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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M의 <흑백사진>

작사 이주현 / 작곡 조영수

by GAVAYA

안녕하세요?

이번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KCM'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frCYPvfqNZU?si=cHolcwbOIfQ9X4KW

감히 사랑한다고 말할까

조금 더 기다려볼까

그렇게 멀리서 널 사랑해 왔어


내겐 너무나 소중한 너

다가설 수도 없었던 나

그래도 나 이렇게 행복한 걸


- KCM의 <흑백사진> 가사 중 -




너의 학챙시절이었을 거야

넌 아주 눈이 컸어

긴 생머리였고 교복이 잘 어울렸어


그때부터였을 거야

두근 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너의 꽁무니를 따라 걸었던 게


한참이 흘려

넌 숙녀가 되어 있었어

여전히 눈은 아름다웠고

시간마저 너를 시샘할 정도로 예뻤지


그런 널 보면서

신이 내게 주신 선물이라 생각했지

이런 축복을 준 네게 감사할 뿐이야


아직도 난 널 보면 애가 타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야

네가 날 얼마나 웃게 했는지

그리고 설레게 했는지


가끔은 내가 널 잊을까 두려워

그냥 너의 이름을 소리쳐 불러볼까

그럼 너에게 들릴지도 모르잖아


이렇게 멀리서 망설이기만 하는 나

그토록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널

그렇게 멀리서만 지켜봤어


내게 세상을 선물한 너에게

난 무엇도 할 수 없으니

웃어도 눈물뿐이었지




KCM은 2004년 데뷔했습니다. 활동명은 본인의 본명 강창모의 영어 이니셜을 딴 것이고요. 원래는 비보이였는데 허리 부상으로 인해 가수로 전향한 케이스입니다. 가수 김종국과 다소 비슷한 콘셉트를 지니고 있죠. 몸은 좋은데 목소리는 가는 캐릭터 말이죠. 거기다가 트레이드 마크인 팔토시가 떠오르는 가수입니다.

이번 곡은 1집 <Beautiful Mind> 타이틀 곡입니다. 여기에 실린 <은영이에게>라는 노래도 참 좋습니다. 정규앨범으로는 6집까지 발매했고 OST도 꽤 많이 불렀죠. 독특한 목소리의 소유자입니다. 뭔가 가슴 안에서 들끓는 소리와 얇은 고음이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봐야겠죠.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풍덩 해 보실까요? 제목이 <흑백사진>입니다. 뭔가 과거 속 연인을 회상하는 느낌의 제목이죠. 그래서 첫 가사가 '아주 오래전 눈이 커다란 소녀를 봤어/ 긴 생머리에 예쁜 교복이 너무 잘 어울렸어'로 시작합니다. 그런 소녀를 만난 화자는 '너의 그림자를 따라 걸었지/ 두근대는 가슴 몰래 감추며'에서 보듯 좋아한다는 표현 한 번을 제대로 못해보고 수줍게 그 시절을 보냈네요.

그리고 시간이 부쩍 흘렀습니다. '어느새 너는 눈이 따스한 숙녀가 됐어'라고 말하죠. 나이가 들어서 변한 경우도 있지만 당연히 논리전개상 더 예뻐지고 매력적이 되어 있었죠. 그 부분을 '아름다움에 물들어가는'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화자 입장에서는 '너는 신이 주신 축복'이라고 표현할 만하죠.

이쯤 되면 이제 고백할 만도 한 것 아닌가요? 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노래의 화자의 태도는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직도 나는 너의 뒤에서 애태우지만/ 시간이 흘러 아주 먼 훗날 그땐 애기해 줄게/ 니가 얼마나 날 웃게 했는지 설레게 했는지'라고 말하죠. 전 이 부분에 복창이 터질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이만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고백을 주저하는 이유를 가사 속에서 찾기가 어렵거든요.

비슷한 가사가 2절에서도 보이는데요. '가끔은 두려울 거야/ 혹시라도 내가 널 잊을까 봐/ 그대 소리쳐 이름 부를까/ 그럼 내 사랑 들릴까/ 그렇게 멀리서 나 망설여왔어' 부분이죠. 이쯤 되면 '그냥 그렇게 살아라' 정도의 말 밖에는 건넬 말이 따로 없는 상황이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감히 사랑한다고 말할까/ 조금 더 기다려볼까/ 그렇게 멀리서 널 사랑해 왔어/ 내겐 너무도 소중한 너/ 다가설 수도 없었던 나/ 그래도 나 이렇게 행복한 걸' 부분입니다. 이런 게 행복이라는데 여러분들은 이해가 되시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다가갈 수 없는 현실 말이죠.

추청을 해 봅니다. 왜 화자가 이리도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등 뒤에서 배회할 수밖에 없는 지를요. 여러 가지 경우가 있겠지만 약간의 자격지심도 있는 것으로 봐서 요런 경우를 생각해 보죠. 드라마에서 친구를 위해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간 사내 버전이요. 학창 시절 순수한 마음에 좋아하는 감정이 생겼지만 고백할 엄두를 못 냈고 감옥에 간 사이 그 여자는 성숙한 숙녀가 되어 있었죠. 하지만 살인범이라는 낙인이 찍여 있는 자신의 입장에서 그녀의 일상에 들어가는 것이 '죄스럽다' 느낀 것이 아닐까 합니다만. 그렇게 하면 멀리서 바라보기 모드가 계속되는 상황을 설명 가능하죠. 여러분들은 이 노래를 들으시면 어떤 스토리가 떠오르시나요?


오늘은 제목 <흑백사진>에 대한 썰을 좀 풀어봐야겠네요. 여러분들은 흑백사진을 집에 가지고 계신가요? 사실 흑백사진 시대를 살아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사진작가들이 의도적으로 흑백사진을 찍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죠. 제 어릴 때 사진도 해상도가 떨어지는 칼라 사진인 걸 보면 말이죠.

그래서 이 노래 제목을 <흑백사진>으로 정한 것은 칼라상의 흑백을 표현하기 위함이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색이 바래진 후 보이는 흑백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아리따운 사랑을 했더라면 선명한 색깔로 이루어진 사진이었겠지만 다가갈 수 없는 한계라는 기본 설정에서 이어지는 슬픔이 그 색을 바라게 하고 결국 흑백으로 변한 것이 아닌가 하고요.

요즘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주로 찍죠. DSLR 같은 고성능 사진기는 사진에 관심 있는 분들이 좋아하고요. 아마도 이런 디지털 사진들은 거의 용량의 제한이 없어서 무수히 반복해서 찍을 수 있고 심지어 필요하면 포토샵을 할 수도 있죠. 이에 반해 과거 필름을 사용하던 방식은 무엇보다 희소성이 강조됩니다. 필름을 가져가면 사람 수만큼 인화를 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찰나를 포착하는 행위나 아니면 말고식의 수정, 삭제가 불가능한 구조죠.

그래서 흑백사진은 과거 기록과 기억에 대한 애잔한 감정도 가지고 있는 동시에 다시 되돌릴 수 없고 수정, 삭제도 어렵죠. 이런 불가능성이 화자의 마음을 더욱 애끓게 하고 KCM이라는 가수의 목소리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이라고 보이는데요. 제가 해석한 KCM의 <흑백사진>이 마음에 드시는지요? 하하하. 오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저는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고 저장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타인을 찍어주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그냥 눈으로 담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노래방 기계가 우리의 기억을 감퇴시면서 탄생한 <가사실종사건> 프로젝트처럼 사진도 너무 많아지면서 그 사진에 의존해야만 과거 기억을 불어올 수 있게 되는 부작용을 만드는 것 아닐까요? 과거의 감정이 좋고 바쁠 때가 있었을 텐데 대부분 사진 속의 모습은 행복일색이라 그것도 좀 그렇고요. 하하하. 한 주의 시작이네요. 이번주도 브런치를 거르지 않고 써보는 성실함을 유지하길 바라면서. 모두들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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