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무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 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
- 이무진의 <신호등> 가사 중 -
큰맘 먹고 운전에 도전해 보려는데
친구가 격양된 목소리로
'네가 차를 몬다고'라며 타박을 하네
왕초보 운전실력을
동승도 안 해보고
어찌 냄새를 맡았는지
친구는 새파랗게 겁에 질려
도망가 버렸네
검은색 아스팔트 도로에
하얀 선은 마치 건반처럼 보여
수직으로 뻗은 신호등에 따라
차들은 굴렀다 멈췄다를 반복해
나도 교통 규칙은 잘 지킬 자신 있어
차라리 운전을 못하던 때가
좋았을지 몰라
그땐 뚜벅이 었지만
친구가 날 버리고 떠나진 않았지
붉은 신호등과 푸른 신호등
그 사이를 잇는 3초라는 짧은 시간
노란 신호등이라도 걸렸다 치면
멘붕에 빠져서 어쩔 줄 몰라해
빨리 가야 하는 건지
다음 신호를 기다려야 하는 건지
판단이 잘 설질 않아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지
난 지금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신호등과 아스팔트 위 하얀 선이 보이는
도로의 한 복판에 있어
나에 대한 시선 좀 걷어줄래
등에 땀나 손에 쥐가 나
이무진은 2018년에 데뷔를 했으나 빛을 못 보다가 2020년 <싱어게인> 무명가수 전에 63호 가수로 출연하면서 리스너들에게 알려졌죠. 방영 당시에 만 19세였다고 하네요. 서울예대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대학생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노래는 <신호등>으로 2021년 싱글 앨범으로 나온 곡입니다. 제가 소개해 드린 곡 중에서는 최근 곡에 해당되네요. 특이한 점이라면 표절 시비에 오르내린 전적이 있다는 정도고요. 제가 이 노래를 고른 이유는 사랑-이별 콘셉트를 벗어난 곡이어서입니다..
예전에도 말씀드린 바 있지만 사랑-이별 콘셉트를 벗어나서 가사를 지은 노래가 그리 많지도 않고 성공한 경우도 적은지라 이런 노래는 참 희소가치가 있습니다. 일단은 미분류 편에 적어두지만 나중에 번외 편으로 빼서 브런치북으로 만들 소장의 필요성이 느껴집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네. 이 노래는 제목을 보면 사랑하다가 과속을 했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데요. 사랑-이별하고는 하등의 관련이 없습니다. 다름 아닌 '초짜 운전자가 바라보는 도로 위의 모습' 정도라고 요약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함께 가사를 살펴보죠.
아마도 화자는 장롱에 있던 면허를 들고 야심 차게 운전대를 잡는 상황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아니면 초보운전자였던 시절일 수도 있고요. 그때 친구가 옆에 있었죠. 친구 입장에서는 많이도 불안했을 겁니다. 노래의 화자가 너무도 못 미더웠을 테니까요. '.... 가려는 날 막아서네/.... 새빨간 얼굴로 화를 냈던 친구가 생각나네'가 첫 가사죠.
우려했던 일은 여지없이 현실로 나타는 법이죠. 뒤에서 차가 빵빵거리고 계속 직진만 하는 전형적인 초짜의 모습을 보이는 순간 동승했던 친구는 절교라도 하듯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 참. 나 오늘 할 거 있었는데, 나 가까운데 내려줘. 알아서 갈게'라고 차에서 내릴 어설픈 핑계를 만들어 냅니다. '새파랗게 겁에 질려 도망간/ 친구가 뇌에 맴도네' 부분이 이런 사연이 아니었을까요.
이쯤 되자 화자도 자신의 본심을 토해내죠. '솔직히 말하자면 차라리/ 운전대를 못 잡던 어릴 때가 더 좋았었던 것 같아/ 그땐 함께 온 세상을 거닐 친구가 있었으니' 부분입니다. 믿고 있던 절친마저 불안함에 도망치는 것을 보고 운전을 안 하는 것이 더 이로울 수 있었다고 말하네요
. 조금 해석이 난해했던 부분이 있는데요. '꼬질꼬질한 사람이나 부자 곁엔 아무도 없는/ 삼색 조명과 이색 칠 위에 서 있어 괴롭히지 마'에서 뒷부분은 신호등과 아스팔트가 나를 힘들게 한다 정도로 단박에 해석이 되는데 앞부분은 뭘까요? 지금 같이 도로 위 난감한 상황은 세상 어떤 사람도 피해 갈 수 없다 정도로 생각되는데 여러분들은 어찌 생각하시나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 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입니다. 마치 화자의 차가 사거리에 진입하자 이때다 싶어 신호가 바뀌는 상황을 연상시키는데요. 초짜 입장에서 차를 세워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지나가야 하는 건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아 식은땀을 흘리며 멘붕에 빠지는 장면이 생각나네요. 당연히 앞 계기판의 속도계를 볼 여유는 당연히 없었겠죠.
오늘은 제목 <신호등>과 관련된 썰을 좀 풀어볼까 합니다. 여러분들은 신호등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인생에서 무언가 잘 풀리는 것을 청신호 켜졌다 이렇게 말하기도 하고 역으로 내 인생 빨간불 들어왔다고 표현하기도 하죠. 그 중간 노란색은 위기를 알리는 경고의 성격을 띠고요.
예전에 제가 어학연수를 갔을 때 버튼식 신호등을 처음 접한 적이 있었는데요. 참 합리적인 작품이다라며 감탄을 자아냈던 기억이 나네요. 사람이 없을 때는 차를 위주로 진행시키면 되니까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신호등을 긍정의 파란불(녹색불로 불려야 맞지만서도)과 부정의 빨간색으로 나누는 것은 썩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인생도 씽씽 달릴 때도 있지만 이제 좀 쉬어 가야 한다고 말하는 노란 등도 있어서 빨간 등에 멈춰 서서 큰 호흡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 노래의 가사 속에서 도로 위 풍경을 표현한 모습인데요. 마치 횡단보도를 연상시키는 '건반처럼 생긴 도로 위/ 수많은 동그라미가' 부분에서 보듯 같은 사물도 시선이 달라지면 이런 멋진 가사가 써질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어느 방송에서 불평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어떤 사진작가분이 인터뷰를 했더랬습니다. 그분이 어떤 사진을 찍냐 하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부촌과 빈민촌이 나뉘는 곳이었는데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런 곳을 찾아서 드론으로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니 한 마디로 적나라하게 같은 공간 다른 세계를 보는 듯한 감탄이 들더군요.
이 말씀을 왜 드리는고 하면 저희는 브런치를 하고 있잖아요. 신호등 하나를 보는데도 이렇게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는 지점을 발견해 서랄까요. 하하하. 이 노래의 화자는 어떤 시선으로 도로 위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요? 여러분들은 짐작이 되시나요?
아무튼 사랑-이별 콘셉트를 깬 것도 좋지만 이런 다양한 생각을 해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저는 이 노래가 왠지 좋습니다. 다소 우스꽝스럽고 경쾌한 리듬이 어울려 리스너를 즐겁해 주죠. 노래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본인의 시선을 잠시 내려놓는 것도 필요하겠죠.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은 브런치가 좀 늦었네요. 오래간만에 읽어야 하는 책이 좀 있어서 읽다 말고 중간에 잠깐 짬을 냈네요. 우리가 인생을 살면 일명 신호빨이 잘 먹히는 타이밍도 있고 가는 사거리마다 빨간불이 켜져서 짜증을 들끓게 하기도 하죠. 한적한 공간이 아니라면 앞차가 가야 나도 가니 우리 모두는 모두의 신호등일 수도 있을 겁니다. 지구에는 사는 인구만큼의 신호등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하하하.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