 노래가 자신을 대신해 상대를 영원히 사랑할거나 혹은 지켜줄 거다라고 말이죠.

가사가 다소 애매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별 선언을 못하는 찌질이 화자가 상대에게 헤어지자 말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 같이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이별선언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 합니다. 여러분은 이별 선언을 어떤 방식으로 하시나요? 싫으면 싫다 이렇게 확실하게 단칼에 말하는 편이신가요? 아니면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사귀는 것도 아니고 안 사귀는 것도 아닌 상태로 시간을 보내다가 서로가 헤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시점에서 이별 선언을 하시나요?

혹시 이 노래 가사처럼 헤어져야 하는데 직접적으로 말하기가 두려워 상대로 하여금 이별 선언을 하도록 종용하신 적은 없으신가요? 전혀 모르던 사람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사람이 되는 과정도 쉽지 않지만 그런 사람과 다시 남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그만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이별 선언을 망설이는 이유는 아마도 이별 시점에 서로에게 최소한의 상처를 남기고 싶은 착한 마음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요. 이별선언을 했을 때 상대가 받을 충격 혹은 내가 받을 충격을 감안해서 이별이 두 사람의 발끝까지 와 있지만 서로가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만남만큼 헤어짐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사람과의 헤어짐이 다른 사람과의 만남까지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보는 편이거든요. 헤어짐의 순간을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그 상처가 평생을 가는 경우도 있잖아요? 자신도 그 상황을 잘 빠져나와야겠지만 상대도 배려해야 하는 아주 고난도 행위 예술이 바로 이별 선언이 아닐까 하네요.

그래서 사랑이 식었다고 더 이상은 이 만남이 의미가 없다고 혼자 마음을 정리해 버리는 이별 선언은 상대에게 테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이 그러하더라도 결과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시간은 상대에게도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겠죠.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이 되려면 물귀신 작전을 막아야 합니다. 이런 분들 많아지면 '헤어질 땐 냉정하게 돌아서야 해. 여지를 주면 안 돼'라는 말이 이별공식을 장악할 테니까 말이죠. 여러분들의 이별 선언은 어떤 모습이셨나요? 그리고 앞으로 이별을 해야 한다면 어떤 모습이길 원하시나요? 하하하.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요즘 삶이 북토킹을 포함해서 난생처음 생경한 일들로 뒤덮이고 있습니다. 좋은 일이죠. 그런데 제가 T 성향이어서 그걸 머릿속으로 정리해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너무 많은 정보가 한 번에 들어오다 보니 과부하 상태가 아닐까 합니다. 새로운 환경이 펼쳐지면 기존의 생각과 이별 선언을 해야 하는데, 저 역시 그게 잘 안되네요. 그래서 제 과거의 어떤 생각에게 헤어지자 말해달라고 애원하고 싶습니다. 하하하. 오늘은 좀 늦었네요. 좋은 밤 보내시고요. See you. Coming Soon- (NO.179)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무진의 <신호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