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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작사 이승환 / 작곡 이승환, 황성제

by GAVAYA

안녕하세요?

이번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이승환'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vKYXPqnFfGk?si=y7Bwr9CwKhUY_-m5


우린 어떻게든

무엇이 되어있건

다시 만나 사랑해야 해요


그때까지 다른 이를

사랑하지 마요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 이승환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가사 중 -




나를 허락해 준 고마움

보답도 못한 채

나에게 잘해주었던

그대에게 미안한 뿐이에요


사랑한다는 말을 수없이 전할

끝없는 날들을 남겨두고

사랑도 힘이 든가 봐요

잠시 쉬어 간대요


마지막 사랑이 돼라

다짐하고 확신했건만

모두 내 욕심이었나 봐요


그대와 함께 있으면

큰 짐이 될 것 같고

막상 떠나려니

발걸음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요

우린 악연일까요. 인연일까요

그대를 떠올리면

수없이 많은 생각과 감정이 그려져요

간절한 그리움과 행복한 거짓말,

은밀한 약속을 할 수 있고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그대만을 사랑하고 기억할게요

사실 난 그대가 필요해요

우리 약속했잖아요

서로의 단 하나의 사람이 되기로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무엇이 되어 있어도

다시 만나 사랑할 수 있길 바래요

그러니 그때까지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 안 돼요




이승환은 1989년 데뷔했습니다. 연식이 좀 있죠. 거의 환갑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 때는 작고 앙증맞아서 '어린 왕자'라고 불릴 정도였는데. 세월 앞엔 장사 없죠. 하하하. 1990년를 대표하는 남성 보컬 중 한 사람입니다. 꽤나 인기가 있었죠. 내는 곡마다 명곡이 되기도 했고요.

다소 독특한 방식의 음악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TV출연보다는 공연에만 집중한 것도 모자라 지금이야 자신의 회사를 세우고 무대 연출을 하며. 1인 다 역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지만 스스로 그런 스타일의 음악활동을 개척한 사람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이 노래는 2006년에 발표한 9집 <Hwantastic>에 실린 타이틀곡입니다. 이 곡의 모티브는 TV프로그램 <휴먼다큐 사랑> 너는 내 운명 편이었다고 하네요. 우리 주변의 사람 이야기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노래 속 커플이 있었던 거겠죠. 저도 안 봐서 모릅니다. 하하하.

이 노래는 후배 가수들이 잊힐만하면 다시 커버를 하는 곡입니다. 후반부 반복되는 가사에 온몸을 쏟아내서 절절함을 누가 잘 표현하나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받습니다. 지금 보니 가사는 이승환 씨가 직접 썼네요. 그래서 작사가만 보고서는 본인 사연인 줄 착각했네요.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먼저 심상치 않은 제목부터 짚고 가보시죠. <사랑이 어떻게 그래요>입니다. 000이 어떻게 그래요라고 말하는 건 말하는 화자가 믿었던 것과는 다른 결과를 보일 때 쓰는 말이죠. 그런 맥락에서 이 노래는 사랑을 굳게 믿었는데 사랑이 떠나간 상황을 이런 제목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상당히 가사가 시적이어서 듣기 좋습니다.

이별을 표현하는 말은 다양하지만 이 노래에서는 '사랑이 잠시 쉬어간데요'라고 말합니다. 잠깐 떨어져 있는 것이라고 오해받을 수 있는 가사일수도 있는데요. 저는 영영 이별하고 싶지 않은 화자의 마음이 투영돼 '잠시'라는 단어를 중간에 삽입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먼발치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이별도 있겠습니다만 이 노래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불어닥친 이별이 아닐까 하는데요. 왜냐하면 '마지막 사랑일 거라/ 확인하며 또 확신했는데'에서 헤어질 거라는 생각을 꿈에도 하지 못한 냄새가 납니다.

저는 '욕심이었나 봐요/ 그댈 갖기에도/ 놓아주기에도 모자라요' 부분 가사가 마음에 드는데요. 같이 있자니 상대에게 짐이 되는 것 같고 떠나자니 아쉬움이 남고 발걸음이 안 떨어지는 상황을 가사로 잘 표현한 것 같아서입니다.

그러면서 화자의 사랑 고백을 받아 준 고마움과 사귀는 동안 보여주었던 따뜻한 마음을 갚지도 못해 미안한 마음을 느낍니다. '나를 허락한 고마움/ 갚지도 못했는데/ 은혜를 입고 살아/ 미안한 마음뿐인데' 이 부분이죠. 2절에도 때늦은 후회의 감정을 말하는 가사가 있습니다. '사랑한단 말 만 번도 넘게/백 년도 넘게 남았는데' 부분이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우린 어떻게든 무엇이 되어있건/ 다시 만나 사랑해야 해요/ 그때까지 다른 이를 사랑하지 마요/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부분입니다. 특별한 코멘트는 붙이지 않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들리고 상상하시는 게 정답일 테니까요.

이 노래의 후렴구는 '너만을 사랑해/ 너만을 기억해/ 너만이 필요해'로 시작하죠. 이 노래의 주제절을 꼽는다면 저는 이 부분을 선택하겠습니다. '사랑이 어떻게 그래요' 부분 아니냐고요. 네 이 부분이 제목을 설명하고 있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만'입니다. 반복되죠. 서로가 서로에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사랑이 되자고 약속했지만 그러지 못하자 '사랑이 어떻게 그래요'라고 말하는 것 같지 않나요?

뭐 여러분이 그래도 제목이 나오는 부분이 주제절 같다 하시면 따르겠습니다. 하하하.


어떻게 친구가 그래요, 어떻게 세월이 그래요 등 '어떻게 000이 그래요'로 표현할 수 있는 건 참 많죠. '내 생각에는 그러면 안 된다' 정도의 뉘앙스를 지닌 말입니다. 제 첫 책 <지구복 착용법>에 보면 '머스트 증후군'이라고 제가 창조한 신개념어가 등장합니다. 하하하. 우린 자신만의 '그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되네요.

친구란 원래 그런 거예요. 세월이란 원래 그런 거예요. 사랑이란 원래 그런 거예요.라고 바꾸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내 생각과 지금의 상황이 잘 맞아 들어간다' 정도의 뉘앙스가 실린 것 같죠. 사랑의 경험이 많이 없어서 미숙한 경우는 어떻게 표현을 많이 쓸 것 같고요. 반대로 몇 번의 사랑과 이별을 경험한 사람의 경우는 원래라는 표현을 쓸 것 같지 않나요?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세상에서 벌어질 일은 벌어집니다. 다만 벌어진 일을 자신의 어떠한 이유 때문에 못 받아들이는 것이죠. 그걸 이해하려면 평소 자신이 바라보던 세계에 대한 시선의 방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만약 이 화자의 친구도 그 친구의 친구도 같은 일을 겪었다면 '아 나만 그런 게 아니네. 사랑이 원래 이런 거였구나'라고 했을 법하지 않나요?

사랑도 이별도 인생도 이해를 어렵게 하는 건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걸 이해하지 않으려고 이해하기 싫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 취향이 아니라고 거부하는 우리 자신이라는 벽 때문은 아닐까요? 그래서 제1의 철학이 '세상에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다만 그렇게 생각할 뿐'인 까닭입니다.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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